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용어들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 생각이 병을 만든다

Egaldudu 2025. 3. 30. 21:02

 

픽사베이 이미지

 

 

1. 노시보 효과란?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 라틴어 "나는 해를 입을 것이다"라는 뜻에서 유래한 심리학·의학 용어다. 이는 플라시보 효과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무해한 물질이나 상황이 부정적인 신념 때문에 실제로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 어떤 사람이 이건 해로울 거야’, ‘이걸 먹으면 분명 탈이 날 거야라고 믿는 것만으로도 실제로 몸에 이상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반응은 단순한 기분변화나 착각이 아니라, 측정 가능한 생리반응으로 나타나는 신체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 데렉 애덤스 사건

노시보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로 종종 언급되는 것이 바로데렉 애덤스(Derek Adams) 사건이다. 그는 우울증 치료를 위한 항우울제 임상시험에 자발적으로 참여했으며, 이 실험은 피험자 일부에게는 실제 약을, 나머지에게는 가짜 약(플라세보)을 투여해 효과를 비교하는 방식이었다. 데렉은 대조군, 즉 플라세보를 복용하는 그룹에 속했지만 본인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며칠 후, 데렉은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고 극심한 감정적 충격을 받는다. 절망에 빠진 그는 자살을 결심하고 자신이 항우울제라고 믿고 있던 약을 29정이나 한꺼번에 삼킨다. 그러나 실제로 그는 설탕으로 만든 가짜 약을 복용했을 뿐이었다.

 

이후 상황은 급격히 악화된다. 데렉은 극심한 어지럼증, 구토, 혈압 저하, 탈수 증상, 혼란, 의식저하 등을 겪으며 쓰러졌고, 친구에 의해 병원에 긴급 이송되었다. 의료진은 그의 생명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들은 데렉의 혈압과 전해질 수치의 이상 반응을 관찰하면서도 원인을 설명하지 못했다.

 

몇 시간 후, 임상시험 관련 의사가 그가 복용한 약이 단순한 플라세보였음을 확인하고 이를 데렉에게 설명하자 그의 신체 상태는 급속도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 사건은 약이 해롭다는 믿음만으로도 생명을 위협하는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 노시보 효과 사례로 기록되었다.

 

3. 과학적 근거: 프레이밍햄 연구와 생리적 실험들

노시보 효과는 단순한 일화에 그치지 않는다. 이 현상이 실제로 존재하며 반복적으로 관찰된다는 객관적 증거는 여러 연구를 통해 뒷받침된다. 대표적으로,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된 미국의 프레이밍햄 심장 연구(Framingham Heart Study)가 있다.

 

이 연구에서는 건강상 특별한 문제가 없던 여성들 중, 자신이 심장마비에 걸릴 것’이라 믿고 있던 그룹이 실제로 그렇지 않은 여성들보다 심장마비 발병률이 4배 높았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처럼 개인이 가진 부정적 기대와 신념이 실제 질병발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이 장치는 약한 전기 자극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작동하지 않는 가짜 기기를 머리에 부착시켰다. 자극은 없었지만 참가자들 중 상당수가 두통, 현기증, 집중력 저하를 호소했다. 이러한 반응은 상상이 아닌, 실제 신경계의 반응을 통해 나타난 것이다.

 

4. 신념과 건강 사이의 역설

그렇다면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이러한 반응은 어떻게 몸에서 생겨나는가? 노시보 효과는 단순한 기분변화나 예민함이 아니라, 신념이 뇌와 신체의 작동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생리적 반응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부정적인 기대와 불안, 두려움은 뇌의 전두엽과 편도체를 자극해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킨다. 이어서 코르티솔 분비 증가, 자율신경계 불균형, 면역기능 저하 등 신체 내부의 연쇄반응이 발생한다. 이 과정은 실제 생화학적 수치와 호르몬 변화로 측정 가능하다.

 

한 실험에서는 가짜 약을 복용한 참가자들 중 일부가 두통, 구토, 심지어 탈모까지 경험했다는 보고도 존재한다. 신체는 믿음을 현실로 받아들인다. 뇌는 실제로 무언가 해롭다는 신호가 없더라도 ‘그럴 것이다’라는 기대에 따라 통증 수용체계를 스스로 활성화시킬 수 있다.

 

5. 일상에서의 의미

오늘날 의료현장에서는 노시보 효과의 영향을 실질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의사들은 환자에게 질병 경과나 약물의 부작용을 설명할 때 불필요하게 강한 표현을 지양하고 신중한 언어를 선택한다. 예를 들어이 약은 구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대신드물지만 일부 환자에게서 구토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처럼 조심스러운 전달방식을 택하는 이유다.

 

노시보 효과는 생각이 얼마나 현실을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다.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자주이거 먹으면 탈 날 것 같아”, “이런 데 가면 꼭 감기 걸려같은 말을 쉽게 내뱉는다. 하지만 이런 말과 생각은 단순한 불안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몸의 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자기암시가 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나는 괜찮을 거야”라는 믿음이 생각보다 강력한 방어막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