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영원히 ‘어린 동물’, 아홀로틀(Axolotl)

Egaldudu 2025. 6. 19. 20:29

아홀로틀 Axolotl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물괴물이라 불리는 평화로운 생명체

아홀로틀(Ambystoma mexicanum)’이라는 이름은 아즈텍 언어 나우아틀(Nahuatl)에서 유래했으며, 그 의미는 다소 무시무시한물괴물(water monster)’이다. 하지만 점박이 도롱뇽과의 일종인 이 작은 양서류는 실제로는 평화롭고 온순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물속에서 주로 작은 먹잇감만을 사냥하며 조용히 살아간다.

 

아홀로틀은 멕시코 소치밀코(Xochimilco) 지역의 수로에 서식해왔지만, 도시 팽창과 수질 오염, 외래 어종 도입 등의 이유로 자연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1998년엔 1㎢당 약 6,000마리가 관찰되었지만, 2017년에는 단 35마리만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현재 야생 개체 수는 1000마리도 안될 것으로 추정되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애완동물이나 실험용으로 수천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영원히 젊은 아홀로틀

아홀로틀은 종종 영원한 젊음의 화신이라고 불린다. 개구리나 도롱뇽처럼 다른 양서류는 생애 주기 중에 변태과정을 거치며 아가미를 잃고 폐를 형성한 뒤 육지로 올라가지만, 아홀로틀은 이러한 발달과정을 거치지 않고 평생 아가미를 가진 유생(어린 개체)의 형태로 살아간다.

 

유럽분자생물학 연구소의 토비아스 게르버(Tobias Gerber) 박사에 따르면, 이는 종 내부의 돌연변이 때문이며, 갑상선 이상으로 인해 발생한다. 보통 갑상선은 변태를 유도하는 호르몬을 생성하지만 아홀로틀은 이 호르몬을 만들지 못해 변태가 일어나지 않고, 결국 유생상태로 성체가 된다.

다양한 아홀로틀들 (호주 멜버른의 한 애완동물 가게 어항)

By Amrithraj,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생명과학의 희망, 재생의 아이콘

아홀로틀이 과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놀라운 재생능력 때문이다. 아홀로틀의 세포는 손상 후에도 자신의 역할을 리셋하고, 줄기세포로 되돌아가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다리가 잘리더라도 흉터 없이 다시 자라며, 심지어 척수, 심장, 심지어 뇌조차도 재생할 수 있다. 놀랍게도 이식된 장기조차 거부반응 없이 받아들인다.

 

과학자들은 그 비밀을 유전체(DNA) 속에서 찾고 있다. 아홀로틀의 DNA는 약 300억 개의 단백질 서열로 이루어져 있어 인간보다 10배나 크다. 이 거대한 유전체 덕분에 아홀로틀은 현재 재생 연구, 줄기세포 연구, 유전자 치료 등 다양한 의학분야의 모델로 활용되고 있다.

 

인간을 위한 의학적 잠재력

아홀로틀의 재생능력은 화상, 절단, 당뇨로 인한 조직 손상, 암 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치료법 개발에 응용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물론 아직은 기초 연구 단계이지만, “아홀로틀 유전자를 활용한 상처 치료 크림같은 구체적인 아이디어도 제시되고 있다.

 

특히 일부 연구에서는 아홀로틀의 유전적리셋 기능덕분에 암세포조차 자라지 못하게 억제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하지만 아홀로틀이 불사의 존재인 것은 아니다. 아무리 자기 재생 능력이 탁월해도 결국 늙어 죽는다. 야생의 아홀로틀은 길어야 25년 정도 살며, 그 이후엔 노화로 생을 마친다.

 

자연의 기적이자 과학의 미래

아홀로틀은 더 이상 단순한 희귀 동물이 아니다. 이 생물은 재생의 비밀을 품은 생명체이며, 현대 의학이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그의 작은 몸 안에 담긴 유전적 정보와 생물학적 특성은 미래의 인간 치료법 개발에 결정적인 실마리를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