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사라진 곳에서 석탄이 태어나다
석탄은 단순한 검은 광물이 아니다. 그것은 태고의 숲이 지구의 품속으로 스며들어 눌리고 응축되며 만들어진 시간의 결정체다. 우리가 오늘날 난로나 발전소에서 태우는 석탄은 수억 년 전 식물이 광합성으로 만든 유기물이 변형된 것이다.
석탄 형성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약 3억 년 전의 카본기(Carboniferous period)다. 당시 지구는 전역이 습하고 따뜻한 기후였고, 지금은 사라진 맘모스 나무나 늪지 삼나무 같은 식물들이 울창하게 자라났다.
이 숲에서 자라난 거대한 식물들은 시간이 흐르며 죽거나 쓰러졌고, 진흙과 물이 고인 늪지대로 가라앉아 서서히 분해되었다. 그렇게 형성된 것이 바로 토탄(이탄)이다. 수천 년 동안 쌓이고 눌린 식물 유기물이 만들어낸 두꺼운 유기층이다.
이후 수백만 년에 걸쳐 퇴적물과 지각 운동, 그리고 높은 압력과 열이 작용하면서 이 토탄은 점차 석탄으로 바뀌게 되었다.
바다, 모래, 지각의 힘이 만든 시간의 지층
그 이후 수천만 년에 걸친 지질 변화가 토탄층을 뒤덮었다. 바닷물이 밀려와 퇴적물을 덮었고, 모래와 진흙이 층층이 쌓였다. 지각의 움직임이 이 퇴적물을 더 깊은 곳으로 밀어 넣으면서, 압력과 온도는 점차 높아졌다. 산소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 미생물조차 활동하지 못하는 그 깊은 곳에서 토탄은 석탄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그 과정을 우리는 ‘석탄화(coalification)’라고 부른다. 석탄층 1미터를 형성하는 데 5,000년에서 1만 년 이상이 필요하다. 지질학자들이 조사한 우크라이나 도네츠 분지의 석탄층은 무려 9킬로미터 두께에 이른다. 그곳에는 도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갇혀 있을까?
석탄의 종류는 어떻게 갈릴까?
모든 석탄이 같은 것은 아니다. 형성된 장소의 압력과 온도에 따라 토탄은 서로 다른 형태의 석탄으로 변한다.
갈탄(Lignite)은 상대적으로 얕은 지층에서 형성된 가장 어린 석탄으로, 수분과 불순물이 많다. 역청탄(Bituminous coal)은 열량이 높아 산업용으로 흔히 사용되며, 무연탄(Anthracite coal)은 가장 오래된 석탄으로 열효율이 뛰어나고 깊은 지층에서 발견된다.
이들 석탄은 모두 한때 태양의 빛을 받아 자라던 식물이었다. 그 식물이 썩고, 묻히고, 바뀌어 지금의 에너지원이 된 것이다.
다시 돌아오는 빛, 그러나 재생되지 않는 시간
우리가 석탄 1톤을 태울 때마다, 과거 수천만 년 전 식물이 흡수했던 태양 에너지가 다시 해방된다. 문제는 이 에너지가 다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석탄은 지구가 천천히 축적해온 에너지의 보고이지만, 인간의 속도는 지구의 시간보다 훨씬 빠르다. 지금 같은 소비 속도라면 전 세계 석탄 매장량은 100년 안에 고갈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석탄을 “화석연료(fossil fuels)’라고 부른다. 다시 태어날 수 없는 과거의 에너지, 미래를 담보로 꺼내 쓰는 연료다.
지층 아래의 숲을 생각하며
우리가 불을 지피고, 전기를 생산하며, 공장을 가동하는 그 순간, 수억 년 전 오래된 숲의 흔적이 연기로 바뀐다. 석탄은 단지 에너지 자원이 아니다. 그것은 한때 지구를 덮었던 생명의 기록이며, 자연이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한 흔적이다. 그만큼 우리는 얼마나 쉽게 그 기억을 태워버리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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