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y Dalgial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1. 한국에서만 자생하는 나무
미선나무(Abeliophyllum distichum Nakai)는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한국 고유속식물(endemic genus)이다. ‘미선(尾扇)’이라는 이름은 그 열매 모양에서 유래했다. 납작하고 둥근 부채꼴의 열매가 미선부채(尾扇)를 닮았기 때문이다.
식물학적으로는 물푸레나무과(Oleaceae)에 속하지만, 개나리(Forsythia)나 물푸레나무(Fraxinus)와는 전혀 다른 독립된 속(屬, genus)으로 분류된다. 즉, 하나의 속에 단 한 종만 존재하는 ‘단일속식물’로, 학문적으로도 희귀한 사례에 속한다.
2. 봄을 가장 먼저 여는 꽃

By 문화재청, KOGL Type 1, wikimedia commons.
3월 말에서 4월 초, 눈이 녹자마자 피어나는 미선나무의 꽃은 흰색 또는 연한 분홍빛을 띤다. 꽃의 형태는 개나리와 비슷하지만 색과 향에서 훨씬 부드럽고 섬세하다. 그래서 서로 속(屬)이 다름에도 영어로는 ‘White Forsythia’(하얀 개나리)라 불린다.
자연 자생지는 주로 충북 괴산군, 단양군, 보은군과 전북 부안군 등지의 석회암 지대다. 이 가운데 괴산 추점리 일대의 자생지는 1962년 천연기념물 제147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3. 생태적 특징과 구조
미선나무는 높이 1~2m 정도의 낙엽관목이다. 잎은 마주나며 타원형으로, 여름에는 짙은 녹색을 띠다가 가을에 붉게 물든다. 꽃은 잎보다 먼저 피고, 네 갈래로 갈라진 흰색 꽃잎 안쪽에 옅은 분홍빛이 감돈다. 꽃이 진 자리에는 납작한 부채 모양의 열매가 달리는데, 이 독특한 형태가 이름의 유래이기도 하다.

By Dalgial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4. 학술적 가치와 보전
미선나무는 형태학적으로나 유전학적으로나 개나리속과 가까운 독립 계통으로, 한반도의 고유한 진화사를 보여주는 식물로 평가된다. 또한 자생지 파괴와 개발로 인해 개체 수가 줄면서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되어 있다.
국립생물자원관과 산림청 등은 유전자 보존과 자생지 복원을 위해 조직배양 연구와 복원식재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5. 마무리하며
미선나무는 단순한 봄꽃이 아니라 한국 자연이 간직한 고유한 진화의 흔적이다. 부채 모양의 열매와 눈처럼 흰 꽃은 미선나무속(Abeliophyllum)이라는, 이 땅에서 이어져 온 생명의 독자적 흐름을 조용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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