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품 이야기

도시 조명의 역사: 파리에서 스마트 시티로

Egaldudu 2025. 5. 12. 12:18

뉴욕 타임스 스퀘어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화려한 밤거리 조명은 단순히 어둠을 밝히는 것을 넘어 도시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경제적 활기를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예를 들어, 라스베가스의 네온사인은 "잠들지 않는 도시"라는 브랜드를 만들었고, 뉴욕 타임스퀘어(Times Square)의 전광판은 세계적인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서론

밤이 되면 도시의 거리는 화려한 불빛으로 물들고, 사람들은 안전하게 거리를 거닌다. 이처럼 밤의 도시가 빛나며 활기를 띠고, 동시에 안전을 보장하는 문화의 시작은 17세기 파리에서 비롯되었다

 

지금은 '빛의 도시(La Ville-Lumière)'로 불리는 파리지만 16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밤거리는 범죄의 온상이었고, 해가 진 후에는 외출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어두운 풍경을 바꾼 사람이 바로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Louis XIV)였다.

 

루이 14세는 단순히 도시를 밝히기 위한 조치가 아닌, 범죄예방과 사회통제, 그리고 권력의 상징으로서 파리를 빛으로 가득 채우려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667, 파리는 세계 최초로 도시 전역에 가로등이 설치된 도시가 되었고,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번화한 야경의 출발점이 되었다.

 

파리, 가로등으로 빛나다

 

1667 9 2, 파리의 치안과 도시관리를 담당하던 파리 경찰청(Prefecture de Police)은 모든 구역에 12미터 간격으로 가로등을 설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는 당시 어둠에 휩싸여 위험과 범죄가 만연하던 파리의 밤 풍경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처음에 사용된 조명은 석유램프였다. 이전에 사용되던 횃불이나 촛불, 나무조각을 태우던 방식보다 훨씬 안전하고 밝았다. 석유램프는 기름이 심지에 스며들어 연소하는 구조였으며, 심지 길이를 조절해 밝기를 조절할 수 있었다.

 

램프는 집 벽 사이에 매달거나 기둥에 설치되었으며, 연료로는 동물 지방, 유채 기름, 호두 기름 등이 사용되었다. 특히 유채 기름은 불이 오래 타고 냄새가 적어 주요 연료로 자리잡았다.

도시 문화의 변화와 반발

가로등 설치 이후 시민들은 더 이상 밤거리를 두려움 없이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상업활동도 야간으로 확장되었고, 상류층의 야간 나들이가 활발해지면서 거리는 사교와 정치적 논의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를 계기로 파리의 밤 문화가 형성되었으며, 유럽 각지로 가로등 설치가 빠르게 확산되었다. 

 

그러나 모두가 이를 반기진 않았다. 일부 사람들은 감시받는 느낌을 받았고, 밤의 어둠 속에서 행해지던 음지 활동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신학자들은 이 같은 야간 조명이 신의 질서를 어지럽힌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어둠은 신의 창조물인데, 빛으로 그것을 몰아내는 것은 신의 뜻에 반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네온사인의 등장과 확산

1910, 조지 클로드(Georges Claude)가 개발한 네온사인은 도시의 밤을 또 한 번 바꿔놓았다. 전기를 통해 네온가스를 자극하여 다양한 색을 내는 이 기술은 파리의 몽마르트(Montmartre)와 샹젤리제(Champs-Élysées)에 설치되며 화려한 야경을 만들어냈다.

 

이후 네온사인은 뉴욕 타임스퀘어로 퍼졌고, 1920년대부터는 "The Great White Way"로 불리며 밤에도 대낮같이 환한 거리를 만들어냈다. 라스베가스 스트립(Las Vegas Strip) 역시 네온사인의 상징으로, 세계에서 가장 밝은 도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LED 시대의 도래

1962, 닉 홀로니악(Nick Holonyak Jr.)에 의해 최초의 가시광선 LED가 발명되었다. 이 혁신적인 기술은 기존 전구에 비해 전력소비를 크게 줄였고, 수명도 수십 배 더 길었다. LED 조명은 에너지효율이 매우 높아 소비 전력의 약 90%를 빛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은 빠르게 LED 조명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뉴욕에서는 타임스퀘어의 전광판을 시작으로 주요 도로와 다리에 LED 가로등이 설치되었다. 이는 도시의 밤을 더 밝고 선명하게 만들었고, 에너지 절약에도 큰 효과를 가져왔다.

 

도쿄의 시부야와 긴자거리 역시 LED 조명으로 뒤덮이며 화려한 밤문화를 상징하게 되었다.

 

파리 또한 기존의 전기 조명을 LED로 교체하면서 에너지소비를 대폭 절감했고, 스마트시티 계획의 일환으로 LED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스마트 시티와 미래 조명

21세기 들어 LED 조명은 스마트시티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다. 암스테르담에서는 스마트 가로등을 통해 실시간 조도조절이 가능해졌고, 사람들의 이동에 따라 자동으로 밝기가 조정되었다. 바르셀로나 LED 조명을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에너지 절약과 도시 관리의 효율성을 높였다.

 

미래의 도시는 단순한 조명 기술을 넘어, IoT(사물인터넷) AI 기술이 결합된 자율 조명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결론: 빛으로 연결된 도시의 역사

17세기 파리에서 시작된 작은 불빛은 수세기를 거쳐 기술과 결합하며 전 세계 도시의 밤을 변화시켰다. 석유램프에서 시작된 조명기술은 가스등, 전기조명, 네온사인을 거쳐 LED로 진화했다. 오늘날 LED 조명은 단순히 도시를 밝히는 것을 넘어서 스마트 시티의 중요한 인프라로 자리잡았다.

 

앞으로의 도시는 스마트한 조명기술을 바탕으로 에너지절약과 환경보호를 실현하며, 더 밝고 안전한 도시의 밤을 만들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