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지리 이야기 16

왜 파도는 해변에 평행하게 밀려올까?

해변에 서서 파도를 바라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눈에 들어온다. 파도가 해안선을 따라 거의 나란히 도달한다는 점이다. 바람이 바다를 휘저으며 만들어낸 이 물결이 어떻게 그렇게 반듯하게, 마치 정렬된 것처럼 밀려올 수 있을까? 그 이유는 바다의 깊이, 파도의 속도, 그리고 물리법칙이 만드는 정교한 변화 속에 숨어 있다. 처음에는 바람을 따른다먼 바다에서 파도는 바람에 의해 생성된다. 바람이 수면을 밀어 올리며 일으킨 에너지가 파동 형태로 전달되고, 이 에너지는 먼 거리까지 이어진다. 이때 파도의 진행 방향은 바람의 각도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처음 파도가 만들어질 때 꼭 해변을 향해 정렬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파도는 해변에 대해 어느 정도 비스듬한 각도로 다가온다. 하지만 해안에 ..

꽃이 피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 데시에르토 플로리도(Desierto Florido)

By Pato Novoa from Valparaíso, CC BY 2.0, wikimedia commons.지구에서 가장 메마른 사막, 아타카마칠레 북부에 위치한 아타카마 사막(Atacama Desert)은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으로, 연평균 강수량이 약 1~3mm에 불과하다. 이처럼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특정한 조건이 맞춰지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평소엔 황량하던 사막에 꽃이 피어나고,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현지에서는 이 현상을 데시에르토 플로리도(Desierto Florido, ‘꽃이 피는 사막’)라고 부른다. 엘니뇨가 만든 생명의 틈이 현상은 단순한 강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태평양에서 발생하는 해양 이상 현상, 엘니뇨(El Niño)가 핵심 배경이다. 엘니뇨는 해수면 온도를 상승시키..

왜 바닷물은 짜고, 강과 호수는 짜지 않을까?

지구 표면의 70%는 물로 덮여 있지만, 그 물이 모두 같은 성질을 가진 것은 아니다. 강과 호수의 물은 우리가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담백한 반면, 바닷물은 짜다. 그렇다면 이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바다는 태초부터 짰을까? 아니면 짠맛은 지질학적 시간 속에서 차곡차곡 쌓인 결과일까? 짠맛의 기원은 육지에서바닷물의 짠맛은 육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바람과 비는 오랜 시간 동안 산과 언덕, 평야의 암석과 토양을 조금씩 침식시키며 무기질을 떼어낸다. 이 무기질 가운데는 염화나트륨, 즉 우리가 말하는 소금의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강물에 실려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사실, 강물에도 염분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그 농도는 매우 낮아서 인간의 미각으로는 감지할 수 없을 정도다. 호수 또한 마찬가지다..

세계 기후변화: 멈추지 않는 지구의 경고

By RCraig09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지구적 온난화 지구는 지금, 수십만 년 동안 겪어본 적 없는 속도로 뜨거워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바다, 대기, 육지, 극지방의 얼음, 심지어 생물권 전체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경고한다. 기온 상승은 지구 곳곳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으며, 단순히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닌 전 지구적 위기다. 일부 예외 지역도 있다. 북대서양의 일부 해역에서는 오히려 수온이 낮아지는 현상이 관측됐는데, 이는 북대서양 해류 약화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남극해 일부 지역의 냉각 현상도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예외적인 사례들을 제외하면, 오늘날의 온난화는 전례 없는 규모와 속도를 보인다. 지구 평균 기온..

왜 해수면이 상승하는가

By NASA Earth RIght Now,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위성 자료에 따르면 20세기 후반부터 지구 평균 해수면은 약 20~25cm 높아졌고, 상승 속도는 최근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히 얼음이 녹아서 바다가 넘친다는 수준을 넘어선, 복합적인 물리 현상의 결과다. 해수면 상승의 열 팽창 효과해수면 상승의 주 원인은 우선 열 팽창이다. 바닷물은 따뜻해질수록 부피가 팽창하는 성질을 지닌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온도는 꾸준히 상승해왔고, 그 열의 상당 부분을 바다가 흡수해 왔다. 특히 상위 700m 해양층의 온도 상승이 두드러지지만, 심층 해양까지도 점진적인 온도 증가가 관측되고 있다. 국제 기후 보고서(IPCC)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간 측정된..

토네이도(Tornado), 자연의 가장 무서운 소용돌이

By Justin1569 at English Wikipedia, CC BY-SA 3.0, wikimedia commons.토네이도, 가공할 소용돌이우리는 뉴스 화면이나 다큐멘터리에서 토네이도가 땅을 휩쓸며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장면을 자주 본다. 토네이도는 시속 수십 킬로미터로 이동하면서, 내부의 강력한 소용돌이 바람으로 집을 무너뜨리고 차량을 공중으로 날려버린다. 그 모습은 자연의 위력을 실감하게 만든다. 도대체 어떤 기상 현상이 이처럼 가공할 만한 소용돌이 바람을 만들어내는 걸까? 토네이도의 형성 과정토네이도(일명 Twister)는 강력한 대기 불안정성과 극단적인 온도·습도 차이가 충돌하면서 형성된다. 가장 전형적인 과정은 다음과 같다.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지표면 가까이에 머문다.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열대우림의 감소와 그 영향

숲의 감소, 숫자로 보는 현실한글 위키백과에 따르면 열대우림을 포함한 열대 지역의 숲은 전 세계 산림 면적의 약 45%를 차지하며, 남미 아마존, 중앙아프리카 분지, 동남아시아에 분포한다. 세계 산림자원평가(Global Forest Resources Assessment, FAO)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약 1억 7800만 헥타르의 삼림이 사라졌다. 이 중 상당 부분이 열대우림에 해당한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경우,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 위성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0년까지 브라질 아마존 지역에서 수천만 헥타르 규모의 숲이 파괴됐다. 이는 한반도 전체 면적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열대우림 파괴의 주요 원인은 소 사육을 위한 초지 확장, 대두(콩) 재배, 불법 벌목, ..

메르카토르(Mercator) 도법, 바다에서 탄생한 왜곡

항해가 지도를 바꾼 순간16세기, 유럽은 바다로 나가기 시작했다. 콜럼버스, 바스코 다 가마, 마젤란의 항로는 인간의 지리 인식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하지만 대륙의 모양을 그리는 일보다 더 시급했던 문제가 있었다. 나침반을 들고 배를 몰 때, 실제 항로와 지도 위 경로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현실이었다. 플랑드르 출신의 지도 제작자, 게라르두스 메르카토르(Gerardus Mercator)는 이 문제에 천착했다. 1569년, 그는 항해에 최적화된 새로운 세계 지도를 세상에 내놓는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까지 익숙하게 쓰이는 메르카토르 도법의 시작이었다. 방위를 정확히, 면적을 희생하다메르카토르 지도는 지구를 원통으로 감싸듯 투영한 뒤 평면으로 펼치는 구조를 가진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방향의 정확성이다...

골든 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 세계 마약의 심장부

Voice of America,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동남아시아의 울창한 산악 지대, 미얀마 북동부, 라오스 북서부, 태국 북부가 만나는 국경 지대. 이곳은 단순한 변방이 아니다. 국제사회가 '골든 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 황금의 삼각지대)'이라 부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마약 생산·밀매 거점 중 하나다. 1. 골든 트라이앵글의 정확한 위치 골든 트라이앵글은 미얀마, 라오스, 태국 세 나라 국경이 교차하는 접경 지역을 가리킨다. 특히 미얀마 북동부 샨 주(Shan State)는 이 지역의 중심으로, 해발 1,000m가 넘는 험준한 산악지형과 밀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지형은 정부의 통제를 어렵게 만들며, 무장 세력과 마약 조직이 활동하기에 유리한 환경..

세상에 단 4개, '왕 없는 군주제' 공국과 대공국 이야기

군주제라면 먼저 왕이나 여왕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세계에는 그 통념을 비껴가는 국가들도 있다. '왕 없는 군주제 국가'라는 독특한 체제를 가진 네 곳, 바로 공국과 대공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이다. 규모는 작지만 모두 국제사회에서 엄연한 독립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서론: 공국과 대공국, 다른 군주제의 흔적유럽의 봉건 질서 속에서 '공(Prince)', '대공(Grand Duke)'이라는 칭호는 왕보다 한 단계 낮지만, 때로는 독립적인 군주국의 상징으로 사용됐다. 그렇게 탄생한 공국과 대공국들은 왕국 없이도 고유의 군주제를 유지하며 오늘날까지 명맥을 이어왔다. 1. 모나코(Monaco), 도시국가의 끝판왕 By Villy Fink Isaksen - Own work, CC BY-SA 4.0, wi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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