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1. 이상한 나무, 바오밥
2. 『어린 왕자』 속 바오밥과 현실의 차이
3. 바오밥의 기원은 마다가스카르
4. 어떻게 아프리카와 호주로 건너갔을까?
5. 멸종의 위협과 종 간 경쟁
6. 바오밥 열매, 현대인의 슈퍼푸드
7. 상상의 바오밥과 현실의 바오밥
1. 이상한 나무, 바오밥
마치 뿌리를 하늘로 들어 올린 듯한 기묘한 형태. 바오밥나무는 지구상에서 가장 독특한 실루엣을 가진 나무로 꼽힌다. 줄기는 매우 두껍고, 가지는 드물게 자라 겨울철 낙엽이 진 모습은 마치 나무가 거꾸로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바오밥을 ‘거꾸로 나무(upside-down tree)’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습만큼이나 바오밥의 생존 방식도 놀랍다. 바오밥은 줄기 속에 수천 리터의 물을 저장해 혹독한 건기를 버티며, 잎과 열매는 식량과 약재로 쓰인다. 이처럼 물, 음식, 약 모두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 덕분에 바오밥은 오랫동안 ‘생명의 나무(Tree of Life)’로 불려왔다.
2. 『어린 왕자』 속 바오밥과 현실의 차이
바오밥은 문학 속에서도 상징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어린 왕자』에서 주인공은 바오밥 씨앗을 제때 뽑지 않으면 별 전체를 삼켜버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작은 문제라도 방치하면 나중에 감당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교훈이 바오밥을 통해 강렬하게 전달된다.
하지만 현실의 바오밥은 어린 왕자 속의 위협적인 존재와는 정반대의 상황에 놓여 있다. 지금 이 거대한 나무는 스스로의 생존을 위협받고 있으며, 그 이유는 인간 활동과 기후변화에 있다.

3. 바오밥의 기원은 마다가스카르
전 세계의 바오밥은 총 8종이다. 모두 ‘Adansonia’라는 속(genus)에 속하며, 이 명칭은 18세기 프랑스 식물학자 미셸 아당손(Michel Adanson)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이들 중 6종은 마다가스카르에만 존재하고, 나머지 2종은 아프리카 대륙과 호주 북서부에 각각 서식한다.
최근 연구진은 이 8종의 유전체를 분석하고, 과거의 기후와 지질조건을 함께 고려해 바오밥의 진화경로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바오밥의 공통 조상은 약 4,110만 년 전 마다가스카르에 출현했고, 약 2,100만 년 전에 첫 번째 바오밥 종이 나타났다. 이후 2,060만 년에서 1,260만 년 전 사이에 다양한 종으로 분화됐다.
특히 이 분화 과정에서는 서로 다른 종 간의 교배, 즉 잡종화(hybridisation)가 관여했다. 이처럼 진화계통이 단순히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물처럼 얽혀 있는 방식을 그물진화(reticulate evolution)라고 부른다.
또한 마다가스카르 내의 산맥융기와 화산활동은 독립적인 생태환경을 만들어 종의 다양화를 촉진했을 것으로 보인다.
4. 어떻게 아프리카와 호주로 건너갔을까?
마다가스카르에서 진화한 바오밥이 어떻게 아프리카 대륙과 호주로 퍼졌을까 하는 의문에 대해서는 두 가지 주요한 가설이 존재한다. 하나는 바오밥의 단단한 열매가 해류를 따라 이동해 다른 대륙에 도달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이 과거 항해나 이동 중에 바오밥 씨앗을 옮겨 심었을 가능성이다.
바오밥 열매는 수분이 적고 가볍기 때문에 긴 시간 바닷물을 견디며 떠다닐 수 있다. 호주에 존재하는 바오밥 종 A. gregorii가 이처럼 이동했는지, 혹은 인류의 이동경로와 연관이 있는지는 여전히 명확한 결론이 없다. 다만, 바오밥의 분포가 고립적이고 특이한 점은 이 나무가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고대 생물지리학의 단서를 제공하는 존재임을 암시한다.
5. 멸종의 위협과 종 간 경쟁
이렇게 놀라운 생존력을 가진 바오밥도 지금은 위기에 처해 있다. IUCN (세계자연보전연맹)에 따르면 8종 중 3종은 멸종위기 또는 심각한 위기(Critically Endangered)로 분류되어 있다. 특히 A. suarezensis와 A. grandidieri는 근친교배로 인한 유전적 다양성 감소라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100만 년 사이 발생한 화산활동과 해수면 상승은 이 나무가 선호하는 서식지를 감소시켰다. 게다가 적응력이 뛰어난 A. za나 A. madagascariensis 같은 종은 서식지 선택 폭이 좁은 멸종위기종과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 이는 바오밥 내부의 생태적 균형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6. 바오밥 열매, 현대인의 슈퍼푸드
바오밥은 생태학적으로만 가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 열매는 최근 ‘슈퍼푸드’로 각광받고 있으며, 항산화 성분과 비타민 C,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과육은 분말로 가공되어 건강식품이나 에너지바, 스무디 원료로 사용된다. 맛은 약간 시트러스와 바나나, 바닐라를 섞은 듯한 향이 난다. 이처럼 바오밥은 현대인의 건강식에서부터 고대 문화, 생태 보존까지 아우르는 독특한 생명체로 자리하고 있다.
7. 상상의 바오밥과 현실의 바오밥
『어린 왕자』가 전한 바오밥은 ‘문제의 씨앗’이다. 작지만 반드시 제때 뽑아내야 할 위험 요소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한 현실의 바오밥은 오히려 우리가 방치해선 안 될 생명의 상징이다. 우리가 이 거대한 나무에 해를 입히는 순간 그것은 단지 나무 하나의 소멸이 아니다. 수천만 년에 걸쳐 이어진 진화의 이야기, 문화의 기억, 생태계의 균형이 함께 무너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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