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우리에게 익숙한 민들레, 꼭 잡초일까?

Egaldudu 2025. 6. 27. 12:59

 

흔한 풀, 민들레

도시 공터나 길가를 걷다 보면 풀들이 저절로 자라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그런 풀을 대개 잡초라 부른다. 잡초란 의도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자라나 인간의 활동을 방해하는 식물을 뜻한다. 이는 특정 식물을 지칭하는 것도 아니고, 학술적으로 엄밀히 분류된 식물군도 아니다.

 

하지만 그런 풀들 가운데에는 의외로 익숙한 이름을 가진 식물도 있다. 쑥이나 강아지풀, 질경이, 개망초, 달맞이꽃 같은 식물들이 그렇다. 이들 모두 이름도 쓰임도 분명하지만, 원하지 않는 장소에 저절로 자라면 잡초로 취급된다. 그리고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민들레다.

 

민들레는 한 종류가 아니다

우리가 흔히 민들레라 부르는 식물은 실은 여러 종류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민들레'는 하나의 종이 아니라 타락사쿰(Taraxacum)이라는 속(Genus)에 속하는 식물들을 통칭하는 이름이다. 이 속에 속하는 민들레류는 전 세계에 약 400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약 10여 종이 자생한다.

 

도심과 공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민들레는 대부분 서양민들레(Taraxacum officinale). 서양민들레는 1900년대 초 유럽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귀화식물이다. 번식력이 매우 강해 도심을 중심으로 널리 퍼졌다.

 

반면, 우리나라에 원래부터 자생해 온 토종 민들레(Taraxacum platycarpum)도 있다. 주로 남부 지역에 분포하며, 봄에만 꽃을 피우는 특징이 있다.

 

서양민들레와 토종 민들레의 차이

두 종류의 민들레는 겉모습이 비슷해 구분이 쉽지 않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뚜렷한 차이가 있다. 꽃 아래쪽에 있는 총포(꽃 아래 비늘모양 초록 받침)라는 부분을 보면 알 수 있다. 총포가 아래로 처져 있으면 서양민들레, 위로 향해 있으면 토종 민들레다.

서양민들레 [출처: 픽사베이]

 

광주에서 촬영된 토종 민들레

By Dalgial,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서양민들레는 봄부터 가을까지 여러 차례 꽃을 피우고 빠르게 씨앗을 퍼뜨린다. 번식력 면에서 토종 민들레를 압도한다. 반면 토종 민들레는 주로 봄에 꽃을 피우며, 상대적으로 꽃과 씨앗의 수도 적다.

 

민들레의 쓰임과 가치

서양민들레는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어 잡초처럼 취급되지만 원래 약용식물로 잘 알려져 있다. 서양민들레의 종소명인 'officinale'는 라틴어로 '약용'이라는 뜻을 가진다. 실제로 해열과 이뇨에 효과가 있으며, 염증을 가라앉히고 위장 기능을 돕는다고 알려져 있다. 유럽에서는 민들레를 차로 우리거나 샐러드 재료로 사용하는 전통이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토종 민들레 역시 식용이나 약용으로 사용돼 왔지만 도심 개발과 환경 변화로 점차 자생지가 줄어들고 있다.

 

민들레를 다르게 보기

민들레는 도시에서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식물이다. 공터나 길가에 저절로 자란다고 해서 그저 흔한 풀로 넘기기 쉽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토종인지, 서양민들레인지 구분하는 재미도 있다. 같은 민들레라 해도 종류와 기원, 분포, 쓰임은 분명히 다르다. 그런 차이를 알고 바라볼 때 익숙한 식물도 조금 더 새롭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