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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돌 속의 금속, 티타늄의 발견
1791년, 영국의 성직자 윌리엄 그레거(William Gregor)는 광물을 분석하던 중 낯선 성분을 발견했다. 오늘날 ‘티타늄(Titanium)’으로 불리는 이 물질은 당시에는 산화물 형태로 존재해 있었다. 순수한 금속 상태가 아닌라 일종의 돌에 가까운 상태였다.
1795년, 독일의 화학자 마르틴 클라프로트(Martin Klaproth)는 그 새로운 원소에 고대 신화 속 거대한 신족 ‘타이탄(Titan)’의 이름을 빗대어 ‘티타늄(Titanium)’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이름이 붙었다고 해서 곧바로 활용된 것은 아니었다.
2. 티타늄이 철보다 어려운 이유
티타늄은 특이하게도 산소, 질소, 수소와 결합하려는 성질이 강하다. 이 때문에 티타늄을 금속 상태로 분리해내기가 매우 어려웠다. 철이나 알루미늄처럼 고온에서 녹이는 방식이 통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 동안 과학자들은 티타늄 정제에 번번이 실패했고, 티타늄은 이름만 남은 ‘쓸 수 없는 금속’에 머물러 있었다.
3. 금속 티타늄(metallic titanium)의 탄생
전환점은 1932년에 찾아왔다. 룩셈부르크 출신의 금속공학자 윌리엄 크롤(William Kroll)이 티타늄의 정제방법을 개발했다. 그는 마그네슘을 이용해 티타늄 사염화물에서 산소를 제거하는 방식, 이른바 ‘크롤 공정(Kroll process)’을 확립했다.
이 기술은 오늘날에도 금속 티타늄의 주된 생산방식으로 쓰이고 있다. 크롤의 기술 덕분에 티타늄은 드디어 산업 재료로 자리 잡게 되었다.
By Jurii, CC BY 3.0, wikimedia commons.
4. 강철만큼 강하고 무게는 절반
불순물을 제거한 금속 티타늄은 놀라운 물성을 지녔다. 강도는 강철만큼 강하면서도 무게는 절반 수준이다. 또 부식에 강하고 인체에도 안전해 의료용으로도 쓰인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항공기, 우주선, 잠수함, 고급 자전거, 인공 뼈, 톱니바퀴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단순한 ‘희귀 금속’이 아니라, 성능 자체로 독보적인 소재가 된 것이다.
By W. Oelen,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5. 발명이란, 때로는 ‘쓸 수 있게 만드는 기술’
티타늄은 자연 속에 존재하던 성분이었지만 오랫동안 쓸 수 없는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그것을 현실적으로 사용 가능한 재료로 바꾼 것은 기술이었다. 금속 티타늄은 ‘발견’에서 ‘활용’으로 이어지는 그 경계에서 태어난 발명품이라고 할 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