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y Namikilisu - Own work, CC0, wikimedia commons
가장 짠 물, 가장 가벼운 부력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 중에서 사해만큼 짠 곳은 거의 없다. 사해의 염도는 약 33.7%에 이르며, 이는 일반 해수의 약 10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극단적인 농도 덕분에 사람은 아무런 보조장치 없이도 물 위에 뜰 수 있다. 관광객들이 신문을 펴 들고 유유히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장면은 단지 재미있는 풍경이 아니라, 지구상의 화학적 특이성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1리터에서 250그램이 남는 바다
사해의 물 1리터를 완전히 증발시키면, 약 250g의 소금이 남는다. 이 수치는 바닷물에서 얻을 수 있는 평균 소금량의 거의 열 배에 해당하며, 사해가 단순히 “짠 바다”가 아닌, 농축된 광물의 용액임을 보여준다.
이 바다 전체에 존재하는 소금의 총량은 약 370억 톤에 이르며, 이는 영국 전 국민이 7만 년 동안 요리에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다(BBC Science Focus). 이 바다는 액체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지질학적 광물층과 맞먹는 염류 저장소다.
사해의 소금은 우리가 아는 소금과 다르다
일반적인 바닷소금은 약 97%가 염화나트륨(NaCl)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사해의 경우, 소금 성분 중 염화나트륨은 3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염화마그네슘(MgCl₂), 염화칼슘(CaCl₂), 브롬화물 등 다양한 무기염들이 혼합된 형태다. 이러한 구성은 사해의 수질을 특이하게 만들고, 그 자체로 미용, 의약, 산업적 응용까지 가능한 복합 염수체로 기능하게 한다.
왜 사해만 이렇게 짠가?

By NordNordWest, modified by Aplaice,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사해는 해수와 연결되지 않은 내륙 분지에 위치한 염호(鹽湖, 소금 호수)다. 지중해에서 유입되는 물줄기는 없고, 유일한 수원은 요르단강이다. 그러나 이 강의 수량은 적고, 사해 지역은 연간 강수량보다 증발량이 훨씬 많은 고온 건조 기후대에 속한다.
물이 들어오되 빠져나가지 않고, 지속적으로 증발하면서 물의 양은 줄고 염분만 농축되어간다. 이렇게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된 염분이 오늘날의 사해를 만든 것이다.
죽은 바다에도 생명은 있다
사해(Dead Sea)라는 이름은 문자 그대로 ‘죽은 바다’라는 뜻이다. 고등생물이 살지 못하는 환경임은 분명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바다 속에는 극한 환경에 적응한 일부 고염성 미생물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할로박테리아(Halobacteria) 같은 고세균(Archaea)이 이러한 조건 속에서도 에너지를 생산하고 생존할 수 있음이 관찰되었다. 완전히 죽은 바다가 아니라, 극한 환경 생태계의 실험실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과학의 지평선에서 다시 바라본 사해
사해는 단지 짠 바다 그 이상이다. 이곳은 물리학, 화학, 지질학, 생물학의 원리가 한 점에 응축된 복합적 자연 시스템이다. 수천 년의 증발과 침전이 빚어낸 이 염수의 호수는 극한 환경이 생명과 무기물의 경계를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자연사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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