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낙타의 혹, 하나일까 둘일까?

Egaldudu 2025. 5. 10. 09:52

낙타하면 어떤 이는 혹이 둘 달린 낙타를 생각하고, 또 어떤 이는 곧바로 혹이 하나인 단봉낙타를 연상할 것이다. 둘은 형태면에서 서로 확연히 구별된다. 그러나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둘은 일정한 유사성을 유지하면서 각자의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1. 서론: 단봉낙타와 쌍봉낙타

단봉낙타(dromedary or dromedary camel)는 혹이 단 하나만 있는 낙타이며, 쌍봉낙타(Bactrian Camel)는 혹이 두 개 달린 종이다. 그러나카멜(Camel)’이라는 용어가 혼용되면서 종종 혼란을 일으킨다.

 

좁은 의미에서 카멜은 중앙아시아 건조지대에 서식하는 쌍봉낙타를 가리키지만, 동물학적으로는 낙타과(Camelidae) 전체를 아우르는 말이기도 하다. 이 낙타과에는 단봉낙타, 쌍봉낙타, 그리고 남아메리카의 작은 낙타류(비쿠냐, 과나코, 라마, 알파카)가 포함된다.

 

2. 사라지는 야생 낙타들

중앙아시아에서는 쌍봉낙타가 오랫동안 가축으로 길러져 왔으며, 야생 상태의 쌍봉낙타는 거의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이는 아라비아 반도에서 가축화된 단봉낙타의 조상이 이미 겪었던 운명과도 닮아 있다.

 

오늘날 단봉낙타는 자연상태에서 서식하는 개체가 없으며, 모든 단봉낙타는 가축으로만 존재한. 다만, 호주에서는 19세기 유럽인들이 들여온 단봉낙타들이 야생화되어 100만 마리가 넘는 개체가 사막을 떠돌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야생 단봉낙타를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3. 낙타들 사이에 종의 경계는 희미하다?

단봉낙타와 쌍봉낙타의 차이를 정확히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이들 스스로는 이 작은 차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발정기에 접어든 단봉낙타 수컷은 쌍봉낙타 암컷과도 교배하며, 쌍봉낙타 수컷도 단봉낙타 암컷과 짝짓기를 한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이렇게 태어난 새끼들은 건강한 후손을 낳을 수 있는 완전한 생식능력을 갖고 있다.

 

이것은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데, 단봉낙타와 쌍봉낙타가 사실상 완전히 분리된 독립적인 종(species)이 아닐 가능성을 시사한다. 일부 학자들은 단봉낙타가 사실 독립된 종이 아니라 선택적 교배와 환경적응을 통해 쌍봉낙타에서 파생된 변형일 가능성이 크다는 가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단봉낙타와 쌍봉낙타는 다소 다른 체형과 생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완전한 유전적 분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개(dog)의 품종 간 차이만큼이나 비교적 최근에 이루어진 분화일 수도 있다.

 

4. '1.5개의 혹'을 가진 낙타?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단봉낙타와 쌍봉낙타 사이에서 태어난 잡종 낙타는 혹을 1.5개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름 합리적 추론을 통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혹이 길게 늘어진 형태로, 두 종의 특징을 모두 반영한. 이런 혼합 낙타들은 튼튼하고 강한 체력을 지니며, 사람들에게 더욱 유용한 가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5. 남아메리카의 혹 없는 낙타들

 

한편, 남아메리카에는 혹이 없는작은 낙타류(Small Camelids)’도 존재한다. 비쿠냐(Vikunja)와 과나코(Guanako)는 야생에서 살아가며, 이들로부터 각각 가축화된 라마(Llama)와 알파카(Alpaka)가 탄생했다. 이들은 사막보다는 안데스 산맥과 초원지대에 적응하여 수천 년 동안 사람과 함께해 왔다.

 

결론: 여전한 의문점

단봉낙타와 쌍봉낙타는 각각의 방식으로 사막과 건조한 환경에 적응하여 생존하는 놀라운 동물들이다. 오랜 세월 인간과 함께하며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서로 외관상 뚜렷한 차이를 보이면서도 친밀한, 이들의 독특한 생태와 유전적 관계는 여전히 많은 연구자들에게 흥미로운 주제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낙타의 기원과 진화과정이 좀 더 명확히 밝혀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