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 22

왜 스컹크 냄새는 그렇게 고약할까

스컹크의 방어 수단스컹크(skunk)는 포식자에게 쫓길 때, 냄새라는 강력한 방어 수단을 사용한다. 그 냄새는 단순히 불쾌한 수준을 넘어, 눈을 자극하고 구역질을 일으키며 며칠간 잔향이 남는다. 이 악취의 비밀은 황(sulfur) 성분이 포함된 특수한 화합물이다. 냄새의 화학적 정체스컹크의 항문선에서는 기름 성분의 액체가 분비된다. 이 안에는 황화 화합물(티올과 티오아세테이트)이 들어 있는데, 티올(thiol)은 공기 중에서 산소와 반응해 즉각적으로 ‘썩은 달걀’ 같은 악취를 낸다. 반면, 티오아세테이트(thioacetate)는 시간이 지나면서 공기 중의 수분과 반응해 티올로 전환되며, 이로 인해 냄새가 며칠간 지속되는 지연 방출형 분자 역할을 한다. 이 두 물질의 조합 덕분에 스컹크 냄새는 처음엔 강하..

동식물 이야기 2025.10.24

개가 사람을 핥는 5가지 이유

개가 사람을 핥는 것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다. 그 안에는 애정, 의사소통, 관계 유지 같은 복잡한 감정이 숨어 있다. 이런 행동에는 주로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이유가 있다. 1. 애정과 유대의 표현가장 일반적인 이유다. 개는 신뢰하고 좋아하는 대상을 핥으며 소속감과 애착을 표현한다. 특히 꼬리를 흔들며 얼굴이나 손을 반복적으로 핥는 행동은 “너는 내 가족이야”라는 메시지에 가깝다. 무리 생활을 하던 본능이 인간과의 관계에서도 이어진 것이다. 2. 불편함이나 피로의 신호가벼운 한두 번의 핥기 뒤 목을 돌리거나 피하는 행동은 “이제 그만 만져주세요” 혹은 “혼자 있고 싶어요”라는 부드러운 거절 신호일 수 있다. 사람의 관심이나 접촉이 과할 때 이런 행동이 자주 나타난다. 즉, 핥기가 항상 ‘좋아한다’는 ..

동식물 이야기 2025.10.24

파인애플에 씨가 없는 이유 ᅳ 자가불화합성이란?

파인애플은 남아메리카 원산의 열대 식물이다. 1493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카리브 해의 과일을 유럽으로 처음 가져오면서 세계에 알려졌다. 이후 사람들은 파인애플의 강한 향과 단맛에 매료되었다. 인간이 만든 번식 방식야생의 파인애플은 원래 곤충이나 벌새가 꽃가루를 옮겨주는 수분 과정을 통해 번식했다. 파인애플은 본래부터 일정 수준의 ‘자가불화합성’, 즉 같은 개체나 같은 품종의 꽃가루로는 수정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인류는 이러한 특성이 강한 품종을 선택적으로 재배하며 씨가 거의 생기지 않도록 품종을 유지해왔다. 또한 상업 재배지에서는 한 품종만 대규모로 심고, 교차수분을 막기 위해 벌새의 접근도 차단한다. 이처럼 자연적 특성과 인위적 재배 방식이 결합되어, 오늘날 우리가 먹는 파인..

동식물 이야기 2025.10.24

필리핀안경원숭이 ᅳ 세상에서 가장 작은 영장류 중 하나

By Plerzelwupp,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1. 분류와 서식지필리핀안경원숭이(Philippine tarsier, Carlito syrichta)는 영장목(Primates) 안경원숭이과(Tarsiidae)에 속하는 종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영장류 중 하나다. 주로 필리핀 남부 지역 ᅳ 보홀(Bohol), 레이테(Leyte), 민다나오(Mindanao), 사마르(Samar) ᅳ 의 열대 우림과 관목지대에 서식한다. 이 종은 한때 Tarsius syrichta로 분류되었지만, 유전학적 차이와 형태적 특성에 근거해 2008년 이후 별도의 속인 Carlito로 재분류되었다. 2. 형태적 특징성체의 몸길이는 약 10~15cm, 꼬리는 20cm 안팎으로..

동식물 이야기 2025.10.23

코뿔소, 사라질 수도 있었던 거대한 초식동물

코뿔소의 종류 및 분포지구에는 한때 아홉 종이 넘는 코뿔소가 살았지만, 지금은 오직 다섯 종만 남아 있다. 그중 두 종은 아프리카에, 세 종은 아시아에 산다. 아프리카에는 흰코뿔소와 검은코뿔소가 있고, 아시아에는 인도코뿔소, 자바코뿔소, 수마트라코뿔소가 남아 있다. 이들은 모두 초식성으로, 시력은 약하지만 후각과 청각이 매우 발달한 동물이다. 몸길이는 최대 4미터, 몸무게는 종에 따라 크게 다르다. 가장 작은 수마트라코뿔소는 500kg 남짓이지만, 가장 큰 남방흰코뿔소는 약 4톤에 이른다. 그리고 뿔은 뼈가 아니라 인간의 손톱과 같은 각질(keratin)로 이루어져 있다. 검은코뿔소의 위기현재 가장 심각한 위협에 놓인 종은 검은코뿔소(Black Rhino, Diceros bicornis)다. 국제자연보전..

동식물 이야기 2025.10.21

아프리카의 유니콘, 오카피(Okapi)

한때 전설로 여겨졌던 동물 ‘아프리카의 유니콘(African unicorn)’이라 불리는 오카피(Okapi)는 세계에서 가장 신비로운 포유류 중 하나다. 한때 서양에서는 이 생물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정글의 전설’로 치부했을 정도로, 오카피는 사람의 눈에 거의 띄지 않았다. 빽빽한 콩고의 열대우림 속에서 조용히 살아온 이 동물은 20세기 초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과학의 무대에 등장했다. 오카피는 얼핏 보면 얼룩말을 닮았다. 다리에는 흰색과 검은색이 교차하는 줄무늬가 있고, 몸통은 짙은 적갈색을 띤다. 그러나 유전적으로 오카피는 얼룩말이 아니라 기린과 가장 가까운 친척이다. 실제로 오카피의 혀는 기린처럼 길고 유연해서, 높은 가지의 잎을 감아 뜯어 먹거나 자기 귀를 핥을 수도 있다. 이 ‘잡을 수 있는 혀..

동식물 이야기 2025.10.21

물고기를 위한 계단 ᅳ 어도(Fish Ladder)는 왜 필요할까?

막힌 강, 끊긴 회귀본능바다에서 태어나 강으로 돌아와 산란하는 물고기들이 있다. 연어나 뱀장어처럼 바다와 강을 오가는 회귀성 어류에게 댐이나 수력발전소는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다. 그들에게 그것은 생명을 가로막는 장벽이다. 상류로 오르지 못하면 산란할 수 없고, 결국 한 세대의 생애 주기가 거기서 끊겨 버린다. 인공의 장벽을 넘어 ᅳ 어도의 탄생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세기부터 사람들은 물고기를 위한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어도(魚道, Fish Ladder)다. 물의 흐름을 단계적으로 완화시켜 물고기가 조금씩 상류로 오를 수 있도록 만든 구조물이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여러 개의 작은 수조를 층층이 연결한 계단식 어도다. 물이 한 단계씩 흘러내리며 유속이 완만해지고, 물고기들은 각 구간을..

동식물 이야기 2025.10.17

앵무새는 어떻게, 왜, 사람의 말을 흉내낼까?

앵무새는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놀랍도록 정확하게, 때로는 억양까지 흉내 낸다. 이 능력은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조류의 생리 구조와 신경 회로가 맞물려 작동한 결과다. 1. 목소리의 비밀 ᅳ 시링크스인간이 목의 후두(larynx)로 발성을 하듯 앵무새는 기관지의 아랫부분에 있는 시링크스(syrinx) 라는 기관을 사용한다. 시링크스는 근육이 정교하게 배열되어 있어, 공기의 흐름을 미세하게 조절하며 다양한 음을 만들어낸다. 특히, 양쪽 기관지를 독립적으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두 개의 소리를 동시에 내거나, 사람의 말처럼 복잡한 소리의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앵무새는 입술이 없고 혀의 구조도 인간과 다르지만, 후두보다 훨씬 유연한 발성 기관으로 사람의 음성 높낮이..

동식물 이야기 2025.10.17

양배추(Cabbage), 지구가 만든 가장 소박한 엘릭서

양배추는 겉보기에는 평범하지만 오랫동안 인류의 건강을 지켜온 특별한 채소다. 지중해 연안의 바람 부는 절벽에서 자라던 야생 식물은 오랜 세월 인간의 손길을 거쳐 오늘날의 둥근 형태로 진화했다. 이 작고 둥근 잎 속에는 영양, 생태, 그리고 재배의 지혜가 모두 녹아 있다. 양배추의 힘, 글루코시놀레이트양배추(Brassica oleracea var. capitata)는 인간이 선택적으로 개량한 대표적인 식물이다. 동일한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친척들 ᅳ 브로콜리, 케일, 콜리플라워 ᅳ 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잎이 단단히 결구된 형태가 바로 우리가 아는 양배추다. 겉보기엔 단순한 구조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영양소와 식물의 생명 전략이 응축돼 있다. 그러나 양배추의 진정한 힘은 글루코시놀레이트(glucosin..

동식물 이야기 2025.10.16

바구니를 얹은 바퀴 달린 의자 ᅳ 쇼핑카트의 탄생 이야기

슈퍼마켓에서 쇼핑카트를 끄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언뜻 보면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물건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바퀴 달린 바구니에는 고객을 생각한 한 슈퍼마켓 경영자의 아이디어가 깃들어 있다. 고객을 배려한 한 상인의 발상1930년대 미국, 셀프 서비스 슈퍼마켓이 확산되던 시기였다. 당시 고객들은 손에 든 바구니의 무게 때문에 원하는 만큼 물건을 담지 못하거나, 아이를 돌보며 장을 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이는 슈퍼마켓 경영자 실반 네이선 골드먼(Sylvan Nathan Goldman)이었다. 그는 접이식 의자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의자에 바구니를 얹고, 다리에 바퀴를 달면 어떨까?” 이 단순한 발상이 바로 세계 최초의 쇼핑카트로 이어졌다. 골드먼은 정비공..

발명품 이야기 202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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