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쓰는 스펀지, 그 원형은 물 속에 사는 살아 있는 생물이다

해면은 동물이다
해면(海綿, sponge)은 바다나 민물에 사는 다세포 생물로, 움직이지 않고 바닥에 붙어 살아간다. 뿌리도 잎도 없고 감각기관도 없어 식물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동물에 속한다. 광합성을 하지 않으며, 물속의 유기물을 걸러 영양분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살아간다.
해면의 일부 세포는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으며, 몸 전체에 물이 흐르는 통로를 만들어 그 안에서 플랑크톤을 걸러낸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해면은 ‘살아 있는 정수기’로 불리기도 한다.
동물로서 해면이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은, 그 세포 구조와 생리작용이다. 신경도 근육도 없지만, 세포는 동물세포의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에너지를 얻는 방식 또한 식물과는 다르다. 바위에 붙어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지만, 그 내부에서는 지속적인 물의 흐름과 미세한 생명 활동이 일어난다.
천연 해면의 쓰임과 채취

고대 지중해 사람들은 이러한 해면을 실제로 채취해 생활에 이용했다. 해면은 부드럽고 물을 잘 흡수하며, 건조해도 탄성을 유지하는 성질이 있어 목욕, 세안, 세정은 물론, 상처 부위의 세척이나 지혈 등 의료적 용도로도 쓰였다. 특히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해면 채집을 생업 삼아 잠수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19세기 말까지도 천연 해면은 고급 생활용품으로 취급되었고, 유럽에서는 욕실 필수품으로 널리 유통되었다. 그러나 무분별한 채취와 공급의 한계로 인해 천연 해면은 점차 가격이 오르고 희소해졌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인공 스펀지였다.
인공 스펀지의 발명

1930년대, 독일과 미국에서 거의 동시에 셀룰로오스 스펀지가 개발되었다. 나무 펄프나 면섬유 등에서 얻은 셀룰로오스에 공기 방울을 섞고, 응고시키는 방식으로 만든 이 스펀지는 구멍이 많은 구조를 가지고 있어 물을 잘 흡수하고 건조가 빠르며, 무엇보다 저렴하고 가볍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 신소재는 곧 천연 해면의 훌륭한 대체품으로 자리 잡았다.
1950년대 이후에는 셀룰로오스 대신 폴리우레탄 같은 합성수지를 이용한 플라스틱 기반의 합성 스펀지가 등장하면서 생산비용이 크게 낮아지고, 대량 보급이 가능해졌다. 우리가 오늘날 주방에서 흔히 사용하는 노란색 수세미 역시 이 기술의 결과물이다.
이름은 생물에서 왔다
‘스펀지(sponge)’라는 단어는 원래 해면이라는 생물에서 유래했다. 이 생물이 가진 질감과 구조, 흡수력은 수세미로서의 기능에 이상적이었고, 그것을 모방한 인공 제품 또한 자연스럽게 같은 이름을 이어받게 되었다. 생물이 삶의 기술이 되고, 기술이 다시 생물을 닮아가는 흐름 속에서 스펀지는 생물과 발명 사이의 흥미로운 가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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