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사냥꾼들이 전통 모자에 풍성한 털 장식을 꽂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감스바르트(Gamsbart), 사냥꾼의 자존심이자 알프스 전통 문화의 상징이다.
감스바르트는 이름 그대로 '감스'(알프스영양)의 털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그 이름 때문에 오해하듯 알프스영양의 바르트(턱수염, bart)가 아니라 등 부위의 길고 부드러운 털로 만든다. 특히 목덜미와 등에 자라는 길고 탄력 있는 털이 최상의 원재료로 꼽힌다.
사냥된 영양의 털은 면도하듯 깎지 않고 하나하나 뽑아내는 방식으로 수집된다. 이는 길이가 길수록 털의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감스바르트는 전통적으로 색깔이 짙을수록 선호되지만, 라이프(Reif)라 불리는 털 끝부분의 밝은 색은 그러데이션이 뚜렷할수록 가치가 높다.
최고급 감스바르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 마리의 알프스영양만으로는 부족하며, 여러 마리의 털을 조합해야 완성된다.
과거 감스바르트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사냥꾼의 지위와 실력을 나타내는 상징이었다. 감스바르트가 크고 멋질수록 그 사냥꾼은 경험이 많고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인물로 여겨졌다. 특히 오스트리아와 바이에른 지역에서는 감스바르트가 명예로운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에는 전통 의상을 입을 때 감스바르트를 착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사냥꾼이 아니더라도 알프스 문화와 관련된 행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전통적인 수작업 방식으로 제작된 고품질 감스바르트는 상당한 가격을 자랑한다. 하지만 현대에는 알프스영양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인조섬유로 만든 감스바르트도 유통되고 있다.
감스바르트(Gamsbart, 산영양의 턱수염)란 이름은 독일어 ‘겜제(Gämse, 산영양)’의 티롤 및 바이에른 방언인 ‘감스(Gams)’와 턱수염을 뜻하는 독일어 ‘바르트(bart)’의 결합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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