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독이 있는 새도 있을까? - 뉴기니의 미스터리한 새, 피토후이

Egaldudu 2025. 6. 19. 15:15

후디드 피토후이(Pitohui dichrous). 파푸아뉴기니의 후온 반도, YUS 보호구역

By Benjamin Freeman, CC BY 4.0, wikimedia commons.

독이 있는 새, 피토후이

새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맑고 고운 지저귐, 아름다운 깃털, 그리고 평화로운 이미지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런 고정관념을 가볍게 깨버리는 새도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예가 피토후이(Pitohui)로 뉴기니의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조류다.

 

하나의 이름, 세 갈래 계보

피토후이는 뉴기니(New Guinea) 특산종으로, 이 이름은 하나의 종이나 속을 뜻하는 명칭이 아니라, 여러 과(family)와 속(genus)에 걸쳐 있는 다양한 새들을 아우르는 통칭이다. 원래는 모두 같은 그룹으로 분류됐었지만, 2013년 유전자 분석을 통해 세 과(Oreoicidae, Pachycephalidae, Oriolidae)로 나뉘게 되었다.

 

눈에 띄는 외모

피토후이는 대체로 화려한 깃털을 지닌 새다. 특히후드 피토후이(Hooded Pitohui)는 붉은 벽돌색 배와 새까만 머리를 가지고 있어 멀리서도 눈에 잘 띈다. 또 다른 종류인가변 피토후이(Variable Pitohui)는 이름 그대로 다양한 깃털 무늬와 색을 가진 20여 개의 아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일부는 후드 피토후이와 거의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피토후이는 왜 위험할까?

피토후이 중에서도 특히후드 피토후이가변 피토후이는 피부와 깃털에 바트라코톡신(batrachotoxin)이라는 강력한 신경독소를 지니고 있다. 이 독은 콜롬비아의 독화살개구리(Phyllobates)가 가진 것과 동일한 성분이다. 말 그대로, 피부에 닿기만 해도 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이다.

 

그건데 이 독은 피토후이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먹이를 통해 흡수하는 것이다. 학자들은 피토후이가 먹는 Choresine이라는 딱정벌레에서 이 독이 유래했다고 본다. 피토후이의 몸에는 특별한 단백질(일종의 '독 스펀지')이 있어서 곤충의 독으로부터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피토후이와 뮐러 의태

후디드 피토후이 (Pitohui dichrous). 파푸아뉴기니의 후온 반도 , YUS 보호구역

By Benjamin Freeman, CC BY 4.0, wikimedia commons.

 

피토후이의 색상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 아니다. 포식자에게나를 건드리면 위험하다!”라는 경고색(Aposematism)으로, 독을 가진 서로 다른 피토후이들이 비슷한 색상과 무늬를 공유한다. 이는뮐러 의태(Müllerian mimicry)라고 불리는 생존전략인데, 독성 생물들이 서로 유사한 모습을 함으로써 포식자에게 학습 효과를 높이는 방식이다. , 한번 독 있는 새를 맛봤던 포식자는 비슷한 모습의 다른 새도 본능적으로 피하게 된다.

 

사람들은 이 새를 어떻게 대할까?

위험한 새라는 걸 잘 아는 파푸아뉴기니 원주민들은 피토후이를 조심스럽게 다룬다. 이들은 피토후이를쓰레기 새(rubbish birds)라고 부르며 평소엔 절대 먹지 않는다. 하지만 극심한 식량난 속에서는 어쩔 수 없이 식용으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깃털과 피부를 완전히 제거하고, 고기를 숯으로 덮어 구운 뒤 섭취한다.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위험한 선택인 셈이다.

 

마치며

피토후이는 독성을 지닌 몇 안 되는 조류 중 하나로, 생물학적으로 주목할 만한 사례다. 이 새는 뉴기니의 생태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먹이를 통해 획득한 독성이라는 독특한 생존전략을 보여준다. 새가 독을 지닐 수 있다는 사실은 조류에 대한 기존의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르며, 동물의 적응방식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