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미어캣(Meerkat),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Egaldudu 2025. 8. 4. 17:24

미어캣, 보츠와나 마카디카디 팬스 국립공원에서

By Diego Delso,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미어캣의 생존 전략

아프리카의 초원에서 미어캣(Meerkat, Suricata suricatta)은 결코 크거나 위협적인 동물이 아니다. 오릭스처럼 뿔이 있거나 치타처럼 빠르지도 않다. 그러나 이 작은 몽구스과(Herpestidae) 포유류는 놀라운 적응력과 공동체의 힘으로 사막과 초원의 극한 환경을 견디며 살아간다. 비결은 바로 협동이다.

 

터널 속 공동체

미어캣은 아프리카 남부(특히 칼라하리 사막과 나미브 사막 일대)의 건조하고 뜨거운 환경에서 살아간다. 이들은 낮의 열기와 야생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지하 굴(burrow)을 파고 들어간다.

 

이 굴은 단순한 은신처가 아니라, 복잡한 터널과 방으로 구성된 사회적 거주지다. 한 굴집에서 많게는 50마리까지 살 수 있고, 일반적으로는 두세 가족이 함께 산다. 미어캣은 굴을 스스로 파기도 하지만, 다른 동물이 만든 굴을 리모델링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굴 앞에서 주변을 살피고 있는 미어캣

 

멈추지 않는 경계심

낮 동안 미어캣은 먹이를 찾으러 무리지어 바깥 활동을 한다. 이때 항상 한 마리 이상이 경계병(sentry) 역할을 한다. 높은 바위나 덤불 위에 서 있는 이 미어캣은 주로 하늘을 주시하는데, 이는 맹금류(raptors)가 최대 위협이기 때문이다.

 

위험이 감지되면 짧고 날카로운 경고음을 내고, 나머지는 곧바로 굴이나 은신처로 도망친다. 현재까지 기록된 경고음의 종류는 수십 가지이며, 각기 다른 포식자(맹금, , 육식 포유류)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

 

독에 대한 내성

미어캣은 뱀이나 전갈처럼 위험한 동물과도 마주한다. 특히 판디누스속(Pandinus)의 전갈 같은 독성 강한 곤충도 과감히 사냥하는데, 이는 미어캣이 독성에 높은 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몽구스과 동물들은 신경전달물질 수용체(nicotinic acetylcholine receptor)의 유전적 변이 덕분에 신경계 마비를 일으키는 독에 둔감하다. 하지만면역은 아니다. 반복적으로 물리거나 특히 강한 독을 가진 종에게는 여전히 치명적일 수 있다.

 

협력과 전수

미어캣 집단에서는 보통 알파 수컷과 알파 암컷만이 번식하지만, 다른 성체들도 적극적으로 새끼 돌봄(cooperative breeding)에 참여한다. 이는 사회성 동물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다.

 

미어캣은 새끼에게 단지 먹이를 주는 것을 넘어서, 사냥법, 위험 회피법, 사회적 상호작용(놀이나 의사소통 등)을 몸소 보여주며 교육한다. 이러한 학습은 관찰학습 혹은 모방 형태로 일어나며, 생존율을 크게 높여준다.

 

작지만 정교한 몸

눈 가장자리 검은 테와 발톱이 잘 보인다 (출처: 픽사베이)

 

작고 날렵해 보이는 미어캣의 몸에는 거친 환경에 적응한 기능들이 정밀하게 배치되어 있다. 햇볕이 강한 초원에서는 눈 가장자리의 검은 테두리가 빛 반사를 줄여 시야를 선명하게 하고, 쌍안시력 덕분에 1킬로미터 밖 맹금류의 움직임도 감지할 수 있다.

 

굴을 팔 때 미어캣은 작고 둥근 귀를 닫아 먼지를 막고, 앞발에 난 2cm 길이의 발톱은 단단한 땅을 파는 데 특화되어 있다. 배 쪽의 얇은 털은 햇빛을 잘 통과시켜, 아침마다 밤새 떨어진 체온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긴 꼬리는 두 발로 설 때 균형을 잡는 데 쓰이며, 등 뒤 줄무늬는 개체마다 달라 서로를 식별하는 단서로도 작용한다.

 

마무리하며

미어캣(Suricata suricatta)은 작고 연약해 보일 수 있지만, 사회적 협동, 생물학적 적응, 학습 능력을 고루 갖춘 복합적인 생존 전략의 소유자다. 이들은개체로는 약하지만  집단일 때는 강하다. 미어캣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서로 돕는 사회가 생존 전략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생물학적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