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는 많은데 새끼는 왜 안 보일까?
도심 한복판, 어디를 가든 비둘기는 눈에 띈다. 지하철역 입구, 버스 정류장, 광장 바닥, 간판 위. 공원을 걷다 보면 나란히 앉은 비둘기 무리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이토록 많은 비둘기들 가운데 ‘비둘기 새끼’를 본 기억이 있는 사람은 드물다. 어딘가에서 새끼가 자라고 있을 텐데 왜 우리는 한 번도 그 모습을 마주치지 못했을까?
높은 곳에서 숨어 키운다
비둘기의 조상은 유럽과 서아시아의 절벽 지대에 서식하던 야생 바위비둘기(Rock Dove)이다. 그 습성은 오늘날 도시의 비둘기에게도 이어져 있다.
다만 지금은 바위 대신 콘크리트 건물의 틈, 간판 위, 고가도로 하부처럼 인공적인 구조물을 번식지로 삼는다. 이들은 사람 손이 닿기 어렵고 눈에도 잘 띄지 않는 곳에서 번식하고 새끼를 키운다.
한 번 둥지를 정하면 수차례 반복해 이용하는 경향도 있어서 외관상 폐건물처럼 보이는 곳에도 비둘기의 번식처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그저 모르고 지나칠 뿐이다.
다 자란 뒤에야 둥지를 떠난다
비둘기 새끼가 잘 보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둥지에서 완전히 자란 후에야 밖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보통 알에서 부화한 후 약 25~30일 동안은 둥지 안에만 머무른다. 이 기간 동안 어미는 먹은 먹이를 되토해주는 방식으로 새끼에게 먹이를 공급한다. 새끼는 깃털이 다 덮이고 몸집이 커질 때가지 둥지 안에만 머문다.
제비나 까치처럼 둥지에서 고개를 내밀며 먹이를 기다리는 모습조차 없다. 도시의 고요한 구조물 속에서 조용히, 그리고 은밀하게 자라나는 것이다. 그리고 날갯짓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뒤에야 세상 밖으로 나온다. 이때는 이미 겉모습이 성체와 거의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자란 상태다.
다른 새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오리, 기러기, 메추라기 같은 새들은 알에서 부화하자마자 걷고 헤엄칠 수 있다. 이들은 부화 직후 둥지를 떠나 활동하기 때문에 사람에게도 쉽게 눈에 띄며 ‘귀여운 새끼’라는 인상을 남긴다.
참새, 까치, 제비처럼 둥지 안에서 부모새의 보살핌을 받는 새들도 있다. 이들은 먹이를 달라고 울며 고개를 내미는 모습이 비교적 자주 관찰되며, 둥지를 떠날 무렵에도 체구가 작고 앳된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성체와 확연히 구별된다.
반면 비둘기는 둥지에 머무는 기간이 길고, 둥지를 떠날 때는 이미 체형과 깃털이 성체와 비슷하다. 새끼 시절의 비둘기를 보는 일이 거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식물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는 눈이 오면 왜 신이 날까 (2) | 2025.05.03 |
---|---|
닮은 듯 다른, 돌고래(dolphin)와 쇠돌고래(porpoise) (1) | 2025.05.03 |
거꾸로 선 생명의 나무, 바오밥(baobab tree)의 진화와 기원 (0) | 2025.05.03 |
사슴뿔, 곰 쓸개, 호랑이 뼈, 과연 효과는? (1) | 2025.05.02 |
딱따구리는 왜 두통이 없을까? (1) | 2025.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