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멧돼지, 인간 곁으로 다가온 야생

Egaldudu 2025. 6. 28. 13:34

 

멧돼지가 내려온다

2025 6 27일 오후 6 30분경, 서울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 단지에 멧돼지가 출몰해 주민과 소방 당국이 긴장했다. 신고 접수 약 1시간 30분 만에 사살된 이번 사건은 수락산에서 내려온 개체로 추정된다.

 

이보다 앞서 2024 10 29일 오후 4 45분 경, 경남 양산시 동면 호포역 인근 음식점가와 도시철도 역사에서 대형 멧돼지( 1.5m, 100kg 규모)가 출몰해 승객 1명이 팔에 부상을 입고, 역사 유리문 등이 파손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제 멧돼지는 더 이상 깊은 산속에만 머물지 않는다. 도심 주변과 농촌은 물론, 사람들이 빈번히 오가는 공간까지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

 

멧돼지란 어떤 동물인가

멧돼지(학명: Sus scrofa)는 돼지과에 속하는 대표적인 야생 포유류다. 국내외에서 널리 분포하며, 튼튼한 체격과 두꺼운 피부, 뻣뻣한 털을 지녔다. 성체는 몸길이 1.2~1.8m, 몸무게는 100kg을 넘기도 한다.

 

강력한 주둥이와 수컷의 송곳니가 특징이며, 땅을 파헤치며 먹이를 찾는다. 멧돼지는 잡식성으로 도토리, 열매, 뿌리, 곤충, 작은 동물, 심지어 농작물까지 섭취한다. 번식력도 매우 높아 연간 5~10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멧돼지가 인간의 생활권으로 내려오면 농작물뿐 아니라 땅이나 시설물까지 훼손하는 피해가 발생한다

 

왜 도심으로 내려오는가

최근 멧돼지 도심 출몰이 잦아지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첫째, 서식지 감소다. 산림 개발과 도시 확장으로 기존의 안전지대가 줄었다. 특히 일부 군사지역이나 접근 제한구역에서 개체 수가 늘면서 인근으로 확산되는 사례도 많다.

 

둘째는 먹이 부족이다. 겨울철 열매 생산이 저조한 해에는 멧돼지들이 먹이를 찾아 농경지와 마을까지 내려오는 일이 잦다.

 

마지막으로 기후 변화의 영향도 크다. 따뜻해진 겨울은 멧돼지의 번식과 생존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며, 이동 범위 역시 넓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요인들이 겹치며 멧돼지는 점차 인간의 생활 공간으로 스며들고 있다.

 

한국에서의 현실과 사회적 문제

한반도는 원래 멧돼지의 주요 서식지다. 과거에는 산악지역에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평야, 농촌, 심지어 도심 외곽까지 출몰 범위가 넓어졌다.

 

농작물 피해는 물론이고, 교통사고와 인명 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 여기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전파 우려가 더해지며, 단순한 야생동물 문제가 아닌 농업과 방역 전체의 위험요소로 부각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울타리 설치, 포획·사살, 포획틀 운영 등을 확대하고 있지만 야생동물의 적응속도는 이를 뛰어넘는 경우도 많다.

 

멧돼지 문제를 보는 균형 잡힌 시각

멧돼지는 단순한 '유해 동물'로만 규정하기 어렵다. 자연 생태계에서는 땅을 파헤치며 씨앗을 퍼뜨리는 등의 역할을 하지만, 인간의 생활권과 멧돼지의 공간이 겹치면 그 존재는 위협으로 바뀐다.

 

이 문제는 단순한 방역이나 사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과잉 공포도, 무조건 방치도 해답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멧돼지가 자연에 머물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 외에 근본적인 해법은 없어 보인다. 물론 인간 생활권의 안전을 지키는 균형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