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용어들 73

아프기 위해 아픈 사람들, 뮌하우젠 증후군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고통을 피하려는 방향으로 나타나지만 뮌하우젠 증후군은 그와는 대척점에 서 있다.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아프지 않아도 스스로 병든 사람처럼 행동하거나, 실제로 자해를 하면서까지 병원을 찾아간다. 치료 과정 자체가 반복되고, 끊임없이 병력을 꾸며내며 이들은 환자로서의 역할에 몰두한다. 뮌하우젠 증후군(Munchausen syndrome): 명칭의 유래‘뮌하우젠 증후군’이라는 명칭은 독일 출신의 루돌프 라스페가 1785년에 영어로 쓴 속칭 『뮌하우젠 남작(Baron Munchausen)』이란 소설 속 동명의 주인공에서 유래한다. 허황된 거짓말을 늘어놓는 이 캐릭터는 18세기 독일 귀족 히로니무스 폰 뮌히하우젠(Hieronymus von Münchhausen)을 모델로, 그 위에..

공정무역(fair trade), 착한 소비를 넘어선 구조적 질문

공정무역은 개발도상국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고, 환경과 노동조건을 함께 고려하는 국제 무역운동이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빈곤 완화, 지속 가능한 생산, 사회적 책임에 참여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공정무역의 의미공정무역(fair trade)은 겉보기에 가난한 나라를 돕는 방식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본질은 단순한 원조가 아니다. 이는 세계화의 한계를 드러내고, 보다 공정한 거래 관계를 모색하는 윤리적 실천이다. 그 시작은 1940~50년대 유럽과 미국의 종교단체, 시민단체가 개발도상국의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고자 했던 운동이다. 이후 1988년, 네덜란드에서 ‘막스 하벨라르(Max Havelaar)’라는 이름의 공정무역 커피가 시장에 등장하며 국제 인증 체계가 본격화되었다. 이..

파레토 법칙: 80%를 설명하는 20%의 힘

경제학에서 출발한 통찰‘파레토 법칙(Pareto Principle)’은 사회와 경제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불균형의 패턴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1906년,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는 이탈리아 국민 중 약 20%가 전체 토지의 80%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이 단순한 통계는 그 이후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했으며, 단순한 경제 현상을 넘어 복잡한 구조 속에서 핵심 요인을 식별하는 틀로 자리 잡게 된다. 숫자가 아니라 구조를 보는 법칙이 법칙에서 말하는 ‘80대 20’이라는 비율은 어디까지나 상징적인 표현이다. 현실에서 정확히 80%와 20%의 비율이 적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어떤 상황에서는 70:30이 되기도 하고, 90:10이나 95:5처..

리플리 증후군: 거짓말이 정체성이 될 때

1. 영화에서 시작된 용어‘리플리’라는 캐릭터는 미국 작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의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The Talented Mr. Ripley, 1955)』에서 처음 등장한 인물이다. 이후 총 5부작으로 이어지는 ‘리플리 시리즈’의 주인공인 이 캐릭터는 타인의 삶을 도용하고 거짓된 정체성 속에서 살아가며, 자기기만을 일삼는 존재로 묘사된다.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이라는 표현은 정신의학의 정식 용어는 아니다. 맷 데이먼이 주연한 1999년 영화 《재능 있는 미스터 리플리》 이후, 주인공 리플리의 행동 양식을 설명하기 위해 언론과 심리 담론에서 임의로 만들어진 용어로 보인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리플리는 살인을 저지른 후, 자신이 동경..

기후 위기와 탄소 발자국, 그린 뉴딜, 에코 디자인

지구가 더워진다는 말은 더 이상 은유가 아니다. 기후변화는 각국의 정책과 산업 전략, 소비자의 생활방식까지 뒤흔들고 있다. 이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여기서 몇 가지 주요 대응 전략을 살펴보자. 1. 탄소 발자국 (Carbon Footprint)탄소 발자국은 인간의 활동이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의미하며, 이를 이산화탄소(CO₂)로 환산해 수치화한다. 교통수단, 전기 사용, 식생활 등 일상의 거의 모든 것이 탄소 발자국을 남긴다. 이 개념은 기업의 ESG 보고서나 상품포장에 표시되기도 하며,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에서도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생활 속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실천이 바로 저탄소 라이프의 핵심이다. 2. 그린 뉴딜 (Green New Deal)그린 뉴딜은 환경과 경제를 ..

그린워싱(Greenwashing): 말뿐인 친환경의 진실

용어의 기원그린워싱(Greenwashing)은 1986년, 미국 환경운동가 제이 웨스터벨드(Jay Westerveld)의 비판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한 호텔이 '환경 보호'를 이유로 수건 재사용 캠페인을 펼쳤지만 웨스터벨은 그 목적이 비용 절감에 있었음을 지적했다. 이후 '그린워싱'은 실제보다 친환경적인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업의 위장전략을 의미하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눈속임의 방식그린워싱은 대개 광고 문구나 포장 디자인에서 드러난다. 예컨대 '자연 유래 성분'이나 '친환경 공정'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기준이 모호하거나 근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녹색 배경과 나뭇잎 모양의 라벨이 붙어 있다고 해서 그 제품이 환경에 이로운 것은 아니다. 제품의 일부분만 개선한 뒤, 마치 전반적으로 지속가..

평균 이상 효과 (Better-than-average Effect)

목차1. 자기 평가에서 나타나는 편향 2. 평균 이상 효과란 무엇인가 3. 심리적 배경과 연구 사례 4. 일상에서 드러나는 평균 이상 인식 5. 효과의 양면성: 자신감과 착각 사이 6. 자신을 돌아보는 태도의 중요성 1. 자기 평가에서 나타나는 편향사람은 스스로를 평가할 때 객관적인 기준보다 본인의 기대나 희망에 따라 판단하는 성향을 드러낸다. 거울을 보며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라고 생각하거나, 명확한 근거 없이 자신의 능력을 평균 이상으로 평가한다. 이런 경향은 단순한 자만심이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심리 현상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진행된 한 조사에 따르면 운전자의 약 80%가 자신의 운전실력을 평균 이상으로 평가했다. 수학적으로 불가능한 수치지만 이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다..

바넘 효과와 포러 효과: 나만을 위한 말처럼 느껴지는 이유

누구에게나 맞는 말, 왜 내 얘기처럼 들리지 “당신은 남들에게 밝은 모습을 보이지만, 내면적으론 때때로 고독을 느낍니다.” “당신은 규칙을 존중하지만, 때때로 충동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합니다.”이런 문장을 읽고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바넘 효과(Barnum Effect)를 경험한 것이다. 사람들은 막연하고 일반적인 진술을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처럼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 실험으로 입증된 보편적 심리현상이다. 포러의 실험: 모두에게 들어맞는 하나의 분석1948년, 심리학자 버트럼 포러(Bertram R. Forer)는 한 가지 실험을 고안했다. 그는 학생들의 성격 심리 검사를 시행한 뒤 그 결과를 각자에게 나눠주었다. 학생들은 그 실험 결과의..

도시 전설과 가짜 뉴스의 차이

예전에 국만학교 다닐 때를 떠올려보자. 이상하게도 소풍만 가면 비가 왔다. 거의 매년 반복되던 그 이상한 우연에, 아이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돌았다. “우리 학교 소사가 이무기를 죽여서 그렇대.”처음엔 장난처럼 들렸지만, 의외로 다들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다. 설명할 길 없는 일이 계속되면 사람들은 그 안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어진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과연 도시 전설일까? 아니면 일종의 가짜뉴스일까? 도시 전설 (Urban Legend)도시 전설 또는 현대 전설(contemporary legend)은 짧고 기이한 일화 형식의 이야기다. 대부분 출처가 불분명하고 등장인물은 익명으로 처리되어 진위를 확인하기 어렵다. 인터넷, 메신저, 입소문 등을 통해 빠르게 퍼지며, 때로는 밈처럼 소비되기도 ..

완장 효과: 권한이 인간을 바꾸는 순간

일상의 완장우리는 일상에서 가끔 이런 말을 듣는다. “완장 차더니 사람이 변했어.” 여기서 말하는 ‘완장’은 단순한 천 조각이 아니다. 그것은 권력의 상징이며, 역할의 무게다.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는 그 완장 하나로 행동의 방식, 말투, 심지어 인간관계까지 바뀐다. 이러한 현상은 공식적인 심리학 용어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니지만, ‘완장 효과’라는 말로 한국 사회에서 널리 통용된다. 주차 안내 요원, 아파트 경비원, 학생회 임원, 군대 분대장 등등. 제도적으로 큰 권한을 가진 건 아니지만, 특정 상황에서 상대에게 명령할 수 있는 위치에 놓이면 평범했던 사람이 갑작스럽게 권위적이고 통제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이 바로 완장 효과다. 문학 속, 윤흥길의 『완장』이 심리를 가장 생생하게 포착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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