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흙 속에서 자란다고 다 뿌리는 아니다
2. 감자의 진짜 정체, 덩이줄기
3. 감자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4. 복제하듯 자신을 퍼뜨리는 감자의 전략
5. 소박한 감자에 담긴 자연의 설계
1. 흙 속에서 자란다고 다 뿌리는 아니다
감자는 땅속에서 자란다. 투박한 흙을 털어내면, 단단하게 살찐 감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감자를 뿌리채소라고 생각한다. 고구마나 무처럼 땅속에서 캐내니까 자연스러운 오해다. 하지만 식물학적으로 감자는 뿌리도, 열매도 아니다.
2. 감자의 진짜 정체, 덩이줄기
감자는 줄기다. 정확히 말하면, 감자 식물에서 지하로 뻗어 나온 줄기 끝이 비대해진 덩이줄기(tuber)이다. 이 덩이는 감자 식물이 스스로를 복제하고, 영양분을 저장하기 위해 만든 구조다.
겉모습은 뿌리처럼 보여도, 뿌리에는 없는 ‘눈(芽)’이라는 싹이 붙어 있다. 우리가 감자 껍질을 벗기다 보면 보게 되는 그 작은 움푹한 부분, 그게 바로 새 생명을 틔울 준비를 하는 생장점이다.
3. 감자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감자 식물은 꽃을 피우고, 열매도 맺는다. 이 열매는 붉거나 초록빛을 띠며, 체리만 한 크기로 자란다. 꽃가루받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이 열매에는 씨앗이 들어 있다. 하지만 이 열매에는 솔라닌(solanine)이라는 독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식용이 불가능하다. 결국 우리가 먹는 감자 덩이는 이 열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덩이줄기는 열매가 아니라, 줄기 끝이 변형된 식물 기관일 뿐이다.
4. 복제하듯 자신을 퍼뜨리는 감자의 전략
감자는 스스로를 복제하기도 한다. 줄기 끝에 형성된 덩이 속 ‘눈’에서 싹이 자라고, 그 싹은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키우며 또 하나의 감자 식물이 된다.
이것이 바로 무성생식, 즉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를 복제하는 방식이다.
한편 감자 식물은 꽃을 통해 씨앗도 만들 수 있으므로, 유성생식도 가능하다.
감자는 이처럼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씨앗 번식과, 안정적인 자기 복제를 위한 덩이줄기 번식을 동시에 수행한다.
자연은 이 식물에게 두 갈래 생존 전략을 허락한 셈이다.
5. 소박한 감자에 담긴 자연의 설계
우리가 매일 식탁에서 만나는 감자는 단순한 채소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는 식물의 치밀한 설계, 생존을 위한 복제 전략, 자연의 복잡한 메커니즘이 숨어 있다. 흙 속에서 자라지만 뿌리는 아니고, 꽃이 피어도 우리가 먹는 부분은 열매도 아니다. 감자는 줄기, 그것도 특별한 목적을 위해 변형된 줄기다.
● 감자에 싹이 트면 솔라닌 성분이 증가해 중독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눈과 싹이 난 부위는 반드시 넓게 제거하고 섭취해야 안전하다.
● 감자 열매(붉은 베리)는 꽃이 지고 난 뒤 지상부에 맺히며, 솔라닌을 포함해 식용이 불가능하다.
● 영어에서는 감자를 potato, 고구마를 sweet potato로 표현해 유사한 작물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감자는 덩이줄기이고, 고구마는 덩이뿌리이다.
'동식물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호는 식물로 오해되기 쉽다 - 고정된 동물의 구조와 협력 (0) | 2025.03.23 |
---|---|
모든 고양이가 물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0) | 2025.03.23 |
아프리카에서 본 선인장, 진짜일까? – 선인장과 닮은 식물들의 비밀 (1) | 2025.03.21 |
처녀생식: 수컷 없이도 이어지는 생명의 흐름 (1) | 2025.03.21 |
하이에나(hyena)는 억울하다 – 편견을 깨는 이야기 (3) | 2025.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