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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단맛을 좋아할까?

처음부터 익숙한 맛사람이 단맛을 좋아하는 경향은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된다. 태아는 양수를 마시며 성장하는데, 양수의 기본 맛은 단맛이다. 출생 후 마주하는 모유 역시 단맛을 지니고 있다. 즉, 단맛은 인간이 처음 접하는 맛이며, 생애 초기에 형성되는 미각 경험은 이후의 식습관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 단맛은 말 그대로 선천적인 호감의 대상이다. 뇌가 단맛을 선호하는 이유우리는 혀에 존재하는 수천 개의 미뢰(미각 수용체)를 통해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을 구별한다. 단맛이 입에 닿는 순간, 그 자극은 신경을 타고 뇌로 전달되고, 뇌는 이를 ‘긍정적 자극’으로 해석한다. 그 과정에서 도파민 등 이른바 ‘행복 호르몬’이 분비되며 쾌감이 동반된다. 단맛은 단순한 미각 자극을 넘어서 보상 체계와 직결되..

사소한 이야기 2025.07.31

과일과 채소의 차이, 어디서 갈릴까?

목차1. 서론: 일상적 기준의 모호성 2. 식물학적 기준: 열매냐, 뿌리냐, 줄기냐 3. 과수 vs 채소: 나무냐 풀이냐 4. 바나나는 과일 5. 문화와 법에 따른 분류 6. 결론: 하나의 정답은 없다 서론: 일상적 기준의 모호성사과는 과일이고, 오이는 채소다. 바나나는 과일이고, 당근은 채소다. 이렇게 말하면 아주 명확해 보이지만, 과연 그렇게 간단한 일일까? 사람들은 흔히 맛이나 조리 방식에 따라 과일과 채소를 구분한다. 달콤하면 과일, 덜 달고 짭짤하면 채소라고 생각하거나, 생으로 먹으면 과일, 익혀 먹으면 채소라는 식이다. 그러나 이 기준은 곧바로 무너진다 오이나 당근, 파프리카는 생으로 먹어도 맛있고, 사과는 겨울철에 따뜻하게 구워 먹기도 하며, 주키니나 당근으로는 달콤한 케이크를 만들기도 한..

동식물 이야기 2025.07.31

가는 머리카락이 질긴 이유

우리가 흔히 하는 오해우리는 머리카락이 가늘수록 약하다고 여긴다. 특히 어린아이의 머리카락처럼 부드럽고 가는 털은 쉽게 끊어질 것처럼 보인다. 반대로 굵고 단단한 머리카락은 강하고 질길 것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는 이와 다르다. 실제로는 가는 머리카락이 오히려 더 질긴 특성을 가지고 있다. 실험으로 확인된 사실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UCSD)의 연구진은 다양한 머리카락을 대상으로 인장 강도 실험을 진행했다. 유럽인을 포함한 여러 인종의 머리카락을 분석한 결과, 평균 직경은 약 0.06~0.08밀리미터였고, 이보다 더 가는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굵은 머리카락보다 가는 머리카락이 더 오래 버티고 더 늦게 끊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사소한 이야기 2025.07.31

지구 상에 가장 깊은 협곡은 어디일까, 그랜드 캐니언?

우리가 흔히 ‘깊다’라고 할 때 떠올리는 곳은 아마도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일 것이다. 깊고 넓은 붉은 협곡은 미국 서부의 상징처럼 알려져 있고, 수백 미터 아래로 깎아지른 절벽은 사진으로만 봐도 압도적이다. 하지만 진짜 질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지구에서 가장 깊은 협곡은 정말 그랜드 캐니언일까? 가장 깊은 바다 협곡: 마리아나 해구By I, Kmusser, CC BY 2.5, wikimedia commons. 지구 전체에서 가장 깊은 지형은 단연 마리아나 해구(Mariana Trench)다. 태평양 서부 괌 인근에 위치한 이 해구는 가장 깊은 지점인 챌린저 딥(Challenger Deep)에서 해수면 아래 약 10,984m까지 내려간다. 이곳은 인류가 물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한계점에..

코파일럿(Copilot), 윈도우 속 인공지능 도우미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운영체제에 인공지능 기능을 점점 더 깊이 통합하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Copilot(코파일럿)이라는 AI 도우미의 등장이다. 이름은 낯설지만, 사용 방식은 매우 직관적이고 단순하다. Copilot이란 무엇인가Copilot은 윈도우 11에 탑재된 인공지능 기반 도우미다. 질문에 답하고, 글을 작성하며, 일부 간단한 시스템 설정이나 프로그램 실행도 대신할 수 있다. 마치 대화하듯 입력하면 AI가 이를 이해하고 실행해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요청이 가능하다.이사 상자에 책 몇 권이 들어가는지 계산해줘4천만원 이하 전기차 목록 작성해줘버스회사에 보낼 항의문 작성해줘윈도우 바탕화면 설정 열어줘Copilot 실행 방법Copilot은 일반적으로 작업표시줄을 통해 ..

사소한 이야기 2025.07.31

포디움(Podium), 위계를 드러내는 구조

'작은 발'에서 시작된 말‘포디움(podium)’은 고대 그리스어 ‘ποδιόν(podion)’에서 유래한다. 이 단어는 ‘발’을 뜻하는 ‘πούς(pous)’에서 파생된 것으로, ‘작은 발’ 또는 ‘발판’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여기서 ‘작다’는 것은 크기라기보다는 기능적인 의미, 즉 무언가를 받치고 지지하는 구조물이라는 뜻에 가깝다. 포디움은 원래 건축물이나 구조물을 지면 위로 들어 올리기 위한 받침 구조물을 의미했다. 로마 건축에서의 포디움이 발판은 고대 로마에서 건축의 기초로 자리잡았다. 신전은 높은 기단 위에 세워졌고, 그 기단은 종종 포디움이라 불렸다. 이는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신과 인간 사이의 간극을 표현하는 장치였다. 높은 기단은 신전의 위상을 강조하며, 시각적으로 위계 구조를 드러내는..

각설탕, 정제된 단맛의 발명

By Harold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세계 유일, 설탕을 기념하는 조형물체코 남동부의 작은 도시 다치체(Dačice). 이 조용한 도시 한복판에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설탕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대리석으로 만든 흰색 정육면체 형태로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상 현대 설탕 소비 문화의 시작을 기념하는 상징물이다. 왜 설탕에 기념비까지 존재할까? 이곳은 바로 1843년, 세계 최초의 각설탕(sugar cube)이 발명된 장소다. 당시 유럽의 식문화와 산업, 그리고 일상의 단맛을 바꿔놓은 생활 속의 혁신은 여기서 출발했다. 설탕이 ‘조각’이 되기까지19세기 유럽에서 설탕은 지금처럼 편리한 형태가 아니었다. 정제당(sugarloaf)이라 불리..

발명품 이야기 2025.07.30

피스타치오(pistachio), 견과처럼 먹는 씨앗

By Orhan Erkılıç (VOA),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피스타치오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다. 피스타치오는 오랜 세월 동안 중동과 지중해 지역 사람들에게 중요한 생계 작물이자 식량 자원으로 자리해 왔다 피스타치오 나무는 척박하고 건조한 땅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수십 년, 때로는 300년 넘게도 살아간다. 그래서일까, 이 나무는 종종 ‘생명의 나무’라 불린다. 나무에서 자라는 씨앗피스타치오(pistachio nut)는 식물학적으로 견과류라기보다는 씨앗에 가깝다. 우리가 먹는 알맹이는 열매 속 씨앗의 배유(胚乳 endosperm)이며,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껍질은 씨껍질(endocarp)에 해당한다. 이 껍질은 열매가 익을 무렵 자연스럽게 갈라지기 시작하며, 그 틈으..

카테고리 없음 2025.07.30

강인한 루고사 장미(Rosa rugosa, 해당화)

루고사 장미, 거친 아름다움루고사 장미(Rosa rugosa)는 북동아시아 해안가에 자생하는 장미과 식물이다. 가죽처럼 질기고 깊게 패인 잎은 이 식물의 가장 특징적인 외형이다. 종명인 ‘rugosa’는 라틴어로 ‘주름진’을 뜻하며, 바로 이 독특한 잎 모양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루고사의 진면목은 겉모습이 아니라, 극한의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놀라운 생태적 특성에 있다. 극한을 견디는 장미‘해당화’라고도 불리는 루고사 장미는 염분이 많은 해안가의 모래땅과 거센 바람 속에서도 굳건히 뿌리를 내린다. 보통 1.5미터 이상까지 자라며, 영하 30도 이하의 추위에도 겨울눈을 유지한다. 가뭄이나 그늘 속에서도 꽃을 피울 수 있을 만큼 적응력이 뛰어나다. 특히 한국의 동해안 사구 지대에 자생하는 개체들은 자연 상..

동식물 이야기 2025.07.29

근육 기억(muscle memory), 몸이 먼저 기억하는 법

우리는 매일 무의식적으로 걷고, 글을 쓰고, 때때로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 처음엔 어렵고 서툴렀던 동작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생각 없이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는 단순한 반복의 결과가 아니라, 뇌와 신경계가 협력하여 만들어낸 ‘근육 기억’ 덕분이다. 근육이 아니라, 뇌가 기억한다‘근육 기억(muscle memory)’이라는 말은 마치 근육이 스스로 기억을 저장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이 표현은 다소 비유적인 명칭이다. 실제로 이 기억은 대뇌의 운동 피질(motor cortex)과 소뇌(cerebellum)에 저장된다. 움직임을 반복하면 뇌는 그 패턴을 효율적으로 재구성하여 신경 경로를 강화한다. 이 신경 경로가 충분히 단단해지면 별다른 인지적 노력 없이도 해당 동작이 실행된다. 자전거를 몇 년 만에 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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