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위 속 허상: 도박사의 오류와 핫 핸드 오류

서론

우리는 일상에서 우연을 자주 마주한다. 복권 번호, 주사위 굴림, 스포츠 경기의 득점처럼 결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단순한 확률 계산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반복되는 사건 속에서 어떤 흐름이나 규칙을 발견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경향은 때로는 자신감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실제 확률과는 전혀 다른 기대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도박사의 오류는 무작위 사건이 반복될 때, 그 결과가 균형을 맞추려는 듯 반대 방향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믿는 심리 현상이다. 룰렛에서 빨강이 여러 번 연속으로 나오면 “이제는 검정이 나올 차례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대표적 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 회차가 독립적인 사건이므로 과거 결과가 미래 확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는 이러한 사고를 대표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ness heuristic)으로 설명했다. 사람들은 작은 표본이 큰 모집단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다. 따라서 연속된 같은 결과를 보면 “이제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해 균형을 맞추려 한다. 그러나 이는 통계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는 기대다.

 

핫 핸드 오류(Hot Hand Fallacy)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도박사의 오류와 반대되는 성향은 핫 핸드 오류다. 이는 특정한 성공이 반복되면 앞으로도 성공할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믿는 심리다. 농구 경기에서 선수가 연속 득점을 기록하면 관중과 동료 선수들은 물론 본인조차도 다음 슛도 성공할 것이라 기대하는 경우가 그렇다.

 

이 현상은 1985년 길로비치(Gilovich), 발론(Vallone), 트버스키(Tversky)가 진행한 연구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졌다. 연구진은 실제 농구 경기 데이터를 분석했지만, 연속 득점 이후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는 근거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손에 불이 붙었다”는 믿음을 갖는다. 이는 무작위적인 성공이 시간적으로 몰려 나타나면 이를 패턴으로 착각하는 군집 환상(Clustering illusion)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두 오류의 비교

도박사의 오류와 핫 핸드 오류는 정반대의 방향성을 가지지만, 공통적으로 무작위 사건에서 의미 있는 패턴을 읽어내려는 인간 심리에서 비롯된다.

• 도박사의 오류: 같은 결과가 이어졌으니 이제는 반대 결과가 나올 차례라는 기대.
• 핫 핸드 오류: 같은 결과가 이어졌으니 앞으로도 같은 결과가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

두 오류 모두 확률의 독립성을 간과한 판단이며, 무작위 사건을 해석하는 데서 나타나는 인지적 착각이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은 맥락에 따라 서로 다른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도박에서는 ‘균형을 맞추려는 기대’가 강하게 작동하고, 스포츠에서는 ‘연속성에 대한 믿음’이 더 크게 작동한다.

 

결론

무작위 사건은 이름 그대로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이다. 하지만 인간은 본능적으로 그 안에서 질서를 찾고 싶어 한다. 이는 진화적 적응에서 비롯된 성향일 수 있으나, 현대 사회의 복잡한 상황에서는 잘못된 기대와 오판으로 이어진다.

 

도박사의 오류와 핫 핸드 오류는 방향은 다르지만, 모두 무작위 사건에서 근거 없는 패턴을 찾아내려는 경향성을 보인다. 확률을 이해한다고 해도 이런 착각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이런 편향이 존재함을 자각하고, 무작위 사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