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Fred the Oyster,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목차
1. 밀그램과 복종 실험
2. 실험의 구성과 절차
3. 복종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들
4. 우리는 왜 복종하는가
5. 밀그램 실험의 비판과 윤리적 문제
6. 현대 사회에 주는 교훈
밀그램과 복종 실험
1933년 뉴욕 태생인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은 유대계 심리학자로 예일대학교에서 사회심리학을 강의했다. 당시 학자로서 그의 관심을 끈 것은 이스라엘에서 진행된 아이히만 재판이었다. 재판정에서 선 피고는 한결같이 자신은 상부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다라고 진술했다.
밀그램이 설계한 실험은 바로 그 점에 착안한 것이었다. 그는 인간이 얼마나 쉽게 권위에 복종하며, 도덕적 판단을 중지하게 되는가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고자 했다.
실험의 구성과 절차
1961년 밀그램은 "기억력과 학습"이라는 위장된 주제로 참가자들을 모집했다. 한 사람은 '교사', 다른 한 사람은 '학습자' 역할을 맡게 되었는데, 실제 실험 참가자들에게는 둘 중 교사 역할이 부여되었다.
학습자는 실험을 위해 섭외된 배우였고, 그가 오답을 낼 때마다 점점 강한 전기 충격을 받게 된다는 설정이었다. 전기 충격은 15볼트에서 시작하여 450볼트까지 증가했으며, 레버 옆에는 “위험”, “심각한 충격”, “치명적” 등의 문구가 표시되어 있었다. 배우는 특정 전압 구간에서 고통을 호소하고, 그만하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실험자는 흰 가운을 입고 참가자에게 "계속 진행하세요", "이 실험은 매우 중요합니다"라는 말만 반복하였다. 이 단순한 언어적 지시만으로 참가자의 65%가 학습자에게 450볼트까지 충격을 가하였다. 이 결과는 세계가 경악할 만한 것이었다.
복종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들
밀그램은 단일 실험이 아닌 총 18가지 변형된 실험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 요인을 분석했다. 피해자가 다른 방에 있어 보이지 않거나 음성만 들리는 경우, 복종률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피해자가 같은 방에 있거나, 직접 손을 잡고 전기 패드를 대야 하는 경우 복종률은 급감했다. 실험자가 평상복을 입고 있거나, 실험실이 아닌 일반 건물에서 실험을 진행했을 경우 권위가 약화되었고 복종률도 낮아졌다.
또한 다른 참가자가 함께 실험에 참여하면서 복종을 거부할 경우, 그 영향으로 복종률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 결과들은 권위, 물리적 거리, 동료의 존재가 복종에 깊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왜 복종하는가
사람은 스스로 도덕적이고 자율적인 존재라고 믿지만, 실제로는 사회적 상황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존재다. 권위자는 책임을 대신 지는 존재로 인식되며, 이로 인해 개인은 자신의 도덕적 책임을 일시적으로 유예하게 된다. 밀그램은 이를 “책임의 전이”라고 불렀다.
인간은 권위자의 명령에 따르면서도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이와 같은 기제는 군대, 기업 조직, 학교 등 다양한 위계적 구조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이기도 하다. 복종은 단순한 순종이 아니라 개인의 도덕적 판단이 무력화되는 심리적 현상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실험은 인간의 악함을 ‘개인의 성격’이 아닌, ‘사회적 상황’ 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결론으로 향한다.
밀그램 실험의 비판과 윤리적 문제
밀그램의 실험은 결과만큼이나 많은 비판도 받았다. 참가자들은 실험 종료 후 심한 스트레스와 죄책감을 느꼈고, 일부는 심리적 외상을 호소했다. 실험이 끝난 후 실체를 밝히고 사후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그 과정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현대 심리학에서는 이 실험과 같은 강도 높은 기만 연구는 엄격한 윤리 기준 아래 제한되며, Institutional Review Board(IRB)의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실험은 인간 심리의 어두운 측면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심리학사에 길이 남는 연구로 평가된다.
현대 사회에 주는 교훈
밀그램의 실험은 단지 과거의 역사나 극단적인 상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현대의 직장 문화, 권위적인 교육 체계, 군사 명령 체계 등에서도 우리는 종종 유사한 복종기제가 작동하고 있음을 목격한다. 특히 온라인 환경에서는 집단의 명령이나 흐름에 따르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현상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개인은 자율적 사고를 유지하기보다 '시스템의 일부'로 존재하며 판단을 유보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언제든지 복종의 위험 속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윤리적 책임과 비판적 사고는 권위의 명령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기 위한 가장 강력한 방어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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