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눈물이 어떻게 황금빛 보석이 되었을까
By W.carter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주황빛으로 빛나는 투명한 보석, 호박. 그 안에 수천만 년 전 곤충이 갇혀 있는 모습을 보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이 호박은 원래부터 보석이었던 걸까? 그 정체는 놀랍게도 나무에서 흘러나온 ‘수지’다.
호박의 시작은 나무 수지
호박은 나무가 상처를 입었을 때 흘리는 끈적한 액체인 수지(resin)가 오랜 시간 동안 굳어져 만들어진 화석이다. 처음 수지는 점성이 강하고 휘발성이 높은 액체지만, 땅속 깊이 묻혀 압력과 온도를 받게 되면 휘발성 성분이 빠져나가고 점차 단단한 고체로 변한다. 이렇게 수백만 년 동안 서서히 변화하면서 호박이 되는 것이다.
생명을 가둔 시간의 캡슐
수지가 흘러내릴 때, 곤충이나 작은 동물, 식물 조각 등이 그 안에 갇히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수지는 매우 끈적이기 때문에 한 번 닿은 생물은 빠져나오기 어렵고, 이내 수지가 굳으며 완전히 봉인된다. 이렇게 생긴 호박 속엔 수천만 년 전 생명체가 거의 온전하게 보존되기도 한다.
By Amber Bugs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이런 포함체(inclusion)는 과거 생태계를 연구하는 고생물학자에게는 매우 소중한 자료이고, 세상에 하나뿐인 보석을 찾는 보석 세공사에게도 인기가 높다.
가장 오래된 호박은 몇 살일까?
지금까지 발견된 호박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약 3억 2천만 년 전, 석탄기 후기의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오래된 호박은 매우 드물며, 오늘날 발견되는 호박의 대부분은 중생대 백악기(약 1억 2천만 년 전) 이후에 형성된 것들이다.
호박은 지역과 시대에 따라 다양한 식물에서 유래한다. 대표적으로는 소철나무과(Sciadopityaceae), 소나무과(Pinaceae), 콩과식물의 하이메나에아속(Hymenaea) 같은 나무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수지를 분비하는 식물로, 그 수지가 수백만 년 동안 화석화되면 호박이 된다.
생명을 품은 자연의 보석
호박은 단순한 보석이 아니다. 수백만 년 동안 땅속에서 만들어진 자연의 결과물이며, 고대 생물을 그대로 간직한 시간의 결정체다. 인간의 손으로는 결코 재현할 수 없는 이 특별한 보석은 과학과 예술, 자연의 이야기를 동시에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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