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품 이야기

튜브형 치약의 발명과 콜게이트(Colgate)의 성공

Egaldudu 2025. 8. 19. 18:51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고대에서 근대까지의 치약

고대 이집트인들은 치아를 닦기 위해 조개껍데기 가루, 계란 껍데기 가루, 소 발굽을 태운 재, 부석 가루 같은 거친 물질을 사용했다. 여기에 몰약을 섞어 향과 항균 효과를 더하기도 했다.

 

로마인들은 숯가루와 허브를 치아 세정에 활용했으며, 중세에 이르러서는 향신료 분말이 보태졌다. 그러나 이러한 재료들은 어디까지나 치아 표면을 문질러 때와 착색을 제거하는 연마제에 불과했을 뿐, 충치 예방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18~19세기에 들어서면서 치약은 점차 가루에서 반죽 형태로 바뀌었고, 병에 담겨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의 치약은 주로 분필이나 석회가루 같은 연마제를 바탕으로 했으며, 세정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 일부 제품에는 비누 분말(soap powder)이 쓰이기도 했다.

 

치약의 성분

19세기 치약의 핵심은 연마제였다. 분필이나 석회가루는 치아 표면의 때와 착색을 닦아내는 데 효과적이었으나, 지나치게 거칠어 치아를 손상시킬 위험도 있었다. 세정제로 들어간 비누 분말은 불쾌한 맛을 남기기도 했지만, 치석과 이물질 제거에는 나름의 효과가 있었다.

 

글리세린은 치약을 부드럽게 하고 수분을 유지해주었으며, 페퍼민트 오일은 단순한 향을 넘어 상쾌한 청량감을 더해구강이 깨끗해졌다는 인상을 강화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심미적 효과와 상쾌함에 집중되었을 뿐, 충치 예방이나 잇몸 건강을 위한 과학적 성분은 포함되지 않았다.

 

셰필드의 실험

미국의 치과의사 워싱턴 셰필드(Washington Sheffield) 1892년 새로운 발상을 내놓았다. 그는 치약을 금속 튜브에 넣어 판매했는데, 이는 화가들이 쓰던 물감 용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었다. 병 치약보다 위생적이고 편리했으며, 필요한 만큼만 짜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제품은 시장의 관심을 끌지 못한 채 곧 사라졌다.

 

콜게이트의 도전과 성공

콜게이트 리본 덴탈 크림 - 약맛이 나지 않는 치약

By File:St. Nicholas,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몇 해 뒤, 뉴욕의 제조업자 윌리엄 콜게이트(William Colgate)가 같은 방식을 다시 시도했다. 그는 치약의 질감과 향을 개선하는 동시에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공략했다.

 

1896년 선보인콜게이트 리본 덴탈 크림리본처럼 (끊기지 않고) 나오고, 칫솔 위에 평평하게 눕는다”(Comes out a ribbon, lies flat on the brush)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다. 튜브 치약은 더 이상 실험적 발명이 아니라, 대중의 생활 속에 뿌리내린 혁신이 되었다.

 

생활양식의 변화

튜브형 치약의 확산은 단순한 용기 변화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누구나 손쉽게 위생적으로 치약을 짜 쓸 수 있게 되면서 양치는 점차 일상적인 생활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20세기 들어 공중위생과 개인위생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튜브 치약은 근대적 생활양식의 상징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특히 대중 매체와 광고는 치약을 단순한 세정제가 아니라, “건강하고 현대적인 삶을 보여주는 제품으로 포장했다.

 

성분의 진화

불소와 미백을 강조한 네덜란드 PRODENT fluor 치약. 단종된 옛날 제품

By Alf van Beem - Own work, CC0, wikimedia commons.

 

처음 튜브에 들어 있던 치약의 성분은 여전히 19세기 병 치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마제와 비누, 글리세린, 향유가 기본이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들어 치약은 중요한 변화를 맞는다. 불소 성분이 도입되면서 치약은 단순히 입 냄새를 가리고 치아를 하얗게 하는 도구를 넘어, 충치를 예방하는 강력한 구강 건강 관리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현대 치약의 발전

불소 치약의 등장은 출발점에 불과했다. 이후 치약은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했다. 미백 성분이 첨가되어 치아의 색을 개선하는 기능성 제품이 나왔고, 항균 성분이 추가되어 잇몸질환을 예방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어린이를 위한 저불소 치약, 민감성 치아를 위한 완화용 치약, 심지어 특정 질환 예방을 표방하는 전문 치약까지 등장하며 치약은 단일 제품에서 다기능 구강 관리제로 진화했다.

 

발명과 혁신의 차이

워싱턴 셰필드의 튜브 치약은 아이디어로서는 획기적이었지만 시장에서 실패했다. 반면, 윌리엄 콜게이트는 성분 개선과 마케팅을 결합해 이를 대중적 성공으로 이끌었다. 발명과 혁신은 다르며, 기술적 아이디어에 더해 시장을 설득하고 소비자의 습관 속으로 스며들 때 비로소 진정한 혁신이 완성된다는 사실을 이 사례는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