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광고부터 유전자까지
목차
서론: 체취는 언제부터 문제가 되었을까?
1. 최초의 데오도란트 광고 – 불안감을 조성하다
2. 체취는 유전적으로 다를까?
3. 귀지의 형태와 체취의 관계
4. 체취와 음식, 그리고 문화적 차이
5. 동아시아에서도 데오도란트가 보편화된 이유
6. 결론: 데오도란트는 정말 필요한가?
서론: 체취는 언제부터 문제가 되었을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사용하는 데오도란트. 원래 사람들은 체취를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광고는 체취를 숨겨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땀 냄새를 없애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게 되었다. 체취는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결점일까, 아니면 광고가 만들어낸 불안감일까?
더 흥미로운 점은 체취가 사람마다, 그리고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데오도란트를 똑같이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1. 최초의 데오도란트 광고 – 불안감을 조성하다
1912년, 미국에서 ‘오도로노(Odorono)’라는 데오도란트가 출시되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소비자 반응이 미미했다. 당시 사람들은 자신의 체취를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광고 전략이 바뀌었다. 체취가 사회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불안감을 조성하는 방식이었다.
"당신의 냄새 때문에 사람들이 피하고 있다."
이 문구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꿨고, 데오도란트 매출이 급상승했다. 이후 다른 브랜드들도 비슷한 마케팅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체취는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요소로 인식되었다.
2. 체취는 유전적으로 다를까?
체취는 단순한 개인의 위생 문제가 아니다. 유전적으로도 차이가 존재한다. 그 중심에는 ABCC11 유전자가 있다. 이 유전자는 체취를 유발하는 아포크린 땀샘의 활동을 조절하는데, 사람마다 활성화 여부가 다르다.
● 유럽인과 아프리카인의 대부분은 ABCC11 유전자가 활성화(G형)되어 있어 체취가 강하다.
● 반면, 동아시아인의 80~90%는 비활성화(A형)된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체취가 거의 없다.
체취가 강한 사람들은 아포크린 땀샘이 활발하게 작용하면서 단백질과 지방이 포함된 땀을 분비한다. 이 땀이 피부의 박테리아와 결합하면서 강한 냄새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체취가 약한 사람들은 이런 과정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유전적으로 체취가 적은 사람들은 데오도란트를 꼭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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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귀지의 형태와 체취의 관계
ABCC11 유전자는 체취뿐만 아니라 귀지의 형태도 결정한다.
● 습성 귀지(서양인, 아프리카인) → 체취 강함
● 건성 귀지(동아시아인) → 체취 약함
습성 귀지는 지방과 단백질 성분이 많아 박테리아가 번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반면, 건성 귀지는 기름기가 적어 세균이 잘 번식하지 않는다. 결국, 귀지가 습할수록 체취가 강하고, 건조할수록 체취가 약한 경향이 있다.
체취는 단순한 개인 차이가 아니라, 유전적으로 결정된 특징이다. 그렇다면, 체취에는 유전자뿐만 아니라 식습관도 영향을 미칠까?
4. 체취와 음식, 그리고 문화적 차이
우리가 먹는 음식도 체취에 영향을 미친다.
● 육류 소비량이 많은 서양인은 체취가 강한 경우가 많다.
● 채소와 곡물 위주의 동아시아인은 상대적으로 체취가 약하다.
육류에는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하며, 이는 땀과 함께 분비될 때 강한 냄새를 유발할 수 있다. 반면, 채소와 곡물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면 체취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서양에서는 육류 중심의 식습관이 체취를 강하게 만들었고, 이는 데오도란트가 필수품이 되는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체취에 대한 인식 또한 문화마다 다르다. 서양에서는 체취를 줄이기 위해 데오도란트뿐만 아니라 향수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왔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에서는 오래전부터 향수를 필수적으로 사용했으며, 이는 단순히 냄새를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표현의 수단이기도 했다.
반면, 동아시아에서는 체취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향수나 데오도란트 사용 문화가 늦게 정착되었다. 이는 단순한 위생 개념을 넘어, 체취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지역마다 다르게 형성되었음을 보여준다.
5. 동아시아에서도 데오도란트가 보편화된 이유
유전적으로 체취가 덜하고, 식습관도 체취를 줄이는 방향이라면, 동아시아에서는 데오도란트 시장이 크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도 최근 몇십 년 사이 한국, 일본, 중국에서도 데오도란트가 필수품이 되어 가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광고와 글로벌 소비 트렌드가 체취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한국, 일본에서도 서구식 마케팅이 유입되면서, ‘체취가 있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서구에서는 체취 관리가 필수이기 때문에, 글로벌 브랜드들은 동일한 기준을 동아시아에도 적용했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땀 냄새를 더 강한 사회적 결격사유로 만들려는 광고가 등장하기도 했다.
결국, 일부 동아시아인들도 체취가 덜함에도 불구하고 체취를 없애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게 되었다.
6. 결론: 데오도란트는 정말 필요한가?
서구에서는 체취를 줄이기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하지만, 동아시아에서는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광고와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동아시아에서도 데오도란트가 보편화되고 있다. 체취 관리에 대한 기준은 단순히 개인의 위생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배경과 유전적 차이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도 있다.
광고와 마케팅이 만든 불안감이 아닌, 각자의 필요에 맞는 선택이 중요한 시대다. 데오도란트를 사용할지 말지는 사회적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과 생활 방식에 맞춰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