동식물 이야기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새, 흉내지빠귀(mocking bird)

Egaldudu 2025. 6. 2. 13:24

흉내지빠귀(mockingbird) [출처: 픽사베이]

하퍼 리(Harper Lee)는 평생 단 한 편의 소설로 문학사에 남은 드문 작가다. 그 작품은 『앵무새 죽이기』. 그러나 이 번역 제목은 조금 애매하다. 원제는 『To Kill a Mockingbird』, 여기서 mockingbird는 ‘앵무새’가 아니라, 흉내지빠귀라는 전혀 다른 새다.

 

흉내지빠귀란 어떤 새인가

흉내지빠귀(mockingbird)는 북미에 서식하는 참새목 새다. 몸집은 중간 정도이며, 깃털은 회색빛이고 눈에 띄지 않는다. 모양은 평범하지만 소리에 있어서는 비범한 능력을 지녔다.

 

흉내지빠귀는 다른 새들의 울음소리를 정확하게 모방한다. 한 마리가 수십 종의 소리를 기억해 낼 수 있으며, 이 소리들은 개별적으로 분리되지 않고 이어진다. 노래가 아니라 녹음된 테이프를 빠르게 감는 것 같은 느낌을 줄 때도 있다.

 

이 새의 울음은 실제로 새 연구자들에게 혼란을 줄 정도로 다양하다. 새의 울음소리를 분석할 때, 흉내지빠귀가 낸 소리인지 실제 해당 종의 소리인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흉내지빠귀 울음소리

왜 다른 소리를 흉내내는가

흉내지빠귀는 짝짓기 상대에게 어필하거나,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다른 새의 소리를 가져다 쓴다. 어떤 소리는 주변 환경에서 우연히 들은 기계음, 개 짖는 소리, 심지어 자동차 경적일 수도 있다모방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은 곧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생존을 위해 그것을 흡수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흉내지빠귀의 울음은 대부분 다른 새나 주변 소리에서 빌려온 것이다. 물론 그 안에는 개체마다 고유한 배열 방식이나 반복 리듬이 존재하지만 전형적인 멜로디나 독립적인 음형은 찾기 어렵다.

소설과 영화 속흉내지빠귀의 의미

핀치 변호사와 흑인 피고인, 영화 『To Kill a Mockingbird』(1962)의 한 장면

By Moni3,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흉내지빠귀는 소리를 흉내낸다. 하지만 하퍼 리(Harper Lee)의 소설 『To Kill a Mockingbird』에서 이 새는 단지 울음소리를 흉내내는 존재가 아니라, 해를 끼치지 않지만 상처받는 사람들,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다른 목소리에 묻혀버리는 존재들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소설에서 흑인 피고인을 변호하던 '아티커스 핀치(Atticus Finch)'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흉내지빠귀를 죽이는 건 죄야.”(It’s a sin to kill a mockingbird.)

 

늘 그 말뜻이 궁금했던 아이들은 나중에 이웃인 미스 모디(Miss Maudie)로부터 다음과 같은 설명을 듣게 된다.

 

흉내지빠귀는 우리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것 외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아. 사람들 정원에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창고에 둥지를 트는 것도 아니야. 오직 우리를 위해 온 마음을 다해 노래를 부를 뿐이야. 그래서 흉내지빠귀를 죽이는 건 죄인 거야.”

 

이 구절은 단순한 자연 관찰이 아니라,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윤리적 명제로 작용한다. 말하지 못하고 해를 끼치지 않는 힘없는 존재들이 세상의 편견과 폭력 속에서 가장 먼저 사라진다는 것. To Kill a Mockingbird』는 그 조용한 희생의 구조를 어린아이의 시선을 통해 보여준다.

 

마무리하며

흉내지빠귀는 자연 속에서 대체로 특별한 피해를 주지 않는, 평범한 새다. 그래서였을까, 하퍼 리는 그 새의 이름을 소설 제목으로 삼았다. 그리고 흉내지빠귀는 문학적 상징으로 확장되어 말하지 못하는 존재이자 지워지는 목소리의 은유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