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물을 떠나다
서론: 물고기가 물 속에서만 산다고?
물고기는 물 속에서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자연은 때때로 우리의 상식을 깨트린다. 몇몇 물고기들은 물을 벗어나 육지를 기어 다니고, 어떤 물고기들은 하늘을 날며, 또 어떤 물고기들은 물이 없는 땅속에서 오랜 시간 살아남기도 한다.
1. 육지를 기어 다니는 물고기들
남아메리카에 서식하는 ‘남아메리카 폐어(South American Lungfish, Lepidosiren paradoxa)’는 단순히 헤엄치는 것이 아니라, 열대우림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공기 호흡이 가능하며 습한 환경에서라면 물 없이도 일정 거리까지 이동할 수 있다.
남아시아에서 온 ‘걷는 메기(Walking Catfish, Clarias batrachus)’는 더 독특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 물고기는 공기 호흡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가슴지느러미의 단단한 가시를 이용해 육지를 기어 다닌다. 1960년대 이후 플로리다에서는 겯는 메기가 수족관 양식장에서 탈출하여, 습지와 육지를 이동하면서 빠르게 확산되었다.
2. 물이 없어도 버티는 물고기
어떤 물고기들은 물이 부족할 때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기다리는 방법을 선택한다. ‘아프리카 폐어(African Lungfish, Protopterus annectens)’는 서식지가 건조해지면 진흙 속으로 파고들어 점액질 보호막을 형성하고, 폐호흡을 통해 4~6개월 동안 생존할 수 있다.
심지어 연구실 실험에서는 아프리카 폐어가 최대 1년 동안 완전히 건조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았다는 보고가 있다. 자연에서는 우기가 시작되면 갇혀 있던 폐어가 다시 활동을 재개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이 과정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3. 하늘을 나는 물고기
물고기가 물을 벗어나 육지를 다닐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물고기가 하늘을 날 수도 있다면? ‘날치(Flying Fish, Exocoetidae)’는 물속에서 시속 70km까지 가속한 후, 해수면을 박차고 뛰어오른다.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를 활짝 펼쳐 마치 활공하듯이 공중을 미끄러지며 이동하는데, 대개 100미터 이내에서 다시 바다로 내려온다. 하지만 기록상 가장 멀리 날아간 날치는 400미터까지 활공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들의 비행은 단순한 유희가 아니다. 날치를 노리는 참치와 돌고래 같은 포식자들이 많기 때문에, 물속에서 빠져나와 공중을 가로질러 도망가는 것이 생존 전략이 된 것이다.
결론: 물고기,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놀랍다
물고기들이 오직 물속에서만 살아간다는 생각은 틀렸다. 어떤 물고기들은 육지를 기어 다니고, 어떤 녀석들은 물이 마르면 흙 속에서 오랜 시간을 버틴다. 또 어떤 종은 하늘을 가로지르며 생존을 이어간다.
어느 날 밤, 젖은 돌 위에서 꿈틀거리는 장어나, 해안가에서 하늘을 활공하는 날치를 본다면 더 이상 놀랄 필요가 없다. 물고기들은 생각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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