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모든 고양이가 물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Egaldudu 2025. 3. 23. 01:17

 

픽사베이 이미지

 

 

1. 고양이는 정말 물을 싫어할까?

고양이는 물을 싫어한다.”

고양이를 떠올릴 때 거의 자동처럼 따라오는 말이다.

 

빗물이 떨어지면 창가에서 급히 자리를 옮기고, 목욕을 시도하면 전투가 벌어진다. 이런 행동을 반복해서 보다 보면,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물을 싫어한다고 믿게 된다. 하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다.

 

2. 사막에서 유래한 본능

오늘날 집고양이의 조상은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 살던 사막고양이(Felis lybica)이다. 이 고양이들은 건조한 기후에서 물과 거의 접촉하지 않는 환경에 적응해 진화해왔다.


젖은 털은 체온을 빼앗고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기 때문에, 물은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물을 피하는 습성은 본능으로 남았고,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지금도 물에 닿는 것을 꺼린다. 햇볕 아래에 앉거나, 젖은 발바닥을 털어내는 행동들은 모두 그 습성의 흔적이다.

 

3. 수영을 즐기는 고양이도 있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반 고양이(Van cat)는 터키 동부 반 호수 인근에서 유래한 품종으로, 상대적으로 물을 두려워하지 않고 물놀이를 즐긴다는 특징이 있다. 터키 수영 고양이’라는 별명은 여기서 비롯됐다. 깨끗한 흰 털에 붉은빛이 도는 꼬리를 가진 이 고양이는 1955년 영국에 소개되었고, 이후 하나의 품종으로 등록되었다.

수정: Egaldudu / CC BY-SA 4.0

물론, 모든 반 고양이가 수영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른 품종보다 물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 성향을 보이며, 실제로 물속에 들어가는 개체도 관찰된다.

 

대다수 고양이가 물을 싫어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고양이는 모두 물을 싫어한다고 단정하는 건 일반화의 오류에 가깝다.

 

4. 고양이과에도 물을 즐기는 종이 있다

고양이과 동물 전체를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40여 종에 이르는 고양이과 중 일부는 물과 가까운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생태를 지녔다.

예를 들어 동남아시아의 고기잡이살쾡이(Fishing cat)는 습지나 강가를 오가며, 수영과 잠수를 통해 물고기를 사냥한다. 호랑이는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스스로 물에 들어가는 행동을 자주 보이고, 재규어는 정글의 강을 능숙하게 헤엄치며 사냥하는 모습으로 유명하다.

 

고양이에 대한 통념만으로는 떠올리기 힘든 풍경이지만, 이 또한 고양이과 동물의 일부 현실이다.

 

5. 고양이를 한 줄로 설명할 수 있을까

고양이는 물을 싫어한다는 말은 수많은 관찰 끝에 만들어진 평균적인 인식이다. 그러나 그 말만으로 고양이 전체를 정의할 수는 없다. 품종, 환경, 진화의 경로, 개체의 성향에 따라 고양이는 물에 대한 태도마저도 다양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본 고양이의 모습은 고양이라는 동물이 가진 세계의 한 단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