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청설모와 다람쥐는 어떻게 다를까? — 우리가 몰랐던 숲속 이웃들의 생활

Egaldudu 2026. 10. 25.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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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을 걷다 보면 나무줄기를 타고 순식간에 올라가는 작은 동물을 만날 때가 있다. 길고 풍성한 꼬리를 흔들며 나뭇가지 사이를 뛰어다니는 청설모다. 한편 낙엽이 쌓인 숲 바닥에서는 등에 선명한 줄무늬가 있는 다람쥐가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청설모와 다람쥐는 모두 우리나라 숲에서 살아가는 친숙한 야생동물이다. 둘 다 날렵하고 도토리나 견과류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생김새부터 먹이를 저장하는 방법, 겨울을 보내는 방식까지 여러 가지 차이가 있다.

 

1. 청설모와 다람쥐의 생물학적 분류

청설모와 다람쥐는 모두 설치목 다람쥐과(Sciuridae)에 속하는 포유동물이다. 다람쥐과에는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청설모류뿐 아니라 땅에서 주로 생활하는 다람쥐류, 마멋, 프레리도그 등 다양한 동물이 포함된다.

폴란드 바르샤바의 와지엔키 왕립공원의 붉은청설모(Sciurus vulgaris)

By Rhododendrites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우리나라에서 청설모라고 부르는 동물의 학명은 Sciurus vulgaris이고, 등에 줄무늬가 있는 다람쥐의 학명은 Tamias sibiricus이다. 다람쥐는 분류 체계에 따라 Eutamias sibiricus로 표기하기도 한다.

다람쥐(Tamias sibiricus). 대한민국 경주 석굴암 인근에서 촬영

By J. Patrick Fischer,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두 동물은 같은 과에 속하지만 서로 다른 속과 종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청설모를 넓은 의미의 다람쥐류라고 부를 수는 있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구별하는 청설모와 다람쥐는 서로 다른 동물이다.

 

참고로 청설모는 외국에서 들여온 동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한반도에 자연적으로 분포해 온 토착 야생동물이다.

 

2. 청설모와 다람쥐의 다른 생김새

청설모는 머리와 몸의 길이가 약 21~27cm이고, 꼬리는 15~20cm에 이른다. 몸무게는 보통 300~350g 정도다. 청설모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길고 풍성한 꼬리다. 이 꼬리는 나뭇가지 사이를 뛰어다닐 때 몸의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되며, 추운 날씨에는 몸을 감싸는 역할도 한다.

 

털빛도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나라 청설모는 여름에 등 쪽 털이 적갈색을 띠다가 겨울에는 회갈색으로 바뀌는 경향이 있다. 배 부분은 계절과 관계없이 대체로 흰색이다. 겨울에는 귀 끝에 길게 자라는 털도 눈에 띈다.

 

반면 다람쥐는 몸무게가 대략 90~130g으로 청설모보다 훨씬 가볍다. 등에는 다섯 줄의 검은 세로무늬가 있으며, 그 사이로 밝은색 줄무늬가 이어진다. 이 줄무늬는 다람쥐를 구별하는 가장 확실한 특징이다. 청설모에게는 이런 등줄무늬가 없다.

 

3. 나무 위의 청설모와 땅 위의 다람쥐

청설모는 나무 위 생활에 매우 능숙하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나무껍질을 붙잡고 수직으로 올라가며, 나뭇가지 사이를 멀리 뛰어넘기도 한다.

 

나무 위를 빠르게 이동하려면 주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청설모는 발달한 시각과 청각을 이용해 위험을 감지하고, 나뭇가지의 위치를 살피며 이동한다.

 

다람쥐도 나무를 잘 탄다. 그러나 청설모와 비교하면 숲 바닥에서 활동하는 비중이 높다. 낙엽 사이를 뒤지며 먹이를 찾고, 나무뿌리나 바위 주변에 마련한 굴을 은신처로 이용한다.

 

따라서 청설모는 나무 위에서, 다람쥐는 땅 위에서만 산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두 동물 모두 나무와 땅을 이용하지만 생활의 중심이 다를 뿐이다.

 

4. 다람쥐의 특별한 먹이 운반 가방

다람쥐의 가장 흥미로운 신체 구조 중 하나는 볼주머니다. 다람쥐는 도토리나 씨앗을 발견하면 그것을 바로 먹지 않고 볼주머니에 넣어 운반하기도 한다. 먹이가 많이 들어가면 양쪽 볼이 불룩하게 부풀어 오른다.

볼주머니에 먹이를 가득 담은 다람쥐(러시아 알타이 지방 벨로쿠리하)

By Igor da Bari (Игорь Сокальский)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이 볼주머니 덕분에 다람쥐는 한 번에 여러 개의 씨앗을 안전한 장소로 옮길 수 있다. 먹이를 찾으러 다니는 횟수를 줄이고, 포식자에게 노출되는 시간도 줄일 수 있는 유용한 구조다.

 

청설모에게는 다람쥐처럼 발달한 볼주머니가 없다. 대신 앞발로 먹이를 붙잡아 먹거나 입으로 물어 운반한다.

청설모(Sciurus vulgaris). 폴란드 크라쿠프의 베드나르스키 공원에서 촬영

By Jakub Hałun - Own work, CC BY 4.0, wikimedia commons.

 

청설모가 나뭇가지에 앉아 앞발로 도토리나 잣을 붙잡고 갉아 먹는 모습은 이러한 습성을 잘 보여준다.

 

5. 청설모와 다람쥐의 먹이 저장법

두 동물 모두 먹이가 풍부한 계절에 겨울을 대비한다. 그러나 먹이를 저장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청설모는 먹이를 여러 장소에 나누어 숨기는 습성이 있다. 도토리나 견과류를 땅에 묻거나 나무껍질 틈 등에 감춰 두었다가 필요할 때 찾아 먹는다. 이러한 방식을 분산 저장이라고 한다. 먹이를 한곳에 모아 두지 않기 때문에 일부를 잃어버리더라도 다른 장소에 숨겨 둔 먹이를 이용할 수 있다.

 

반면 다람쥐는 볼주머니에 모은 먹이를 땅속 굴로 운반하여 저장하는 경우가 많다. 다람쥐의 굴은 단순한 구멍이 아니다. 잠을 자거나 새끼를 기르는 공간과 먹이를 저장하는 공간 등이 구분되기도 한다. 굴 안에 마련된 먹이 저장고는 겨울을 견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다람쥐도 먹이를 땅속 여러 곳에 나누어 묻을 수 있다. 두 동물의 차이는 어느 한쪽만 특정 저장 방식을 사용한다는 뜻이 아니라, 주로 이용하는 방식과 저장 장소가 다르다는 의미다.

 

6. 청설모와 다람쥐의 겨울나기

청설모와 다람쥐의 가장 큰 생태적 차이 가운데 하나는 겨울을 보내는 방법이다.

 

청설모는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 추운 겨울에도 먹이를 찾아 활동한다. 다만 눈보라가 치거나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에는 둥지에 머무르며 활동을 줄인다. 겨울철 청설모가 먹이를 구할 수 있는 것은 가을에 미리 저장해 둔 도토리와 견과류 덕분이다.

 

반면 다람쥐는 겨울이 되면 동면에 들어간다. 체온과 신진대사를 낮춰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그렇다고 겨울 내내 한 번도 깨지 않고 잠만 자는 것은 아니다. 동면 도중 주기적으로 깨어나 굴 안에 저장해 둔 먹이를 먹기도 한다. 이 때문에 다람쥐에게는 가을철 먹이 수집이 특히 중요하다. 겨울을 무사히 넘기기 위한 준비이기 때문이다.

 

7. 청설모와 다람쥐의 식성

청설모와 다람쥐는 흔히 도토리를 먹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도토리와 잣, 호두 같은 견과류와 여러 식물의 씨앗은 중요한 먹이다. 그러나 두 동물 모두 식물성 먹이만 먹는 것은 아니다.

 

청설모는 나무의 씨앗과 열매, 버섯 등을 먹으며, 때로는 곤충이나 새의 알 같은 동물성 먹이도 섭취한다.

다람쥐 역시 씨앗과 열매를 주로 먹지만 곤충이나 다른 작은 동물을 먹기도 한다.

 

따라서 두 동물은 식물성 먹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먹이를 이용하는 잡식성 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

 

8. 숲에 나무를 심는 작은 동물들

청설모와 다람쥐는 숲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을에 도토리나 씨앗을 땅속에 묻어 두었다가 일부를 찾아 먹지 못하면 남겨진 씨앗이 적절한 조건에서 싹을 틔워 새로운 나무로 자라기도 한다.

 

청설모와 다람쥐는 먹이를 저장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씨앗을 퍼뜨리는 셈이다. 생태학에서는 이러한 역할을 종자 산포라고 부른다. 다람쥐는 버섯을 먹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균류의 포자를 퍼뜨리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물론 두 동물이 언제나 숲에 이로운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씨앗을 먹어 없애기도 하고, 청설모는 잣이나 호두 같은 임산물에 피해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먹이 활동과 저장 행동은 숲속 생물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자연스러운 생태적 관계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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