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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총새(Common Kingfisher), 물가의 정밀 사냥꾼

물총새(Alcedo atthis)는 물가 환경에 적응한 생태적 구조와 뛰어난 시각 능력을 지닌 조류이다. 청록색과 주황색이 대비되는 깃털 때문에 쉽게 눈에 띄지만, 이 새의 진짜 특징은 물고기를 정확하게 낚아채는 정밀성에 있다. 서식지와 생활 방식물총새는 하천, 연못, 하구 등 흐름이 완만하고 먹이가 풍부한 수역을 선호한다. 일 년 대부분을 단독으로 생활하며 강한 영역성을 보인다. 번식기는 봄부터 여름까지이며, 먹이가 충분하면 한 해에 두세 차례 번식하기도 한다. 둥지는 절벽이나 제방의 흙벽을 파서 만든 터널 형태이다. 이 터널은 보통 50cm에서 최대 1m까지 들어가며, 가장 안쪽에 알을 낳고 번식하는 작은 방이 있다. 편광 시력을 가진 사냥꾼물총새가 물고기를 포착하는 능력은 시각적 구조 덕분이다. 물..

동식물 이야기 2025.12.11

밥을 데워 먹는 것이 위험할 수 있는 이유

갓 지은 따뜻한 밥은 안전한 음식이다. 그러나 조리된 밥이 얼마나 안전하게 유지되는지는 보관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많은 사람들은 밥이 다른 식품처럼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밥은 그 구조와 수분 특성상 미생물이 자라기 쉬운 환경을 갖고 있어, 부적절하게 보관하면 실제로 위험해질 수 있다. 쌀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포자쌀에는 바실러스 세레우스(Bacillus cereus)라는 박테리아의 포자(spore)가 자연적으로 존재한다. 포자는 일반적인 조리 온도에서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 형태이다. 다시 말해, 밥을 아무리 잘 지어도 포자 자체는 일정량 남아 있을 수 있다. 이는 비정상적인 일이 아니라, 곡류 전반에서 관찰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보관 방식에 따라 달라..

사소한 이야기 2025.12.05

완보동물(Tardigrade): 가장 강인한 미세 생명체

By Schokraie, Warnken et al. (2012), CC BY 2.5, wikimedia commons. 완보동물이란 무엇인가완보동물(Tardigrade)은 물곰(water bear) 또는 곰벌레라고도 불리며, 지구에서 가장 생존력이 강한 생물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평균 크기는 0.5mm 이하로 매우 작아 육안으로는 관찰하기 어렵지만, 현미경으로 보면 네 쌍의 짧은 다리를 사용해 천천히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Tardigrada’라는 학명은 라틴어 tardus(느린)와 gradi(걷다)에서 유래했으며, 1777년 이탈리아 생물학자 라차로 스팔란차니(Lazzaro Spallanzani)가 처음 사용했다. 완보동물은 동물계에 속하며 독립적인 분류군을 형성한다. 절지동물이나 연..

동식물 이야기 2025.12.01

쇠똥구리(dung beetle), 분변 위에서 만들어낸 생태 전략

분변을 먹는 곤충 쇠똥구리는 풍뎅이과(Scarabaeidae)의 곤충으로 초식동물의 분변을 주요 자원으로 삼는다. 초식동물의 배설물에는 소화되지 않은 식물 성분과 미생물, 각종 화합물이 남아 있어 작은 곤충에게는 충분한 영양원이 된다. 쇠똥구리는 이 자원을 빠르게 탐지해 접근하고, 필요한 만큼 확보하여 생태계 안에서 독특한 역할을 형성해 왔다. 분변이 흔한 환경에서는 이 자원을 먼저 처리하는 곤충이 생태적 이점을 갖게 되며, 쇠똥구리는 그 구조에 잘 적응한 사례이다. 공 모양을 만드는 이유쇠똥구리가 분변을 굴리는 행동의 핵심은 단순한 이동의 용이성이 아니라, 먹이를 보호하고 저장하려는 목적에 있다. 공처럼 압축된 덩어리는 먹이를 안전한 장소로 옮기기 위한 방식이며, 지상에 그대로 남아 있는 분변보다 경쟁..

동식물 이야기 2025.11.19

가장 작은 원숭이, 피그미마모셋(pygmy marmoset)

아마존 열대우림에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영장류가 살고 있다. 피그미마모셋(pygmy marmoset)은 현존하는 원숭이 가운데 가장 작은 종으로, 그 작은 몸집 속에 정교한 생존 전략을 품고 있는 동물이다. 크기는 작지만, 이들의 생태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1. 작은 몸집, 정교한 구조피그미마모셋의 체중은 110g 안팎, 몸길이는 약 13cm에 불과하다. 이 작은 몸은 단순한 특징이 아니라, 나무 위에서 살아가기 위한 구조적 장점이 된다. 근육과 골격은 수직 도약에 최적화되어 있어, 몸길이의 수십 배에 이르는 5m 거리를 한 번에 뛰어넘는다. 작은 체구가 오히려 나무 사이를 빠르게 이동하는 데 유리한 셈이다. 2. 수액을 먹는 원숭이 피그미마모셋의 식성은 영장류 중에서도 독특한 편이다. 이들은 길..

동식물 이야기 2025.11.19

물고기는 통증을 느낄까?

— 과학이 밝혀낸 ‘조용한 생명’의 감각 — 1. 서론: 오래된 믿음의 배경물고기는 얼굴을 찡그리지도, 울음소리를 내지도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 동물이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다. 고통을 드러나는 표정과 소리를 기준으로 판단해 온 인간의 관점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은 이 오래된 믿음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2. 통증의 기초 ᅳ 통각수용기통증 연구의 출발점은 통각수용기(nociceptor)의 존재이다. 통각수용기는 조직이 손상되거나 위험 자극이 발생했을 때 이를 감지하는 신경 구조다. 어류에도 이런 수용기가 분포한다는 사실이 해부·생리 연구에서 확인되었다. 즉, 물고기 역시 유해 자극을 감지할 수 있는 기본적인 신경체계를 가지고 있다. 3. 행동 실험이 보여준 반응어류의 통증 가능성..

동식물 이야기 2025.11.18

식기세척기(dishwasher)의 발명 – 조세핀이 만든 일상 혁신

오늘날 주방 가전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식기세척기는 한 사람의 불편한 경험에서 출발한 발명품이다. 미국 오하이오주 애쉬타불라(Ashtabula) 카운티에서 태어난 조세핀 코크런(Josephine Cochran, 1839 ~ 1913)은 아끼던 도자기 접시들이 손 세척 도중에 깨지는 것을 보고 새로운 방식을 고민했다. (1) 물의 압력을 이용한 구조와 상업화초기에는 손으로 돌리거나 솔로 문지르는 실험적 장치가 일부 있었지만, 식기를 고정한 채 물을 분사해 자동으로 세척하는 구조는 조세핀 코크런이 처음으로 실용화했다. 그녀의 세척기는 구리 보일러에서 데운 비눗물을 모터 구동 장치가 식기 위로 분사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1886년 12월 28일 그녀는 이 설계를 “Dish-Washing Machine”이라는..

발명품 이야기 2025.11.16

피그미 파인샙(Pygmy Pinesap) - 죽은 척하는 식물, 자연의 은밀한 전략

By Jasper Shide - Own work, CC0, wikimedia commons. 위장으로 살아남는 피그미 파인샙미국 동부 숲에 사는 피그미 파인샙(Pygmy Pinesap, Monotropsis odorata)은 멀리서 보면 말라붙은 잎더미처럼 보이는 독특한 식물이다. 분홍빛 꽃과 보라색 줄기를 숨기며 주변 낙엽과 비슷한 외형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천적에게 눈에 띄지 않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실제로 이런 위장이 없다면 이 식물은 네 배 더 자주 먹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죽은 척하는 모습”은 생존에 꼭 필요한 장치다. 보호와 번식 사이의 딜레마하지만 위장은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모습이 너무 눈에 띄지 않다 보니 수분을 도와줄 곤충들조차 식물을 발견하기 어려워지는 역설이 생긴다..

동식물 이야기 2025.11.15

사람의 1년은 개의 7년, 이 공식 맞을까?

1. 익숙한 공식, 그러나 단순하지 않다“개의 1년은 인간의 7년”이라는 말은 오랫동안 상식처럼 퍼져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개의 성장 속도는 인간과 전혀 다른 리듬을 갖고 있으며, 품종과 크기에 따라 노화의 속도도 크게 달라진다. 2. 나이보다 ‘단계’로 이해하기개의 나이를 이해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생애 주기별로 대응시키는 것이다.출생~6개월: 인간의 유아기에서 유치원기6개월~1년 반: 인간의 청소년기1~6년: 20세에서 40세 사이 인간의 활동기(성년기)7~9년: 중년기(인간의 50세~60세)10년 이후: 노년기(특히, 12~13세 이후는 인간의 70세 이상)즉, 단순히 나이에 7을 곱하기보다, 각 시기가 어떤 단계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작은 개는 ..

동식물 이야기 2025.11.11

제철 과일과 채소, 자연이 정해준 가장 완벽한 타이밍

우리는 이제 계절과 상관없이 어떤 과일이나 채소든 살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제철이 아닌 음식은 환경에도, 건강에도, 그리고 맛에서도 손해다. 1. 계절은 몸의 언어를 알고 있다‘제철 음식’이란 단순히 수확 시기를 뜻하지 않는다. 그건 자연이 완숙한 순간에 내어주는 식재료, 그리고 우리 몸이 그 시점에 가장 필요로 하는 영양을 담은 식품을 의미한다. 여름의 오이, 수박, 토마토는 체온을 낮추고 수분을 보충한다. 반대로 겨울의 양배추, 브로콜리, 무 같은 십자화과 채소는 체내 열 생성을 돕고, 면역 기능을 강화한다. 이건 단순한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계절과 생리 리듬이 맞물려 작동하는 자연의 조화다. 2. 신선함은 곧 영양이다과일과 채소의 영양 가치는 수확 시점에 최고조에 달했다가, 시간이 ..

동식물 이야기 2025.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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