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측 주행,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서론: 길지 않은 전통

우리는 매일 당연하게 오른쪽으로 운전한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왜 꼭 오른쪽이어야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사실 오른쪽으로 운전하는 전통은 생각만큼 오래 된 것이 아니다. 그 배경에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중세 기사들의 결투까지 얽혀 있다.

 

중세 기사들의 전략적 선택, 좌측 주행

중세 유럽에서 기사들은 주로 왼쪽으로 말을 타고 다녔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른손잡이였고, 이렇게 하면 반대편에서 오는 적을 향해 쉽게 검을 휘두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왼쪽 주행은 전투에서의 효율성을 고려한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당시에는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도 있었고, 따라서 오른손잡이 기사들의 전투방식에 맞춰 도로 방향이 정해졌다. 1300년경, 교황 보니파시오 8세는 이러한 관습을 법으로까지 제정하며 왼쪽 주행이 표준이 되도록 만들었다.

 

마부들의 선택, 우측 주행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18세기 들어 미국과 프랑스에서는 대형 마차가 널리 사용되었고, 최대 여섯 마리의 말이 짐마차를 끌었다. 마차에는 좌석이 없었기 때문에 오른손잡이인 마부들은 자신의 몸을 채찍으로 때리지 않기 위해 말의 왼쪽 뒤편에 앉았다. 그러다 보니 반대편에서 오는 교통을 잘 보기 위해 도로의 오른쪽으로 주행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오른쪽 통행이 자리 잡게 되었다.

 

나폴레옹의 정복과 유럽의 표준화

이후 나폴레옹이 유럽 대부분을 정복하면서 점령한 나라들에 오른쪽 주행을 강제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유럽 대륙의 많은 국가들이 오른쪽 주행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이는 군사적 행정정 이유뿐만 아니라, 프랑스 혁명이 만들어낸 새로운 사회질서를 유럽 전역에 확산시키기 위한 정책적 선택이기도 했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과 포드의 결정적 역할

한 세기 후, 미국에서 헨리 포드가 모델 T를 생산하면서 오른쪽 주행은 사실상 세계 표준이 되어갔다. 모델 T의 운전석이 왼쪽에 위치했기 때문에 오른쪽 도로를 주행하는 것이 시야확보와 교통안전에 훨씬 유리했다. 이후 자동차 산업의 세계적 확산과 함께 이 주행방식은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결론: 오늘날의 모습

오늘날 영국, 일본, 호주 등 일부 국가는 여전히 왼쪽 주행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국가는 오른쪽 주행을 선택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매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주행 방향 뒤에는 수백 년에 걸친 전쟁, 산업, 그리고 문화적 진화의 역사가 숨어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