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
기본소득(Basic Income)은 정부가 모든 시민에게 무조건적으로, 정기적으로,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직업이 있든 없든, 부자이든 아니든, 자격 심사나 조건 없이 국가가 보장하는 최소한의 소득이다.
전통적인 복지제도는 보통 저소득층에 선별적으로 지원되며 신청과정에서 소득조사나 조건심사가 필요하다. 반면, 기본소득은 이런 복잡한 절차나 낙인효과 없이 보편적으로 제공된다는 점에서 개념적 차이를 가진다.
2. 기본소득의 기원
기본소득의 사상적 기원은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독립운동가 토머스 페인(Thomas Paine)은 1797년 『토지 정의(Agrarian Justice)』에서 토지로부터 얻는 수익은 인류 공동의 자산이므로 일정 금액을 모두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20세기 이후 철학자 필리프 판 파레이스(Philippe Van Parijs)는 기본소득을 “자유를 실질화하는 수단”으로 보며 이를 적극 옹호했다.
한편,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유사한 맥락에서 ‘음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를 제안했다. 이는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일 경우 정부가 세금을 환급해주는 방식으로, 자격 조건 없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3. 기본소득 실험
가장 널리 알려진 실험은 핀란드(2017–2018)의 기본소득 실험이다. 핀란드 정부는 실업자 2,000명에게 매달 560유로를 무조건 지급하며 고용효과를 조사했다. 결과는 "고용 증가 효과는 미미했지만 삶의 만족도, 정신건강은 향상되었다"는 평가였다.
이외에도 캐나다, 케냐, 인도, 한국의 일부 지방자치단체(예: 경기도 청년 기본소득)에서 유사한 정책이 시행된 바 있다.
4. 장점과 비판
기본소득이 제안되는 가장 큰 이유는 행정의 효율성과 사회 안정성이다. 기존 복지제도는 소득수준이나 가구 구성 등 복잡한 자격심사를 거쳐야 하는 반면, 기본소득은 별도의 선별 없이 지급되기 때문에 행정비용과 절차적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또한 불안정한 일자리와 자동화 기술확산으로 고용이 불확실해지는 시대에 기본소득은 최소한의 생계기반을 모든 시민에게 보장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국민 개개인에게 정기적인 현금이 지급되면 자연스레 소비 여력이 늘어나고, 이는 내수진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기본소득이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운 이유도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재원이다. 전 국민에게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하려면 국가 예산의 대규모 전환이 필요하며, 기존 복지지출을 줄이거나 새로운 세금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일하지 않아도 돈이 주어진다는 구조는 근로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특히 낮은 임금의 일자리일수록 그 유인이 약화되기 쉽다.
마지막으로,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동일하게 지급되는 방식은 오히려 불공정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모두에게 똑같이 나누는 것이 진정한 형평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크다.
5. 한국에서 기본소득은 가능한가
한국에서는 2020년 대선 전후로 기본소득 논의가 급부상했다. 특히 정치인 이재명은 ‘전 국민 기본소득’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했으나 다른 정당과 전문가 집단에서는 “시기상조”, “재원확보 불가능”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실제 도입까지는 재정 구조 개편, 국민 합의, 조세정책 변화 등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현재는 전면 도입보다 ‘청년’, ‘농민’, ‘지역 단위’ 등 선별적 보편성 실험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6. 마무리하며
기본소득은 단순히 ‘돈을 나눠주는 정책’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과 시민의 권리를 다시 정의하는 실험이라 할 수 있다.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가진 이 제도는 앞으로 기술발전과 사회구조 변화 속에서 계속 논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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