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동물과 관련된 영어 표현들을 당연하게 사용한다. 그러나 그 의미를 깊이 들여다보면, 정작 동물과는 별 관계가 없거나 오해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돼지가 하늘을 난다? 개의 털이 숙취를 없앤다? 사실을 알고 보면 동물들이 억울할 만하다.
1. Cold turkey (차가운 칠면조: 갑자기 끊다[특히 중독 관련])
"I quit smoking cold turkey last year."
(나는 작년에 담배를 단번에 끊었어.)
‘담배를 끊을 때는 무조건 칠면조를 먹어야 한다?’ 그런 뜻은 아니다. ‘Cold turkey’는 약물이나 술을 갑자기 끊을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그런데 왜 ‘차가운 칠면조’일까?
사실 이 표현은 금단현상으로 인해 피부에 닭살이 돋고 창백해지는 모습에서 유래했다. 즉, 사람이 중독에서 벗어날 때 나타나는 신체적 변화를 가리키는 표현이지, 음식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2. Sweat like a pig (돼지처럼 땀을 흘리다: 땀을 뻘뻘 흘리다)
"It was so hot today, I was sweating like a pig!"
(오늘 너무 더워서 땀을 뻘뻘 흘렸어!)
돼지는 땀샘이 거의 없어서 땀을 흘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돼지처럼 땀을 흘린다’는 표현이 존재할까?
여기서 pig는 실제 돼지가 아니라, 제련 과정에서 나오는 ‘pig iron’(선철)을 뜻한다. 금속이 냉각되면서 수분을 머금고 맺히는 현상이 마치 땀처럼 보였고, 이 표현이 생겨났다. 돼지들은 이 표현이 억울할 수도 있겠다.
3. The elephant in the room (방 안에 코끼리: 누구나 알지만 말하지 않는 문제)
"We need to talk about the elephant in the room – our company's financial problems."
(우리 회사의 재정 문제라는 중요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야 해.)
이 표현은 방 안에 거대한 코끼리가 있지만, 사람들이 애써 무시하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즉, 모두가 알고 있지만 입 밖에 내지 않는 불편한 진실을 의미한다.
물론 실제로 방 안에 코끼리가 있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이 표현은 너무 명백해서 부정할 수 없는 문제를 의미한다. 우리 주변에서도 ‘말하지 않으면 없는 것이 된다’는 듯한 분위기를 자주 경험할 수 있다.
4. Hair of the dog (개의 털: 숙취 해소를 위해 다시 술 마시기)
"I have a terrible hangover. Maybe a little hair of the dog will help."
(숙취가 너무 심해. 아마 해장술이 도움이 될지도 몰라.)
‘Hair of the dog’은 전날 마신 술로 인해 숙취가 왔을 때, 다시 술을 마시면 괜찮아진다는 속설에서 나온 표현이다. 그런데 왜 개의 털일까?
이 표현은 광견병 치료와 관련된 미신에서 유래했다. 과거에는 광견병에 걸린 개에게 물리면, 그 개의 털을 상처에 붙이면 치료된다고 믿었다. 이와 비슷하게, 숙취도 같은 원리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나온 표현이다. 물론 과학적으로는 근거 없는 이야기다.
5. When pigs fly (돼지가 날 때: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
"He said he would apologize? Yeah, when pigs fly!"
(그가 사과한다고? 그래, 돼지가 날아다닐 때나 가능하겠지!)
우리 말의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와 같은 표현이다. 돼지가 날아다닐 가능성이 없는 것처럼,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을 강조할 때 사용한다.
이 표현은 1600년대 영국에서 처음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당시에도 불가능한 일을 강조하는 재미있는 표현으로 쓰였다. 현실에서는 날개 달린 돼지를 볼 수 없겠지만, 애니메이션이나 광고에서는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6. Curiosity killed the cat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 호기심이 지나치면 화를 부른다)
"Don’t open that box! You know what they say – curiosity killed the cat!"
(그 상자 열지 마! 알잖아,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고 하잖아!)
이 표현은 “쓸데없는 호기심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원래 표현은 “Care killed the cat”(걱정이 너무 많으면 해롭다)였다. 그러다가 후대에 “Curiosity”로 바뀌면서 ‘호기심이 과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의미로 굳어졌다.
이 표현이 강조하는 바와 달리, 고양이의 호기심이 꼭 위험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호기심은 고양이의 생존본능 중 하나로, 주변 환경을 탐색하고 위협을 피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7. Cat got your tongue? (고양이가 혀를 가져갔다고? 왜 말이 없니?)
"Why are you so quiet? Cat got your tongue?"
(왜 이렇게 조용해? 아무 말도 못 하겠어?)
이 표현은 누군가 갑자기 말이 없거나 대답을 못 할 때 쓰이는 표현이다. 하지만 실제로 고양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유래에 대한 명확한 기원은 없지만, 몇 가지 설이 있다. 한 가지 설은 고대 이집트에서 거짓말을 한 사람의 혀를 잘라 고양이에게 바쳤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고, 또 다른 설은 영국 해군이 사용했던 채찍 ‘Cat o’ Nine Tails’(아홉 꼬리 고양이, 아홉 갈래 채찍)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이 채찍으로 맞으면 너무 고통스러워 말을 못 하게 된다는 의미에서 나온 표현이라는 주장도 있다.
어느 쪽이든, 실제로 고양이가 사람의 혀를 가져가는 일은 없으니, 이 표현도 동물과 무관한 오해된 속담이라 할 수 있다.
마무리하며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동물 속담들 중에는 실제 동물과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다. 오랜 세월 동안 변형되고 재해석되면서 뜻이 바뀌었거나, 원래 의미와 다르게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이제는 이런 표현들을 들을 때마다 ‘진짜 의미는 뭘까?’ 하고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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