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y Wutsje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반려동물과 함께 살다 보면 평소와 다른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다. 잘 먹던 사료를 남기거나, 유난히 잠을 많이 자거나, 사람의 손길을 피하는 경우다. 때로는 구토를 하거나 다리를 절기도 한다. 이럴 때 보호자는 고민한다. 조금 더 지켜봐도 괜찮을까? 아니면 바로 동물병원에 가야 할까?
모든 이상 증상이 심각한 질병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슷한 증상이라도 원인은 전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보호자가 알아두어야 할 것은 병명을 추측하는 방법보다 반려동물의 변화를 살피고 위험한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는 방법이다.
1. 반려동물은 아픔을 어떻게 표현할까?
개와 고양이는 통증이나 불편함을 행동으로 드러낸다. 평소 활발하던 개가 산책을 꺼리거나 계단을 오르지 않으려 할 수 있다. 안아 올릴 때 몸을 움츠리거나 특정 부위를 만지면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고양이는 통증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아파도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한 곳에 숨어 있거나, 평소 즐겨 올라가던 높은 장소를 피하기도 한다. 털을 손질하는 행동이 줄어들거나 반대로 특정 부위를 지나치게 핥는 경우도 있다.
이런 행동이 반드시 질병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환경 변화나 스트레스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행동이 갑자기 나타나거나 지속된다면 건강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반려동물이 평소보다 조용해졌다고 해서 편안하게 쉬고 있는 것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통증이나 쇠약 때문에 움직임이 줄어든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2. 밥을 먹지 않는 고양이, 왜 주의해야 할까?
반려동물이 식사를 거르면 단순히 입맛이 없거나 간식을 많이 먹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식욕 부진은 여러 질환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특히 고양이는 먹지 않는 상태가 지속될 때 주의해야 한다. 미국 코넬대학교 수의과대학에 따르면 성묘는 식욕 부진이 24시간 정도만 지속되어도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생후 6주 미만의 어린 고양이는 12시간 동안 먹지 않는 것만으로도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고양이가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면 지방간(간지질증)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체내에 저장된 지방이 간으로 과도하게 이동하면서 간세포에 축적되어 간 기능을 방해하는 질환이다. 특히 과체중 고양이에게 발생 위험이 높다.
다만 하루 동안 먹지 않았다고 곧바로 지방간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지방간은 대개 지속적인 식욕 부진과 관련이 있으며, 다른 질환 때문에 먹지 못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식욕 부진의 원인은 치아나 잇몸의 통증, 소화기 질환, 신장질환, 스트레스 등 다양하다. 따라서 고양이가 평소와 달리 먹지 않는다면 일찍 수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무기력이나 구토까지 동반된다면 더욱 신속한 진료가 필요하다.
3. 즉시 동물병원에 가야 하는 증상

반려동물의 상태를 조금 더 지켜볼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지체해서는 안 되는 증상도 있다.
<호흡곤란>
숨을 쉬기 힘들어하거나 호흡할 때 비정상적인 소리가 나고 잇몸이나 혀가 푸르스름하게 변한다면 응급상황일 수 있다. 특히 고양이가 안정된 상태에서 입을 벌리고 숨을 쉰다면 주의해야 한다. 호흡곤란은 심장질환이나 폐질환, 기도 폐쇄 등 여러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복부 팽만과 헛구역질>
개의 배가 갑자기 부풀어 오르고 토하려고 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면 위확장·염전증후군(GDV)을 의심해야 한다. 이 질환은 위가 가스로 팽창하고 비틀리면서 혈액순환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키는 응급질환이다. 대형견이나 가슴이 깊은 체형의 개에게서 위험이 높지만 다른 개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초기에는 안절부절못하거나 침을 많이 흘리고, 토하려는 동작을 반복할 수 있다. 복부 팽만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도 있으므로 이런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소변을 보지 못하는 고양이>
고양이가 화장실에 여러 번 들어가 힘을 주지만 소변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면 요도가 막혔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수컷 고양이는 요도가 상대적으로 좁아 요도 폐색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소변이 배출되지 못하면 체내 노폐물이 쌓이고 전해질 균형이 무너지면서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보호자가 변비로 오해할 수도 있으므로 실제로 소변이 나오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도 폐색이 의심된다면 즉시 응급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의식 변화와 발작>
갑자기 쓰러지거나 의식을 잃고 경련을 일으키는 경우에도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 발작이 발생하면 주변의 위험한 물건을 치우고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몸을 억지로 붙잡거나 입안에 손을 넣어서는 안 된다. 가능하다면 발작이 지속되는 시간을 확인하고 안전한 거리에서 영상을 촬영한다. 처음 발작을 일으켰다면 신속하게 수의사와 상담해야 하며, 발작이 5분 이상 지속되거나 의식을 회복하기 전에 반복된다면 즉시 응급 진료를 받아야 한다.
4. 구토와 설사, 언제 위험할까?
개와 고양이에게 구토나 설사는 비교적 흔한 증상이다. 급하게 먹거나 갑자기 사료를 바꾼 뒤 일시적인 소화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반복적인 구토와 설사는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어린 동물이나 노령 동물, 기존 질환이 있는 동물은 상태가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구토물이나 대변에 피가 섞여 있거나, 물을 마셔도 계속 토하고, 기운 없이 축 처진다면 신속한 진료가 필요하다. 장난감이나 천 조각, 뼈 등 이물질을 삼켰을 때도 구토가 나타날 수 있다. 이물질이 장을 막으면 수술이 필요한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구토나 설사가 나타났을 때는 횟수뿐 아니라 식욕과 활동량, 복부 통증, 이물질 섭취 가능성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5. 집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독 사고
반려동물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 집에 있는 진통제나 소화제를 먹여도 되는지 고민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과 개, 고양이는 약물을 흡수하고 분해하는 방식이 다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이부프로펜이나 나프록센 같은 사람용 소염진통제는 반려동물에게 위장관 손상이나 신장·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특히 고양이에게 위험하다. 고양이는 이 성분을 안전하게 분해하는 능력이 부족해 심각한 중독이 발생할 수 있으며,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사람에게 사용하는 피부 연고 역시 주의해야 한다. 반려동물이 바른 부위를 핥아 약물을 섭취할 수 있고, 일부 성분은 피부를 통해 흡수되어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사람이 먹는 음식도 중독의 원인이 된다
초콜릿에 들어 있는 테오브로민과 카페인은 개에게 구토, 불안, 심박수 증가, 경련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 코코아 함량이 높은 초콜릿일수록 위험하다. 포도와 건포도는 개에게 급성 신장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개체마다 민감도가 달라 어느 정도까지 안전한지 예측하기 어렵다.
양파와 마늘을 비롯한 파속 식물은 개와 고양이의 적혈구를 손상시켜 빈혈을 유발할 수 있다. 익히거나 가공했다고 해서 위험성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특히 주의해야 할 성분은 자일리톨이다. 무설탕 껌이나 사탕, 일부 식품과 구강 관리 제품에 사용되는 감미료로, 개가 섭취하면 인슐린이 급격히 분비되어 심각한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간 손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반려동물이 위험한 음식이나 약물을 먹은 것으로 의심된다면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수의사에게 연락해야 한다. 보호자의 판단으로 구토를 유도하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6. 동물병원에 가기 전 알아두면 좋은 것들
반려동물의 상태를 정확하게 전달하면 진료에 도움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증상이 언제 시작되었고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구토를 했다면 횟수와 내용물의 상태를, 설사를 했다면 빈도와 혈액이 섞여 있는지 등을 기록해 둘 수 있다. 식욕이나 물을 마시는 양, 배뇨 횟수의 변화도 중요한 정보다.
다리를 절거나 이상한 움직임을 보인다면 영상을 촬영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병원에서는 긴장 때문에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일 수 있으므로 집에서 촬영한 영상이 진단에 유용할 수 있다. 최근 사료를 바꿨는지, 새로운 간식을 먹었는지, 복용 중인 약물이 있는지, 이물질을 삼켰을 가능성이 있는지도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다만 응급상황에서는 기록을 남기느라 병원 방문을 늦춰서는 안 된다. 가능하다면 이동 전에 병원에 연락해 증상을 설명하고 진료가 가능한지 확인한다.
참고 자료
- American Animal Hospital Association(AAHA), Help! Is This a Pet Emergency?, 2024.
- AAHA, Understanding Canine Bloat (GDV): A Medical Emergency, 2025.
- Cornell University College of Veterinary Medicine, Anorexia, Hepatic Lipidosis.
-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FDA), Get the Facts about Pain Relievers for Pets, Potentially Dangerous Items for Your Pet, Paws Off! Xylitol is Toxic to Dogs.
- American Veterinary Medical Association(AVMA), Pet First Aid,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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