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야기

남극대구(칠레농어)의 인기, 로스해를 위협하다

Egaldudu 2025. 4. 27. 07:39

남극대구(칠레농어)의 인기, 로스해를 위협하다

 

로스해, 가장 안쪽 원의 하단부. By Rooiratel, CC BY-SA 4.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67607357

 

목차

1. 위기의 바다, 로스해
2. 남극대구, 칠레 농어라는 이름의 고급 생선 
3. 로스해 생태계의 균형을 흔드는 위협 
4. 로스해를 지키려는 과학자들의 노력 
5. 마무리하며

 

 

1. 위기의 바다, 로스해

지구에는 여전히 손대지 않은 마지막 바다가 존재한다. 남극대륙 서쪽에 위치한 로스해(Ross sea)는 수천 년 동안 거의 변화 없이 유지되어 온 원시 해양생태계다. 이곳은 펭귄, 물범, 크릴, 고래, 그리고 남극대구와 같은 생물들이 긴밀한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이제 이 바다에도 변화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상업적 어업 선단이 남극대구를 잡기 위해 로스해로 몰려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이 생태계 전체가 위협받고 있다. 인간의 식탁 위에 오르는 한 어종에 대한 수요 증가가 바다 전체의 균형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2. 남극대구, 칠레 농어라는 이름의 고급 생선

로스해는 한때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청정 바다로 여겨졌다. 남극대륙의 혹독한 환경 덕분에 다른 바다들처럼 개발되지 않고 오랫동안 그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남극대구(Dissostichus mawsoni)를 노린 상업 어선들이 점점 더 이 지역으로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남극대구, 남극에서 촬영된 과잉 어획 위험 어종. By Pcziko, Wikimedia Commons, CC BY 2.5,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035040

 

남극이빨고기(Antarctic toothfish)라고도 불리는 남극대구는 성숙하는데 수컷은 약 13, 암컷은 약 17년이 걸리며, 수명은 최대 48년까지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느린 성장 특성 때문에 한 번 개체 수가 줄어들면 자연회복이 매우 어렵다.

 

남극대구는 원래 파타고니아 이빨고기(Dissostichus eleginoides)를 가리키던칠레 농어(Chilean Sea Bass)’와 동일한 이름으로 일부 시장에서 고급 레스토랑에 비싸게 팔리고 있다. 이 어종에 대한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어업 선단들은 이러한 추세에 맞춰 어장을 로스해까지 확장하고 있으며, 그 결과 로스해의 독특한 생태적 균형이 위협받고 있다.

 

3. 로스해 생태계의 균형을 흔드는 위협

남극대구는 로스해 생태계에서 단순한 어종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 물고기는 상위 포식자로서 물범이나 이빨고래 같은 다른 포식자들과 함께 해양 먹이사슬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남극대구가 사라지면 이와 연관된 먹이 생물의 수가 급격히 변하고, 결국 그 영향은 전체 생태계에 걸쳐 나타난다.

 

로스해는 단순히 남극의 한 바다가 아니라, 지구 해양생태계의 건강성을 상징하는 장소다. 이런 이유로 많은 과학자들은 로스해를지구의 마지막 원시 바다라고 부른다. 펭귄과 물범, 크릴과 고래가 서로 얽혀 있는 이 바다는 인류가 해양생태계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4. 로스해를 지키려는 과학자들의 노력

로스해 보호를 위해 노력한 대표적인 인물이 생물학자 데이비드 에인리(David Ainley). 그는 수년간 로스해 생태계를 연구하며 이 지역의 생물 다양성과 생태적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에인리는 다큐멘터리 영화 『Last Ocean(2012)을 통해 로스해 보호의 필요성을 대중에게 알렸다. 이 영화는 로스해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내면서도 상업적 어업으로 인한 위협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에인리와 환경운동가들의 지속적인 노력 덕분에 2016년 로스해는 국제적으로 해양보호구역(Marine Protected Area, MPA)으로 지정되었다. 이는 남극 해양생물자원 보존위원회(CCAMLR)’의 합의에 따른 것으로, 155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이 지역에서는 대부분의 상업적 어업이 금지되었다. 그러나 연구 목적의 제한적 어획은 여전히 허용되고 있어 완전한 보호라고 보기는 어렵다.

 

5. 마무리하며

로스해는 아직 지킬 수 있는 바다다. 남극대구의 무분별한 남획을 막고, 이 바다의 생태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국제적 감시와 협력이 계속되어야 한다. 지구상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원시 바다가 인간의 탐욕으로 훼손되지 않도록, 우리는 이 바다를 지켜볼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