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픽스·CD·기준금리, 뭐가 다른가
금리에 대한 뉴스는 자주 접하지만, 정작 내가 받은 대출의 기준금리가 어떤 방식으로 정해지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기준금리, 코픽스금리, CD 금리는 이름도 비슷하고 은행에서 혼용되기 때문에 혼란스럽기 쉽다. 하지만 이 세 가지는 출처도 다르고 기능도 다르며, 실제 대출금리에 미치는 영향도 크게 차이난다.
1. 기준금리: 한국은행이 정하는 통화정책의 축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설정하는 정책금리다. 정확히는 금융기관 간 하루짜리 초단기 자금거래(콜금리)에 영향을 미치도록 한국은행이 설정한 ‘기준’ 금리로, 시중금리에 큰 영향을 준다.
기준금리는 물가안정을 중심으로 경제 전반을 조절하기 위한 도구이기 때문에 소비자 대출에 직접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픽스금리와 CD 금리 등의 민간 기준금리들은 이 기준금리의 흐름을 반영해 움직인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시중은행의 자금조달 비용도 상승하고, 이는 결국 코픽스나 CD 금리를 통해 실제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2. CD 금리: 과거 주류였던 고정형 대출 기준
CD 금리(Certificate of Deposit Rate)는 은행이 발행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의 금리다. CD는 원래 거래 가능한 예금증서로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이지만 국내에서는 실제 유통량이 적고 형식적으로 공시되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에는 고정금리형 대출의 기준금리로 널리 활용되었고, 일부 은행은 변동금리형 대출의 기준으로도 CD 금리를 적용했다. 그러나 실거래 기반이 부족하고 조작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은 CD 금리 기반 대출 상품을 줄이도록 유도해 왔다.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도 코픽스금리를 대출 기준금리로 권장하고 있으며, CD 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신규 대출 상품은 과거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3. 코픽스(COFIX) 금리: 실제 자금조달 비용에 근거한 금리
코픽스(Cost of Funds Index)는 말 그대로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드는 실제 비용을 지수화한 금리다. 은행연합회가 국내 8개 주요 은행으로부터 받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달 공시하며, 은행들이 새로운 대출을 내줄 때 기준금리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변동형 대출 금리다.
코픽스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나뉜다:
●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새로 조달한 자금만을 기준으로 산정.
→ 시중금리에 빠르게 반응함. 변동성이 큼.
● 잔액 기준 코픽스: 과거부터 쌓인 전체 자금의 평균 조달비용 기준.
→ 변동이 느리고 안정적임.
실제 은행에서 대출상품을 고를 때 ‘기준금리: 신규 코픽스’, ‘기준금리: 잔액 코픽스’라고 명시되어 있다면 이 두 금리 중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에 따라 향후 금리 변동폭과 상환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
4. 세 금리의 차이, 그리고 연결 구조
기준금리는 금융시장의 방향을 잡는 금리다. 코픽스와 CD 금리는 그 방향을 반영한 실제 조달 비용 또는 상품 금리이며, 이 중 코픽스는 실제 거래 기반으로 만들어지기에 금융당국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기준금리로 평가한다.
과거에는 CD 금리가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익숙하다는 이유로 널리 쓰였지만 실거래 기반이 부족한 구조적 문제로 인해 퇴출 수순을 밟고 있으며, 현재는 코픽스가 대표적인 실사용 기준금리로 자리 잡았다.
5. 실생활에서 주의할 점
은행에서 변동금리형 대출을 제시할 때, ‘기준금리: CD 6개월’, ‘신규 코픽스 적용’ 등으로 표기된다. 이 때 어떤 기준금리가 사용되었는지에 따라 향후 이자 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또한, 기준금리가 내려갔다고 해서 바로 내 대출금리가 내려가지 않는 이유는 내 대출에 적용된 ‘기준금리’가 무엇이냐에 따라 반응속도나 반영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무리
세 금리는 이름은 비슷해 보여도 적용 주체, 산정 방식, 시장 반영도에서 모두 다르다. 정책금리는 한국은행이, 대출 기준금리는 시중은행이 결정하며, 그 판단의 근거로 무엇을 쓰느냐에 따라 금리는 전혀 다르게 움직인다. 금리는 경제흐름과 직접 연결되기에 단어 하나의 차이가 실제 이자 부담과 금융 결정에 큰 영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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