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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도산, 이익을 내고도 쓰러지는 기업

Egaldudu 2025. 9. 1. 12:37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흑자 속에 숨은 위기

기업의 성과를 평가할 때 흔히 매출과 이익을 본다. 장부상 흑자를 기록한다면 건실한 회사로 여겨진다. 그러나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것은 장부상의 이익이 아니라 실제 현금흐름이다.

 

매출과 이익이 발생했더라도 현금 유입이 늦어지고 지출은 즉시 발생하면, 기업은 순식간에 자금난에 빠질 수 있다. 이처럼 재무제표 상 흑자를 내고 있음에도 부도를 맞고 도산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흑자도산이라고 부른다.

 

흑자도산의 메커니즘

매출은 외상이나 어음으로 잡히는 경우가 많다. 장부에는 곧바로 매출이 기록되지만, 실제 현금은 나중에 들어온다. 반대로 인건비, 임대료, 원자재 대금은 제때 현금으로 빠져나간다. 여기에 거래처 신용 위험까지 겹치면 흑자 기업도 부도에 내몰린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 A가 있다. 이 회사는 거래처 B에 납품하고 9 15일에 만기인  7,000만 원짜리 어음을 받았다. 이어 협력업체 C에게 9 20일이 만기인 5,000만 원짜리 어음을 끊어주었다. 사장은며칠 뒤 들어올 돈으로 막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와중에 대형 거래처 D와도 거래가 성사되어 만기가 9 30일인 1억 원짜리 어음을 받았다.

 

문제는 9 12, 거래처 B가 도산하면서 발생했다. B로부터 받은 어음은 휴지조각이 되었고, 급전 마련에 실패한 A 기업은 결국 C에게 발행한 5000만 원짜리 어음을 막지 못하게 되었다. 거래처 D로부터 1억원이 들어올 예정이었지만, 현금흐름의 시차와 B의 도산으로 A기업도 잇따른 부도 상테에 빠진 것이다.

 

이렇게 발생한 흑자 도산은 거래처의 도산으로부터 파생되었다고 해서 연쇄도산이라고 불린다.

 

제도적 대응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국면에서 기업 간 연쇄도산을 막기 위해 어음보험 제도가 도입되었고, 2004년부터는 이 제도가 매출채권보험으로 확대되어 운영되고 있다.

 

매출채권보험은 중소기업이 외상 판매한 대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손실의 일정 비율을 보험에서 보상해 주는 제도다. 실제로 많은 중소기업들이 거래처의 도산으로 인한 연쇄도산을 막는 데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마무리하며

흑자도산의 단순히 기업의 부주의가 아니라 자금 흐름과 신용 위험이 얽힌 구조적 문제로,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따라서 기업의 안정성은 단순히 장부상의 이익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현금흐름 관리, 거래처 신용 평가, 제도적 안전망 활용이 함께 이루어질 때만 흑자도산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흑자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 기업의 생존은 이익보다 유동성 관리 능력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