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아프리카에서 본 선인장, 진짜일까? – 선인장과 닮은 식물들의 비밀

Egaldudu 2025. 3. 21. 11:23

 

 

백년초(Opuntia spp.) [픽사베이 이미지]

 

 

1. 아프리카에도 선인장이 자란다?

아프리카를 여행하다 보면, 사막이나 건조한 지역에서 선인장처럼 보이는 식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높이 솟은 초록색 줄기, 날카로운 가시, 그리고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도 꿋꿋이 서 있는 모습이 익숙하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보고아프리카에도 선인장이 있구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식물들이 모두 선인장은 아닐 수도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선인장은 사실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이다. 선인장과(Cactaceae)에 속하는 식물들은 원래 남북 아메리카에서만 자생하던 종이다. 하지만 오늘날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곳곳에서 선인장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2. 아메리카에서 온 이주민, 외래종 선인장

아프리카에서 자라는 선인장들은 모두 외래종이며, 대표적인 예가 백년초(위 사진, Opuntia spp.)이다. 백년초는 아메리카 원산이지만, 식용과 약용, 울타리용으로 널리 퍼졌다. 특히 북아프리카와 지중해 연안에서는 자연스럽게 번식하여 마치 원래 그곳에서 자란 식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널리 퍼졌다고 해도 아프리카에서 선인장은 외래종이다. 자연적으로 아프리카에서 진화한토착 선인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3. 선인장을 닮은 식물의 정체, 대극과 식물들

그렇다면 아프리카에서 발견되는 선인장 같은 식물들은 무엇일까? 바로 대극과(Euphorbiaceae)에 속하는 식물들이다. 대극과 식물들은 외형적으로 선인장과 매우 유사하다. 마찬가지로 줄기가 두껍고 가시가 있으며, 건조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물을 저장한다. 하지만 이들은 선인장과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다

대극과 식물과 선인장이 비슷하게 진화한 이유는 환경 때문이다. ‘수렴 진화(convergent evolution)’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서로 다른 계통의 생물들이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유사한 형태를 갖추는 과정이다. ,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선인장이, 아프리카에서는 대극과 식물이 각각 건조한 환경에 적응하면서 비슷한 생김새를 갖게 된 것이다.

 

4. 진짜 선인장 vs 선인장을 닮은 식물, 어떻게 구별할까?

아프리카에서 선인장처럼 보이는 식물을 보면, 그것이 진짜 선인장인지, 혹은 유사 선인장인 대극과 식물인지 헷갈릴 수 있다. 하지만 이 둘을 구별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먼저, 줄기를 자르면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선인장은 대부분 맑은 즙이 나오거나 거의 수액이 없는 반면, 대극과 식물을 자르면 흰색 유액(라텍스)이 흘러나온다. 이 유액은 독성이 있어 피부에 닿으면 자극을 줄 수 있다.

 

또한 가시의 구조도 다르다. 선인장의 가시는 변형된 잎으로, 표면에 작은 방석 같은 돌출부(아레올 areole)에서 자라지만, 대극과 식물의 가시는 변형된 줄기에서 바로 돋아난다.

 

가장 확실한 구별법은 꽃을 관찰하는 것이다. 선인장은 크고 화려한 꽃을 피우지만, 대극과 식물의 꽃은 상대적으로 작고 단순한 구조를 가진 경우가 많다. 겉모습만 보고 선인장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지만, 꽃이 피면 구별하기가 한층 수월하다.

 

5. 아프리카에서 선인장을 보았다면?

아프리카에서 선인장을 봤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식물이 정말 선인장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가 흔히 선인장으로 착각하는 식물들 중 상당수는 대극과 식물일 가능성이 크다.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유액의 유무나 꽃의 구조를 살펴보면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우리가 아프리카에서 본건 어쩌면 선인장이 아닐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