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접착제를 본떠 형태만 단순화한 그림이다. 굵고 둥근 막대형은 일반적으로 넓은 면적에 바르는 풀을 연상시키며, 가느다란 노즐형은 소량을 정밀하게 도포하는 강력접착제의 용도를 암시한다. 형태만으로도 두 접착제의 사용 방식이 구별된다.
강력접착제, 우연에서 태어난 발명
강력접착제(super glue)는 본래 접착제 용도로 개발된 것이 아니었다. 1942년, 해리 쿠버(Harry Coover) 박사는 미국의 화학기업 코닥(Eastman Kodak)에서 군사용 플라스틱 조준기를 개발하던 중 '사이아노아크릴레이트(cyanoacrylate)'라는 물질을 우연히 합성하게 된다. 이 물질은 본래 목적에는 쓸 수 없을 만큼 지나치게 잘 들러붙었지만, 훗날 강력접착제로 이어지는 발명의 단서가 되었다.
이후 1949년, 같은 물질이 또다시 실험 중에 등장했고, 이때 연구 중 실수로 연구원의 손가락이 접착되는 경험을 통해 그 성질이 재조명되었다. 쿠버는 그걸 새로운 접착제로 개발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는 곧바로 개발에 착수하여 1958년 마침내 ‘이스트먼 #910(Eastman #910)’이라는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강력접착제의 시작이었다.
수분과 만나면 즉시 경화되는 구조
강력접착제의 작용원리는 일반적인 접착제와는 다르다. 예를 들어 PVA 접착제는 수분이 증발하며 굳는 방식이지만, 사이아노아크릴레이트는 오히려 소량의 수분이 있을 때 경화가 시작된다.
이 성분은 대기 중 수증기와 접촉하는 순간 분자가 빠르게 중합반응을 일으켜 긴 고분자 사슬을 형성하고, 이 고분자가 표면 사이를 단단히 연결시킨다. 접착에 필요한 수분은 극히 적어 표면에 있는 미세한 습기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구조 덕분에 강력접착제는 대부분의 표면에 즉시 반응하며 강한 결합을 형성한다. 반응속도가 매우 빠르고 기계적 강도도 높아 ‘순간접착제’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제거는 어렵지만 불가능하지 않다
강력접착제가 굳은 뒤에는 일반적인 힘으로는 분리하기 어려울 만큼 강하지만 조건에 따라 제거가 가능하다. 대표적인 방법은 아세톤(acetone)을 사용하는 것이다. 아세톤은 사이아노아크릴레이트의 고분자 사슬을 분해할 수 있는 용매로, 보통 매니큐어 제거제에 포함되어 있다.
이 외에도 열이나 냉각을 이용한 제거 방법이 있다. 수퍼글루는 일반적으로 약 80도 이상의 열을 받으면 점차 부드러워지고, -1도 이하로 냉각되면 경화된 접착제가 부서지기 쉬운 상태로 변한다.
왜 튜브 안에서는 굳지 않을까
강력접착제는 공기 중 수분에만 닿아도 즉시 굳는 반응성을 보이는데, 그렇다면 왜 제품 내부에서는 액체상태로 보존될 수 있을까? 이는 두 가지 요인에 의해 설명된다. 첫째, 접착제 용기 내부는 철저히 밀봉되어 있어 수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튜브의 내벽은 산성 안정제(acidic stabiliser)로 처리되어 있어 사이아노아크릴레이트의 중합반응을 억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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