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 31

크리스마스를 닮은 식물, 포인세티아(Poinsettia)

계절을 알리는 붉은 잎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듯한 붉은 식물이 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포인세티아(Poinsettia)는 붉은 잎으로 계절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대표적인 겨울 식물이다. 한국에서도 연말이 되면 카페와 백화점, 교회와 플로리스트 매장 곳곳에서 쉽게 눈에 띈다. 화려한 외관만으로도 충분히 주목받지만, 이 식물이 품고 있는 생존전략은 그 겉모습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흥미롭다. 꽃을 숨긴 붉은 잎의 위장술포인세티아의 가장 큰 특징은 눈에 띄는 붉은색 "꽃잎"이다. 하지만 이 화려한 부분은 실제 꽃이 아닌 변형된 잎, 즉 포엽이다. 진짜 꽃은 그 포엽 사이에 작고 눈에 잘 띄지 않게 숨어 있으며, 대극과 식물답게 단순하고 기능적인 형태다. 왜 이런 구조를 가졌을까? 답은 진화..

동식물 이야기 2025.07.20

음악은 정말 심장박동을 바꿀까?

음악과 심장박동의 관계음악이 기분을 바꾼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런데 정말로 심장박동까지 바꾼다면 이야기는 조금 더 흥미로워진다. 과연 음악은 우리 몸에 실제로 그런 물리적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최근 연구들은 음악이 생리적 반응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감정과 생리 반응의 연결흥겨운 곡을 들으면 심장이 빨라지고, 고요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긴장이 풀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는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다수의 연구는 음악이 심박수와 혈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특히 차분한 음악은 심장을 안정시키고, 강렬한 음악은 심장을 더 빠르게 뛰게 한다는 결과는 반복적으로 증명된다. 놀라운 건, 이런 반응이 음악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어느 정도는 누구에게..

사소한 이야기 2025.07.20

세상에 금은 얼마나 있을까?

금은 오 랜 시간 인류가 특별히 귀하게 여겨온 금속 가운데 하나다. 변하지 않는 광택, 부식에 강한 안정성, 가공의 용이함은 금을 장식과 화폐, 상징의 재료로 만들어왔다. 그러나 금의 가치를 떠받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많지 않다는 것, 바로 그 희소성이다. 현재까지 채굴된 금의 양금은 채굴이 어렵고, 지각에 존재하는 양도 제한적이다. 공급이 늘어나기 어렵다는 사실은 금의 물리적 특성만큼이나 그 가치를 뒷받침해왔다. 세계금위원회(World Gold Council)에 따르면, 지금까지 인류가 캐낸 금은 약 184,000톤이다. 많아 보이지만, 밀도를 생각하면 꽤 작다. 금은 1입방미터만 되어도 무게가 19톤이 넘는다. 그래서 이 모든 금을 축구장 위에 골고루 펼치면 두께 1미터도 채 되지 않..

사소한 이야기 2025.07.20

사해(Dead Sea)는 왜 다른 바다보다 더 짤까?

By Namikilisu - Own work, CC0, wikimedia commons가장 짠 물, 가장 가벼운 부력지구상에 존재하는 물 중에서 사해만큼 짠 곳은 거의 없다. 사해의 염도는 약 33.7%에 이르며, 이는 일반 해수의 약 10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극단적인 농도 덕분에 사람은 아무런 보조장치 없이도 물 위에 뜰 수 있다. 관광객들이 신문을 펴 들고 유유히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장면은 단지 재미있는 풍경이 아니라, 지구상의 화학적 특이성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1리터에서 250그램이 남는 바다사해의 물 1리터를 완전히 증발시키면, 약 250g의 소금이 남는다. 이 수치는 바닷물에서 얻을 수 있는 평균 소금량의 거의 열 배에 해당하며, 사해가 단순히 “짠 바다”가 아닌, 농축된 광물의 ..

딥 프랙티스(Deep Practice): 반복의 깊이가 뇌를 바꾼다

“Struggle is not an option, it's a biological requirement.”“고군분투는 선택이 아니라, 생물학적 필수 조건이다.” (Daniel Coyle)익숙한 연습, 그러나 다른 방식우리는 흔히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거나, "1만 시간의 법칙"처럼 반복의 힘을 강조한다. 하지만 반복이란 과연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까? 같은 시간, 같은 내용을 연습하더라도 사람마다 성과가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하나의 과학적 해답이 바로 ‘딥 프랙티스(Deep Practice)’다. 딥 프랙티스란 실수와 불편함을 활용해 신경회로를 강화하는 집중적이고 의도적인 연습 방식을 말한다. 이 개념은 2009년, 다니엘 코일(Daniel Coyle)이 『The Talent C..

썩은 고기를 먹고도 멀쩡한 독수리의 비밀

사체를 먹는 청소부, 독수리자연 생태계에서 독수리는 사체를 처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이들의 식단은 인간이나 다른 동물에게는 치명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 썩은 고기에는 각종 병원성 세균과 독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수리는 식중독이나 감염병에 걸리지 않는다. 이 놀라운 생존력은 어떻게 가능할까? 위산, 자연계 최강 수준독수리의 첫 번째 방어막은 바로 위산이다. 인간의 위액은 pH 1.5~3 정도지만, 독수리의 위산은 pH 1.0 이하로, 자연계에서도 손꼽히는 산성 환경을 자랑한다. 이 강산은 대부분의 세균을 위장에 도달하자마자 파괴한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독수리의 배설물은 그들이 먹은 고기보다 더 위생적일 수 있다. 독소까지 처리하는 이중 방어그러나 썩은 고기 속에는 위..

동식물 이야기 2025.07.19

라텍스(latex), 나무에서 태어난 유연한 기적

By Salim_Khandoker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수액이 아니라 물질이다‘라텍스’라는 단어는 흔히 고무제품과 관련되어 사용되지만, 그 본질은 단순한 고무와 다르다. 라텍스(latex)는 식물이 분비하는 유백색의 점성 있는 액체로, 주로 열대지역의 나무에서 발견된다. 이 액체는 단순한 수액이 아니라, 수많은 미세한 고무 입자가 수분 속에 분산된 콜로이드 상태의 유탁액이다. 라텍스는 수지가 아니라 고무 전구체로, 이를 응고시키고 가공하면 우리가 아는 고무(rubber)가 된다. 어디서 얻는가: 파라 고무나무상업적으로 가장 널리 이용되는 라텍스는 남아메리카 원산의 파라 고무나무(Hevea brasiliensis)에서 얻어진다. 이 나무는 오늘날 ..

동식물 이야기 2025.07.19

휴대폰 배터리, 완전히 방전해야 오래 쓸까?

아직도 유효한 상식일까?휴대폰 배터리를 완전히 다 쓰고 나서야 충전해야 한다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배터리를 끝까지 써야 수명이 길어진다는 식의 조언은 오랫동안 일반적인 ‘상식’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오늘날의 배터리 기술은 과거와 다르다. 이 오래된 조언은 지금도 유효할까? 메모리 효과와 니켈 배터리과거 휴대폰과 휴대용 기기에는 니켈 배터리가 사용되었다. 이 배터리는 메모리 효과(memory effect)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메모리 효과란 배터리를 끝까지 쓰지 않고 충전할 경우, 배터리가 그만큼만 쓰는 걸 정상으로 기억해 실제 용량보다 적게 작동하는 현상이다. 그래서 당시에는 완전히 방전한 다음에야 충전하는 습관이 필요했고, 그것이 곧 배터리 관리의 기준이 되었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사소한 이야기 2025.07.18

클라우드(Cloud)에 파일 저장, 정말 안전할까?

구름 위 저장소, 클라우드는 무엇인가?클라우드(Cloud)는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니다. 스마트폰 사진 백업, 문서 작업, 대용량 파일 공유까지,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형태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클라우드는 데이터를 로컬 기기가 아닌, 인터넷을 통해 접속 가능한 원격서버에 저장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사용자는 파일이 실제로 저장된 장소나 구조를 직접 확인할 수 없지만, 마치 구름에 쌓인 것처럼 보이지 않는 공간에 접근하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대표적인 클라우드 서비스로는 Google Drive, Dropbox, iCloud, OneDrive 등이 있다. 기기 고장이나 분실에 대비한 백업 수단으로, 또 협업과 공유를 위한 플랫폼으로서 클라우드는 분명 편리하다. 하지만 편리함 뒤에는 언제나..

오소리, 땅속 삶에 최적화된 포유류

지하에 성을 짓는 동물오소리(Meles meles)는 족제비과(Mustelidae)에 속하는 중형 포유류로, 유라시아 전역의 숲과 초지에서 서식한다. 이들은 앞발의 강한 발톱을 이용해 지하에 복잡한 굴을 파고, 그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셋(sett)'이라 불리는 이 굴은 보통 4~10개의 출입구와 몇 개의 방, 수십 미터 길이의 터널로 이루어져 있다. 한 무리의 오소리 가족이 여러 해에 걸쳐 이 굴을 유지하고 확장해간다. 지금까지 확인된 가장 큰 오소리 굴은 출입구가 약 40개에 이르며, 총 300미터에 달하는 터널망과 수면·육아용 방들이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특히 영국 남부에서는 면적이 2,000㎡를 초과하는 대형 굴도 발견되었고, 독일 북동부의 한 굴은 무려 1만 ..

동식물 이야기 2025.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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