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자라는 뿔, 매년 반복되는 채취사슴뿔은 매년 자란다. 봄이면 연골이 솟고, 여름이면 단단한 뼈가 되며, 가을이면 떨어진다. 이 자라나는 시기의 뿔을 잘라 피를 모으는 장면은 특정 약효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겐 익숙한 풍경이다. 정력에 좋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뿔의 성분은 손톱과 다르지 않다. 둘 다 케라틴 단백질이다. 같은 성분이라면 손톱을 씹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피는 병에 담기고, 뿔은 약재가 된다. 이 소비는 ‘효능’이 아니라 믿음과 상징을 섭취하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곰 ‒ 고통의 순환이 만들어낸 산업곰의 쓸개는 오늘도 어딘가에서 채취되고 있다. 살아 있는 곰의 복부에 관을 꽂아 매일 또는 주기적으로 쓸개즙을 뽑아낸다. 곰은 철창 안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수년을 버티며 죽어간다. 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