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리그넘 바이테, 이페, 음핑고: 물에 가라앉는 나무들

Egaldudu 2025. 6. 25. 17:45

돌처럼 단단한 나무, 설마 가라앉기까지?

 

나무는 원래 물에 뜬다

나무는 원래 물에 뜬다. 일반적으로 나무가 물에 뜨는 이유는 내부에 미세한 공기층이 많고, 전체 밀도가 물보다 낮기 때문이다. 아무리 크고 무거워도 대부분의 나무는 부력 덕분에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일례로, 소나무나 삼나무는 밀도 차이는 있지만 모두 물에 쉽게 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물을 잔뜩 머금게 되면 대부분의 나무는 결국 가라앉는다. 아무리 가벼운 나무라도 예외는 아니다.

 

물보다 무거운 나무들

그런데 세상에는 우리의 상식과 달리 돌처럼 단단할 뿐만 아니라 아예 물에 가라앉는 나무도 있다. 이 특이한 나무들은 마른 상태에서도 이미 물보다 무겁고, 극단적인 밀도 덕분에 그대로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이렇게 밀도와 강도를 모두 갖춘 나무들은 오래전부터 침목, 전신주, 운동기구, 심지어 악기 재료로도 널리 쓰여왔다.

 

대표적인 예: 리그넘 바이테

페어차일드 식물원의 리그넘 바이테(Guaiacum officinale), 물에 가라앉는 고밀도 목재

by David J. Stang,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대표적인 예가 "리그넘 바이테(Lignum Vitae)"라는 나무다. 학명은 Guaiacum officinale 또는 Guaiacum sanctum으로,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에서 자생한다. 리그넘 바이테는 세계에서 가장 무겁고 단단한 나무 중 하나로, 고대부터 특별한 목재로 취급됐다.

 

이 나무의 밀도는 최고 1.4g/㎤에 달해, 마른 상태에서도 물보다 훨씬 무겁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나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돌처럼 단단하고 무거워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과거에는 이 극단적인 밀도와 강도를 활용해 선박의 추진축 베어링, 고급 활 재료, 해상 구조물 등 고도의 내구성이 요구되는 분야에 쓰였다. 지금도 리그넘 바이테는 내구성과 내마모성이 동시에 필요한 특정 용도로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페와 음핑고도 있다

탄자니아 마냐라 호수 인근, 음핑고(Mpingo, Dalbergia melanoxylon)

By Marie-Elisabeth GORGE,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또 다른 예로 남미 원산의 일부 고밀도 이페나무(Ipe)와 음핑고(Mpingo, 아프리카 흑단)도 있다. 이들 역시 높은 밀도와 강도를 보이며, 데크재, 악기, 고급 가구, 조각 작품 등에 널리 활용된다.

 

특히 일부 고밀도 이페나무는 기건 밀도가 0.9~1.1g/㎤에 달해, 마른 상태에서도 물에 가라앉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내구성이 요구되는 실외 데크나 고급 건축 자재로 널리 쓰인다.

 

음핑고는 동아프리카 지역에 자생하는 대표적인 고밀도 목재로, 깊고 진한 색감과 극단적인 단단함 덕분에 주로 고급 목관악기와 정교한 공예품 제작에 사용된다. 일부 음핑고 역시 마른 상태에서 물에 가라앉는다.

 

자연이 주는 예외

돌처럼 단단하고 물에 가라앉는 나무는 분명 나무의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다르다. 하지만 이런 특성은 실용성과 맞물려 인간의 손에서 특별한 쓰임새를 만들어냈다. 지금도 일부 고급 제품에는 이처럼 단단하고 무거운 나무들이 선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