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품 이야기

깨지기 쉬운 발명품, 유리의 역사

Egaldudu 2025. 9. 7. 19:33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선사시대의 자연 유리

유리의 역사는 자연에서 시작된다. 화산 활동이나 운석 충돌로 생성된 흑요석은 날카롭게 깨지는 성질 덕분에 선사시대 인간이 도구와 무기로 사용했다. 이는 인류가 유리를 이용한 가장 오래된 사례다.

 

기원전 15세기: 최초의 인공 유리

고고학 발굴에 따르면, 기원전 15세기 무렵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 인공 유리가 제작되었다. 이 시기의 유물로는 작은 구슬, 장식품, 그리고 두께가 두꺼운 용기가 있다. 당시 제작 방식은 점토 틀 위에 유리를 녹여 입힌 뒤 틀을 깨내는 방법이었다. 이 때문에 초기 유리 용기는 두껍고 불투명했으며, 모양과 크기에 한계가 있었다. 이집트 아마르나 지역에서는 기원전 1350년경 국가가 운영한 유리 제작 공방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기원전 1세기: 유리 불기 기술의 혁신

트렐롱(Trélon)의 유리박물관 작업장에서 유리불기를 시현하는 유리 장인 베르너 가르시아

By Jean-Pol GRANDMONT - Own work, CC BY 3.0, wikimedia commons

 

기원전 1세기, 시리아·페니키아 지역에서 유리 불기(glassblowing) 기술이 발명되었다. 이 기술은 짧은 시간에 다양한 모양의 얇고 투명한 유리를 만들 수 있게 했고, 곧 로마 제국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불기 이전에는 제작 과정이 느리고 형태가 제한적이었지만, 불기 이후에는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로마에서는 향수병, 화장품 용기, 식기와 같은 생활용품은 물론 일부 건물의 창유리에도 유리가 사용되었다는 점이 고고학적으로 확인된다.

 

중세 유럽과 무라노 유리

무라노 꽃병, 1600년경, 에르미타주 박물관

By I, Sailko,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중세 이후 유리 제작의 중심지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무라노(Murano) 섬이었다. 이곳 장인들은 투명 유리와 장식 기법을 발전시켰고, 무라노 유리는 고급 공예품으로 유럽 전역에서 큰 명성을 얻었다. 단순한 생활용품을 넘어선 예술적 가치는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으며, ‘무라노 유리(Vetro di Murano)’라는 이름은 곧 고급 유리의 대명사가 되었다.

 

산업혁명과 대중화

19세기 산업혁명은 유리의 생산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이전까지 유리 제작은 장인의 손에 의존한 수공업적 방식이었지만, 산업혁명으로 기계화가 도입되면서 생산 속도와 규모가 크게 확대되었다.

 

특히 19세기 말에는 판유리 제조 기술이 발전하여 창문 유리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었다. 얇고 평평한 유리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유리는 귀족 저택이나 공공 건물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는 생활환경의 질을 바꾸었고, 채광과 위생 환경 개선에 기여했다.

 

또한 병과 실험 기구, 광학 렌즈 같은 제품도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맥주·와인 같은 음료 유통, 제약 산업, 과학 실험실의 발전에도 유리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마무리하며

유리의 역사는 선사시대 흑요석에서 시작했다. 이후 고대 이집트·메소포타미아의 초기 제작, 시리아의 유리 불기 기술, 무라노의 중세 공예, 그리고 산업혁명의 대량생산을 거치며 발전해왔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창유리와 병, 기구들 속에는 이 긴 역사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