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돌고래(dolphin)와 쇠돌고래(porpoise)

우리에게 익숙한, 수영하는 돌고래의 모습(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바다 위를 힘차게 가르며 수면 위로 튀어오르는 동물, 돌고래는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해양 포유류다. 하지만 이와 비슷하게 생긴 또 다른 동물이 있다. 바로 쇠돌고래다. 겉모습은 비슷해 보여도 이 둘은 생물학적으로 완전히 다른 계통에 속한다. 약 1,500만 년 전, 돌고래와 쇠돌고래는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각각 독립적인 진화 경로를 걷기 시작했다.

 

목차

1. 같은 고래, 다른 과
2. 외형의 미묘한 차이
3. 행동의 대비
4. 멜론(melon), 음파 탐지의 차이
5. 생태적 역할과 분포 
6. 결론: 이름에 속지 말 것

 

같은 고래, 다른 과

돌고래와 쇠돌고래는 모두 이빨고래류(toothed whales, Odontoceti)로 분류되지만, 더 좁은 분류 단계인 ‘과(family)’에서는 갈라진다. 돌고래는 돌고래과(Delphinidae)에 속하고, 쇠돌고래는 쇠돌고래과(Phocoenidae)에 속한다. 닮은 겉모습과는 달리 둘은 계통상으로 상당히 먼 친척이다.

 

외형의 미묘한 차이

돌고래는 길고 날씬한 체형에 뾰족하게 돌출된 주둥이가 특징이다. 수면 위로 잠깐 모습을 드러냈을 때도 그 특유의 실루엣이 눈에 띌 만큼 인상이 뚜렷하다. 반면 쇠돌고래는 전체적으로 몸집이 작고 둥글며, 짧고 둥근 턱을 가지고 있어 외형에서부터 차이를 보인다.

 

영어 이름 porpoise(포퍼스)는 라틴어 porcopiscus에서 유래한 말로 ‘돼지 물고기’를 뜻하는데, 이러한 몸매와 얼굴 형태에서 비롯된 명칭이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쇠돌고래 ‘잭(Jack)’은 그런 특성을 잘 보여준다. 잭은 캐나다 웨스트밴쿠버 해안에서 좌초된 채 발견되어 구조되었고, 재활 치료 후 방류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아 현재는 밴쿠버 아쿠아리움에서 보호되고 있다.

사진: Marcus Wernicke(Tuugaalik), Porpoise.org Porpoise Conservation Society, CC BY-SA 4.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38057121

 

행동의 대비

돌고래는 활동적이고 사교적인 성격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무리를 지어 움직이며, 수면 위로 점프하거나 회전하는 등 유희 행동을 자주 보인다. 일부 돌고래는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반대로 쇠돌고래는 조용하고 은둔적인 생활을 한다. 수면 위로 잘 떠오르지 않으며, 단독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사람들에게 덜 알려져 있고, 자연 다큐멘터리에서도 등장 빈도가 낮다.

 

멜론(melon), 음파 탐지의 차이

돌고래의 머리에는 멜론이라 불리는 지방 조직이 있다. 이는 숨구멍 앞쪽에 불룩하게 솟은 부분으로, 초음파를 집중시키고 방향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돌고래는 이 멜론을 통해 음파를 발산하고, 반사된 소리를 이용해 주변을 인식하는 에코로케이션 능력을 발달시켰다.

 

쇠돌고래도 마찬가지로 에코로케이션을 수행하지만 이들의 멜론 조직은 눈에 띄게 솟아 있지 않으며, 형태가 덜 뚜렷하고 기능적으로도 단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멜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돌고래처럼 발달한 정교한 음향조절 구조는 아니다. 이 차이로 인해 쇠돌고래의 음파탐지 능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생태적 역할과 분포

두 동물은 진화의 궤적만 다른 것이 아니라 생태적 역할과 서식 환경도 다르다. 돌고래는 전 세계의 다양한 해역에 분포하며, 따뜻한 바다뿐 아니라 온대와 한대 지역에서도 볼 수 있다.

 

쇠돌고래는 상대적으로 좁은 범위에 분포하며, 주로 북반구의 차가운 바다에 서식한다. 특히 북태평양과 북해에서는 쇠돌고래가 흔히 관찰되며, 한국 근해에서도 일부 종이 보고된 바 있다.

 

결론: 이름에 속지 말 것

돌고래와 쇠돌고래는 단순히 ‘같은 고래의 다른 종류’가 아니다. 생김새, 행동 방식, 내부 구조, 진화사, 생태적 분포까지 전부 다르다.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같은 동물로 취급되기 쉽지만 과학적으로는 명확히 구분되는 두 생명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