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서론: 현재까지 알려진 ‘최장 겨울잠 동물’
1. 알래스카의 겨울, 마멋의 동면
2. 체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북 땅다람쥐
3. 이 둘은 왜 특별한가?
결론: 동면은 살아남는 방식이다
서론: 현재까지 알려진 ‘최장 겨울잠 동물’
겨울잠을 가장 오래 자는 동물이 뭘까 물으면 제일 먼저 곰이 머리에 떠오를 것 같다. 하지만 과학적 관측에 따르면 가장 긴 겨울잠의 주인공은 곰이 아니라 두 종류의 작은 설치류, 바로 알래스카 마멋(Marmota broweri)과 북극 땅다람쥐(Spermophilus parryii)다. 이들은 길고, 우리의 일반적 상식을 훨씬 뛰어넘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겨울잠을 잔다.
1. 알래스카의 겨울, 마멋의 동면
By BLM Alaska,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알래스카 마멋은 북미 대륙 알래스카의 고산 지대에 서식하는 설치류다. 이들은 8월 초까지 활동한 뒤, 첫 눈이 내리면 굴속에 들어가 약 8~9개월간 동면 상태에 들어간다.
이때 몸의 생리 기능은 거의 멈춘다시피 한다. 심박수는 분당 100회에서 단 2~3회로 감소하고, 호흡은 거의 감지되지 않을 만큼 느려진다. 체온 역시 35℃에서 4.5~7.5℃로 떨어진다.
게다가 이 긴 시간 동안 깨어나는 일은 거의 없으며, 깨어나도 3~4주에 한 번 배설을 위해 잠시 움직였다가 다시 동면에 들어간다. 이런 생리 조절 능력은 고위도 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극단적 전략이다.
2. 체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북극 땅다람쥐
By Mmzx84mn, CC0, wikimedia commons.
북극 땅다람쥐(Spermophilus parryi)는 이 분야의 진정한 레전드다. 이 작은 포유류는 북극권의 혹한을 견디기 위해 체온을 영하 -2.9°C까지도 낮출 수 있다. 이는 현재까지 기록된 모든 포유류 중 최저 체온 상태이며, 더 놀라운 건 이 상태에서도 뇌 기능이 손상되지 않고 회복된다는 점이다.
이 동면 동안:심박과 호흡은 거의 중지된다. 뇌조차도 부분적으로 동결된 상태로 수일간 유지된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체온이 다시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낮아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런 능력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생리학적 죽음과 유사한 상태에서 되살아나는 것에 가깝다. 관찰 결과에 따르면 이런 상태는 수개월간 유지된다.
3. 이 둘은 왜 특별한가?
곰 역시 겨울잠을 자지만, 사실상 얕은 수면 상태(light torpor)에 가깝다. 심장박동이나 체온이 감소하긴 해도 완전히 신진대사를 낮춘 깊은 동면(hibernation)은 아니다. 생리학적으로 활동이 줄어든 상태 정도에 가깝다.
반면 알래스카 마멋과 북극 땅다람쥐는 대사를 거의 정지상태에 가깝게 낮추며, 장기간(7~9개월) 외부 자극 없이 지낸다. 이런 점에서 이들은 진정한 의미의 ‘최장 동면 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 동면은 살아남는 방식이다
동면은 단순한 수면이 아니다. 주변 환경에 따라 생존방식을 극단적으로 조절하는 전략이다. 특히 북극권처럼 먹이도 없고 기온도 낮은 환경에서는 동물들의 조절 능력이 생존을 좌우한다.
알래스카 마멋과 북극 땅다람쥐는 이런 환경에서 수천 년 동안 살아남으며, 이처럼 그들만의 방식을 발전시켜 왔다. 가장 오래 자는 동물이라는 수식어는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낸 조용한 생존전략에 대한 과학적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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