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여름, 주의해야 할 반려견 열사병

Egaldudu 2026. 5. 1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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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흔한 원인은운동

영국 노팅엄트렌트대학교(Nottingham Trent University)와 로열수의과대학(Royal Veterinary College) 연구진은 90만 마리가 넘는 영국 반려견 진료 기록을 분석해 열사병 사례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가장 흔한 열사병 원인은운동성 열 관련 질환(exertional heat-related illness)’이었다. 전체 사례 가운데 약 74%가 산책이나 달리기, 놀이 같은 활동 이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단순한 격렬한 운동만 위험했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연구에서는 열사병 사례 상당수가 평범한 산책 이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인간에게는 크게 덥지 않은 날씨라도 개에게는 이미 위험한 환경일 수 있다는 의미다.

 

개는 왜 더위에 약할까

인간은 피부에서 땀을 흘려 체온을 낮춘다. 하지만 개는 사람처럼 몸 전체에서 땀을 배출하지 못한다. 대신 개는 입을 벌리고 빠르게 숨을 쉬는팬팅(panting)’을 통해 열을 식힌다. 공기가 코와 입을 빠르게 통과하면서 체내 열을 배출하는 방식이다.

체온을 낮추기 위해 팬팅하는 보더콜리

By IketaniDaisei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문제는 이 방법의 효율이 인간의 땀 배출 방식보다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주변 온도와 습도가 높아지면 체온 조절 능력은 급격히 떨어진다. 특히 운동까지 겹치면 몸속에서 생성되는 열이 빠르게 증가하게 된다.

 

코가 짧은 개들은 더 위험하다

팬팅하고 있는 칠레의 잉글리시 불도그 ‘아르투로(Arturo)

By Matitoe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연구에서는 특정 견종들이 특히 높은 위험성을 보였다. 불도그, 프렌치불도그, 퍼그 같은 단두종은 열사병 위험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런 견종들은 코와 기도가 짧고 좁기 때문에 공기 순환 효율이 떨어진다. 즉 팬팅을 통한 열 배출 능력이 구조적으로 제한되어 있는 셈이다.

 

연구진은 단두종이 운동성 열사병뿐 아니라 환경성 열사병과 차량 열사병 위험도 모두 높다고 분석했다. 나이가 많은 개와 체중이 많이 나가는 개 역시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게 나타났다.

 

보호자가 주의해야 할 점

여름철에는 산책 시간 자체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한낮의 아스팔트는 인간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뜨겁게 달아오르기 때문에, 가능한 한 이른 아침이나 해가 진 이후의 선선한 시간대를 이용하는 편이 안전하다.

아프릭빌 반려견 공원(캐나다), 나무 그늘 아래 쉬고 있는 강아지들

By Nicole Bratt from Seattle, USA, CC BY-SA 2.0, wikimedia commons.

 

또 반려견이 평소보다 심하게 헐떡이거나 침을 과도하게 흘리고, 잇몸 색이 붉거나 어둡게 변한다면 열 스트레스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운동을 멈추고 그늘이나 시원한 장소에서 휴식을 취하게 해야 한다.

 

열사병은 한여름에만 생기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은 열사병을폭염 속 한여름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구에서는 운동성 열사병이 거의 연중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봄과 초여름에는 개가 아직 더위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한 상태일 수 있다. 여기에 햇빛과 습도, 운동이 겹치면 예상보다 빠르게 위험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기후 변화로 폭염과 고온 현상이 증가하면서 앞으로 반려견 열사병 역시 더 흔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인간이 만든 새로운 위험

개는 원래 늑대에서 유래한 동물이다. 하지만 오늘날 반려견은 인간과 거의 같은 생활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고, 아스팔트 위를 산책하며, 더운 도시 환경 속에서 인간의 생활 리듬에 맞춰 움직인다.

문제는 인간이 견딜 수 있는 환경이 개에게도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단두종처럼 인간이 선택적으로 만들어낸 품종들은 더위 앞에서 훨씬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따라서 반려견의 열사병은 우발적인 사고를 넘어, 인간 중심의 도시 환경과 인위적인 품종 개량 등 현대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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