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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 기술에게 허락된 시험 공간

Egaldudu 2025. 4. 19. 03:37

 

픽사베이 이미지

 

기술실험을 허용하는 제도

규제 샌드박스는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가 기존의 법이나 제도에 막히지 않고 일정한 조건 아래에서 시험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이다. 정부는 정해진 범위 안에서 규제를 유예하고, 기술기업은 실제 서비스처럼 실험할 수 있게 된다.

 

왜 필요한가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은 기존 법체계에 존재하지 않는 방식으로 등장하곤 한다. 이때 제도가 정비되기 전까지 모든 시도를 금지한다면 혁신이 지연될 수 밖에 없다. 규제 샌드박스는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한 과도기적 장치이다.

 

이름의 의미

샌드박스는 아이들이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노는 모래 놀이터에서 유래한 말이다. 위험을 통제 가능한 범위로 제한하고, 그 안에서 실험을 허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면적인 규제 해제가 아니라, 정부가 정한 조건 안에서의 제한적 실험이다.

 

한국에서의 시행과 제도 운영

규제 샌드박스 제도는 원래 2016년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처음 도입한 모델이다. 신생 핀테크 기업들이 복잡한 규제 없이 금융서비스를 시험할 수 있도록 만든 이 제도는 높은 효과를 보이며 빠르게 세계로 확산됐다. 현재는 60여 개국 이상이 자국 상황에 맞는 형태로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 중이다.

 

한국은 2019년부터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과 산업융합 분야를 중심으로 도입되었고, 이후 금융, 스마트도시, 바이오 등으로 영역이 확대되었다.

 

관련 부처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이 있으며, 분야에 따라 별도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은 신기술이나 새로운 서비스의 시범운영을 위해 신청서를 제출하고, 정부는 일정 조건과 기간을 설정한 뒤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한다. 승인된 실험은 대개 2년 이내로 한정되며, 필요시 연장될 수 있다.

 

실제 사례

토스의 간편 보험가입, 인공지능 기반의 신용평가 시스템, 자율주행 로봇을 통한 무인 배송 서비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들 중 일부는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화되거나, 기존 규제를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다.

 

제도의 의미와 역할

규제 샌드박스는 단지 규제를 풀어주는 장치가 아니다. 기술발전과 제도 사이의 간극을 메우며, 혁신과 안전성 사이의 균형을 실험하는 공간이다. 기술이 먼저 도착했을 때 사회가 이를 따라잡기 위한 유연한 대응방식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