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포그(Brain Fog)’는 생각이 느려지고, 집중이 어렵고, 머릿속이 흐릿한 상태를 설명할 때 흔히 쓰이는 표현이다. 의학적 진단명은 아니지만,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인지기능의 일시적 흐림을 가리키는 용어로 널리 퍼져 있다.
개념과 유래
‘멘탈 포그(mental fog, 정신적 안개)’라고도 불리는 브레인 포그(brain fog)는, 정식 의학 용어는 아니다. 이와 유사한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정신의학에서는 ‘clouding of consciousness(의식의 혼탁)’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보다 구체적인 의학적 설명은 한국어 위키백과 ‘의식의 혼탁’ 문서나 영문 위키백과 Clouding of consciousness에서 참고할 수 있다.
이 용어는 19세기 초 독일 의사 게오르크 그라이너(Georg Greiner)가 ‘Verdunkelung des Bewusstseins(의식의 혼탁)’이라는 표현으로 처음 기술했으며, 이후 섬망(delirium)의 핵심 증상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반면, 오늘날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브레인 포그는 이보다 훨씬 넓고 비공식적인 개념이다. 병리적 의식 저하라기 보다 일상 속에서 느끼는 주의력 감퇴, 사고 속도 저하, 기억력 약화 등 인지 기능의 흐림을 설명하는 데 더 가깝다. 따라서 섬망(delirium)보다는 경미한 수준의 인지 혼란 상태로 이해할 수 있다.
어떤 상태를 말하는가
브레인 포그는 보통 다음과 같은 특징을 동반한다. 말을 하다가 단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생각이 느리게 이어지고, 조금 전 일을 기억해내는 데 시간이 걸린다. 주의가 쉽게 흐트러지고, 주변 환경에 몰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현상은 종종 “꿈을 꾸는 것 같다”, “머리가 하얘진다”, “정신이 나갔다”는 표현으로 설명되곤 한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정신과의사이자 임상지도자인 바버라 쉴트크라우트(Barbara Schildkrout)는 자신이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한 뒤 겪은 경험을 이렇게 묘사한다. “나는 깨어 있었지만, 동시에 깨어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알 수 없었고, 내 판단을 믿을 수 없었다.”
다양한 원인
브레인 포그는 고정된 원인을 가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수면 부족, 만성 스트레스, 감염 후유증, 통증, 약물, 호르몬 변화, 영양 결핍 등 매우 다양한 조건 속에서 나타날 수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이후 나타나는 후유증 중 하나로 ‘롱코비드 브레인 포그’가 보도되며 관심이 더 커졌다. 섬유근통이나 갑상선 기능 저하증 같은 만성 질환에서도 인지저하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브레인 포그는 한 가지 원인으로 정의되기 어려운, 신체와 정신 전반의 반응 양상으로 볼 수 있다.
인지 기능과의 관계
브레인 포그는 주의력, 단기 기억력, 언어 처리, 사고 속도 등 다양한 인지 기능에 영향을 준다. 한 가지 기능만 느려지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뇌가 ‘약간 뒤처져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치매나 경도 인지장애(MCI)와는 다르다. 브레인 포그는 각성 수준이나 주의력 저하에 가까운 상태이고, 신경세포 손상이나 진행성 인지 장애와는 구분된다.
맺으며
브레인 포그는 단순히 피곤할 때 생기는 느낌이 아니다. 때론 뇌가 과하게 사용되었거나, 신체가 복합적인 부담을 감당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의학적 진단은 아니지만 뇌가 보내는 ‘속도 조절’의 신호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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