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눈처럼 피는 나무, 이팝나무(Chionanthus retusus)

Egaldudu 2026. 5. 1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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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후현 요로정 요로 공원의 이팝나무

By Alpsdake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봄이 끝나가고 초여름이 가까워질 무렵, 거리 곳곳에서 흰 꽃으로 뒤덮이는 나무를 볼 수 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눈이 쌓인 듯 보이기도 하고, 하얀 솜이 가지마다 매달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나무가 바로 이팝나무다. 한국의 늦봄 풍경을 대표하는 나무 가운데 하나이며, 도시 가로수로도 매우 널리 사용된다.

 

이름의 유래

속명 키오난투스(Chionanthus)는 눈을 뜻하는 그리스어키온(chion)’과 꽃을 뜻하는안토스(anthos)’가 합쳐진 말로, 하얀 꽃이 마치 눈처럼 보이는 모습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이팝나무라는 이름은 순우리말 계열의 명칭으로, 흔히이밥에서 왔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서 이밥은 쌀밥을 뜻하는 옛말이다. 꽃이 만개했을 때의 모습이 마치 고봉으로 담긴 흰 쌀밥처럼 보였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설명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실제로 꽃이 풍성하게 핀 모습을 보면 가지 전체가 하얗게 뒤덮이며, 멀리서는 밥알이 수북이 얹힌 듯한 인상을 준다.

 

또한 예전 농경사회에서는 이팝나무의 개화 시기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기도 했다. 꽃이 피는 시기가 대체로 모내기철과 겹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나무는 단순한 관상수가 아니라 계절과 농사의 흐름을 알려주는 자연의 신호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어떤 나무인가

타이베이 신공원에 만개한 이팝나무

By lienyuan lee, CC BY 3.0, wikimedia commons

 

이팝나무는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이다. 학명은 Chionanthus retusus이며, 영어권에서는 보통 Chinese fringe tree라고 부른다. 원산지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이다.

 

보통 높이는 수 미터에서 크게는 20미터 가까이 자라기도 한다. 성장 속도는 아주 빠른 편은 아니지만, 병충해에 비교적 강하고 도시 환경에도 잘 적응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공원이나 도로변, 학교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꽃은 대개 5~6월에 피며, 가늘고 긴 꽃잎이 특징이다. 가까이에서 보면 눈송이보다는 실처럼 찢어진 작은 흰 꽃들이 모여 있는 형태에 가깝다. 하지만 꽃이 워낙 많이 달리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거대한 흰 덩어리처럼 보인다.

 

눈처럼 보이는 이유

이팝나무 (Chionanthus retusus)

By bastus917 (영철 이), CC BY-SA 2.0, wikimedia commons.

 

이팝나무 꽃은 개별적으로 보면 매우 가볍고 섬세한 형태를 하고 있다. 꽃잎은 길고 얇으며 약간 꼬인 듯 퍼져 있는데, 이런 구조 덕분에 빛을 받으면 부드럽고 부드럽고 은은한 분위기를 만든다.

 

여기에 꽃의 밀도까지 높다 보니, 나무 전체가 하얀 안개나 눈처럼 보이는 것이다. 바람이 불 때는 꽃이 흔들리며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특히 햇빛이 강한 초여름 낮에는 흰 꽃이 빛을 반사하면서 더욱 밝게 보인다.

 

가로수로 사랑받는 이유

이팝나무는 단순히 꽃이 아름답기 때문에만 많이 심어지는 것은 아니다.우선 공해와 병충해에 비교적 강하다. 또한 가지 형태가 안정적이고 수형이 깔끔한 편이라 도시 경관과 잘 어울린다. 꽃이 피는 시기에는 시각적인 효과가 크지만, 꽃이 진 뒤에도 잎이 단정해 사계절 경관용 나무로 활용하기 좋다.

 

벚나무처럼 짧은 순간에 모든 꽃잎이 한꺼번에 흩날리는 타입은 아니기 때문에 관리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게다가 여름철에는 제법 풍부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팝나무들

천연기념물 제214호 전북 진안군 평지리 이팝나무군의 풍경

By 한국문화백과사전, KOGL Type 1, wikimedia commons.

 

한국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오래된 이팝나무들이 전국 곳곳에 남아 있다. 수백 년 가까이 살아온 거대한 개체들도 있으며, 마을의 당산나무처럼 여겨지던 경우도 있다.

 

특히 꽃이 만개한 오래된 이팝나무는 마치 거대한 흰 구름처럼 보인다. 이런 이유로 사진가들과 관광객들이 매년 개화 시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늦봄을 상징하는 나무

벚꽃이 봄의 시작을 상징한다면, 이팝나무는 봄이 끝나가고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를 알려주는 나무에 가깝다벚꽃은 화려하지만 짧고, 이팝나무는 조금 늦게 등장해 조용히 거리를 하얗게 채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에게는 벚꽃보다 더 인상적인 늦봄의 기억으로 남기도 한다.

 

도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이지만, 이름의 유래와 꽃의 구조, 그리고 계절과 연결된 의미까지 알고 보면 이팝나무는 생각보다 훨씬 흥미로운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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